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북핵 인정’ 목소리… 대북정책 전환 불가피

권승현 기자 2024. 11. 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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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와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인 '북한 핵보유국 불인정'과 '북한 비핵화' 양대 기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비확산'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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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北 비핵화’
IAEA 사무총장 이어 러시아도
‘北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 발언
트럼프 재집권땐 ‘스몰 딜’ 우려
韓, 북핵 대응전략 점검 나서야
한·미·일 공중훈련 한·미·일이 3일 제주 동해상의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에서 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에는 미 전략폭격기 B-1B와 연계해 우리 공군의 F-15K, KF-16 전투기와 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가 참가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와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인 ‘북한 핵보유국 불인정’과 ‘북한 비핵화’ 양대 기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비확산’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는 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외교가는 10월 30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 표현이 2015년 이후 9년 만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튿날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서 ‘비핵화’ 표현이 다시 등장하긴 했지만, 한국 장관들은 ‘북한 비핵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한·미 간 시각차도 드러났다. 앞서 미국이 지난해 SCM 공동성명과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는 분명하게 ‘북한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1년 새 미국 내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핵 문제 접근법의 대전제였던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9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2006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공동사용 방안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지난 9월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 자체가 모든 의미를 잃었다. 우리에게 이것은 종결된 문제”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오는 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기존에 통용되던 비핵화 공식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비핵화 협상 대신 미 본토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고 북한의 일부 핵 보유는 인정하는 ‘스몰 딜’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요직에 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북핵 정책 초점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목표는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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