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클래식感]차세대 거장들의 불꽃 대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2월 6일에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김동현 바이올린 리사이틀 II’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함께 드뷔시, 풀랑크, 메트네르 등 명료한 감각이 두드러지는 근대 작곡가들의 소나타 세 곡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4)은 올해 마포아트센터의 상주음악가 격인 ‘M 아티스트’다. 김동현은 2022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도 활동했다.
젊은 두 연주가를 묶는 키워드는 또 있다. K클래식의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 가입 국제음악콩쿠르인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김동현은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2018년 대회에서, 김준형은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2020년 대회에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상주음악가로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신창용(30)과 첼리스트 문태국(30)이 호흡을 맞췄다.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창용은 10월 2일 체코 브르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롯데콘서트홀 콘서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며 빛나는 기교를 과시했다.
젊은 예술가에게 집중적인 연주와 프로그래밍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세 ‘상주음악가’ 자리에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들의 활약이 유독 빛나는 것은 이 대회가 가진 권위와 중요성을 상징하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1996년 탄생한 이 대회는 첫 회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서울대 교수)를 우승자로 배출한 것을 비롯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다음 회에서 백주영(서울대 교수)과 리비우 프루나루(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악장)를 공동 우승자로 선정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명인을 세상에 소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올해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로 임용된 피아니스트 한지호, 바리톤 김기훈, 공병우 등 역대 우승자 외에도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박스, 안티 시랄라, 김태형, 예수아, 이택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신아라, 바리톤 이응광 김주택, 테너 스테판 마리안 포프, 테너 김건우 이명현,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등 수많은 입상자가 국내외 무대에서 마음껏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다.
역대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음악계의 별들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 아리에 바르디, 미셸 베로프, 안 케펠레크, 작곡가 로웰 리버먼, 바이올리니스트 제라르 풀레, 피에르 아무아얄,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셰릴 스투더, 에다 모저, 메조소프라노 피오렌차 코소토,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자코모 아라갈, 지크프리트 예루살렘,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 안드레아스 슈미트 등 해외 정상급 아티스트를 비롯해 세계적 음반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유명 극장장 등을 망라한다.
“예술이 순위를 가릴 수 있는 건가?”라는 의문은 늘 존재한다. 2014년 이 대회 심사위원이었던 해미시 밀른(1939∼2020)은 대회 기간 중 이렇게 말했다. “콩쿠르가 항상 최고를 뽑는 건 아니죠. 심사위원도 사람이니까.”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고들은 대부분 콩쿠르를 통해 나오죠.” 심사위원들은 긍정의 끄덕임과 웃음을 지었다.
올해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12월 1∼13일 서울교대 종합문화관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다. 12, 13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리는 결선에서는 1, 2차 예선과 준결선을 통과한 차세대 거장들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불꽃 대결을 감상할 수 있다. 주희성 서울대 교수와 ‘임윤찬의 스승’으로 알려진 손민수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정경화의 예술적 동반자’로 알려진 케빈 케너 등이 심사위원을 맡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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