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적지 지정이후 공사관 단체관람 부쩍 늘어”
130여년전 대미외교 중심지
미국인이 전체 관람객 30%
“4대공사 ‘이채연 일기’ 발견
당시 모습 완벽 복원가능해져”

워싱턴DC(미국)=글·사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미국 사적지로 지정되고 한인사회에 더 많이 알려졌어요. 이민 30∼40년 만에 처음 와본다는 분들도 있고, 미국인 관람객도 부쩍 늘었어요. 이제 한·미 양국 모두에 의미 있는 장소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지난 9월 미국 국가 사적지로 공식 등재된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강임산 관장은 사적지 지정 이후 두 달 간의 변화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공사관에서 만난 강 관장은 “대한제국 대미외교의 중심지로서 한·미 양국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공사관 건물이 재미교포들에게는 자신들의 복잡한 정체성처럼 느껴지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내 반응도 뜨겁다”면서 전체 관람객의 30%가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국어를 제2·제3외국어로 채택한 중·고등학교에서 단체 관람 문의가 쇄도한다. “명망 높은 외교관 집안의 저택이었고, 2차대전 때는 흑인 병사들을 위한 군인회관이었어요. 19세기 미국 건물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단순히 한국만의 역사적 장소는 아닌 것이죠.이런 내용까지 보충해 전시관을 개편할 예정입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우리 역사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이다.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조선은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을 특파했으며, 1889년 2월 현재 위치에 주미공관을 설치한다.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1905년까지 약 16년간 대미외교 활동의 무대로 쓰인 공관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일제에 5달러에 강제 매입됐고 약 100년 뒤인 2012년 한국 정부가 소유권을 취득했다.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의 미국사무소장직도 맡고 있는 강 관장은 매입부터 복원, 수리, 개관을 총괄하며 공사관의 변신을 지켜봤다. 지난해 3월엔 관장으로 부임해 미국 국가 사적지 지정까지 이끌어냈다.
강 관장에 따르면 사적지 지정을 미국 역사 전문가 집단인 ‘프리저베이션 디시 리그(Preservation DC league)’가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당시 신문과 남아 있는 사진 등을 토대로 커튼과 벽지의 색깔, 조명은 물론이고 자수로 수놓은 태극기까지 완벽하게 복원한 것에 혀를 내둘렀고, 공관을 ‘DC 역사지구’로 우선 선정했다. 강 관장은 “처음 자료에 일본 입장에서 쓰인 표현이 많아서 수차례 반려했다”면서 “한국식 역사 용어로 100% 바꾸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지정 절차에 돌입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예컨대, 을사늑약은 ‘을사 트리티(Treaty)’에서 ‘을사 포스드 트리티(Forced Treaty)’로 바꿔 강제성을 강조한 식이다.

전시관 개편을 준비 중인 강 관장은 “최근 4대 공사였던 이채연의 근무 일기가 발견돼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정양 공사와 함께 유일한 영어 구사자로 근무한 이채연(1861∼1900)은 몇 년 뒤 아내와 함께 4대 공사로 DC에 돌아온다. 이채연은 한성전기 초대 사장, 한성판윤(지금의 서울시장)을 두 차례나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강 관장은 “아직 번역 중”이라면서도 “영어가 뛰어나고 남다른 식견이 있었던 이채연을 통해 새로운 시대적 풍경을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DC 오크힐 묘지에 묻혀있는 이채연의 아들 이화손의 묘(사진) 역시 최근 ‘DC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 목록에 올랐다. 이는 미국 사적지 예비후보격으로 볼 수 있다.
강 관장은 “규모 등으로 볼 때 실제 사적 지정 가능성은 낮지만, 이 또한 미국 내 한국 역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890년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사망한 이화손은 공관의 주인이었던 세스 펠프스가의 가족묘에 묻혀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미국에서 태어난 첫 번째 조선인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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