보조금 근거 담은 반도체특별법… 업계 “52시간 족쇄도 풀어야”

국힘 이번주 중 발의 예정
화이트칼라 면제조항 빠져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르면 이번 주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 조항을 뺀 채 당론으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감소와 첨단산업 분야 인재 확보 난항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경직된 ‘주 52시간제’에 지속해서 발목이 잡힐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4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은 이르면 이번 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 명의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다. 여당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보조금 지급 근거 조항 등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중 발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지원을 위한 법안이 첫발을 떼긴 했지만,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빠진 것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는데, 오히려 노동환경은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허용되는 미국의 엔비디아도 새벽 근무와 주 7일 출근에 제한이 없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연구·개발(R&D) 센터는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된다.

산업계는 R&D 경쟁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결정짓는 현시점에 우리나라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기업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입법 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에 이어 세 번째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조사에서 국민의 54.9%는 ‘주 52시간제가 업종과 직종별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는 경직된 우리 근로시간제도를 산업환경 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R&D, 고소득·전문직에 대해서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와 같은 다양한 근로시간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