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은 남 얘기… 저평가 장기화에 주주 원성 높은 생보사

IT조선 전대현 기자 2024. 11. 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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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상장 이후 줄곧 내리막…
삼성생명 등 다른 생보사도 사정은 비슷
밸류업 지수 편입, 생보사 단 한 곳도 없어

자사주로 속 끓이는 금융맨은 비단 카카오뱅크 임직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오래된 선배로 한화생명이 있다. 한화생명은 2010년 3월 상장 이후 단 한 차례도 1만원선을 넘어보지 못했다. 1만원은 고사하고 공모가인 8200원에서도 너무나 멀어져 버렸다. 이익은 물론, 자산 규모도 커졌지만, 주주들은 회사의 성장과는 상관이 없다.

한화생명 최근 10년간 주가 그래프 /네이버 증권 캡처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생명 주가는 지난 주말 29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액면가 5000원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9배 수준이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자산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배수에 못미치는 경우, 회사 청산가치보다 낮다고 본다.

한화생명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상장 직후인 2010년 4월26일 종가 기준 PBR은 1.88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 3월에는 0.08배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의 회사가치 저하에는 과거 대규모로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 부담이 커졌다.

이같은 주가 저평가 현상은 생보사업계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현재 상장 생보사 대다수가 PBR 0.5배 수를 넘기지 못하면서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가치제고) 지수에도 생보사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생명보험사들이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DALL·E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에 총 10개의 금융주를 포함했는데 보험주는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메리츠금융)만 들어갔다.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수익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생보사의 경우 PBR 0.5배를 넘는 곳이 없어 지수 편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현재 주요 생보사들의 PBR을 보면 ▲삼성생명 0.47배 ▲동양생명 0.43배 ▲미래에셋생명 0.28배 등이다.

업계에선 이번 밸류업 지수에 삼성생명 정도는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분기 3~4년 내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배당 확대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PBR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생명은 2010년 5월 상장 당시 공모가 11만4000원 기록했다. 2017년 11월 3일 역대 최고가인 13만8500원까지 올라서며 공모가를 크게 상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역시 2018년 이후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PBR 0.5배 이하로 추락했다. 다만, 생보사 중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내년 지수 편입을 기대하는 시각이 제기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아예 ‘자진 상장폐기설’이 나온다. PBR이 0.28배로 저조한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잇따라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서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율은 지난 2019년 지분율이 5.06%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지분율이 15.34%까지 올랐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최대주주등 특수관계자 지분은 보통주의 57.39%다. 자사주 26.3%까지 포함하면 그룹의 ‘유효지분’은 83%대다. 계열사가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면 자진 상폐 신청 요건인 지분율 95%(자사주 제외)를 충족할 수 있게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가 매수 차원에서 꾸준히 매입 중이라는 설명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만 이뤄진다면 언제든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래에셋생명의 구체화된 밸류업 로드맵이 나오지 않으면서 주가 부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보사들의 주가 부양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최근 금리 인하기조에 따라 생보사들의 자기자본 감소 및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로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생보사들은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자본 부담이 커진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4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새 회계기준(IFRS17)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예고한 점도 생보사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생보사들이 판매한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율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10년 시점 해지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손본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생보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이 최대 수천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업이 규제산업이다보니 업권별 수익창출 변동성이 큰 데다 경기악화로 인해 중간 이탈 고객이 많아지면서 생보사 수익창출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향후 수익성 전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PBR이 낮으면 매수세가 약해져 주가 상승 여력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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