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년에 평균 50kg 먹는대요”...슬기롭게 배추 소비해야하는 이유 [정혁훈의 아그리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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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한 해 평균 150㎏의 채소를 먹는다.
이 중 50㎏ 정도를 배추로 해결한다.
정부가 비축물량을 서둘러 풀고,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하면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다소 시간이 걸렸다.
배추 가격이 포기당 2만5000원까지 폭등해 역대 최악의 배추 파동으로 기록됐던 2010년에 외신은 줄을 서서 배추를 사는 시민들을 집중 보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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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장춘 박사의 공이 크다. 일본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농학자로 성공한 그가 1950년 고국으로 돌아와 처음 시도한 일이 지금 우리가 흔하게 먹고 있는 속이 꽉 찬 ‘결구배추’ 품종을 개발한 일이었다. 당시 우리가 먹던 토종 배추는 속이 덜 찬 ‘반결구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금세 무르기 일쑤였다. 다양한 배추를 교배해 만든 결구배추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배추 종자를 해외에서 비싸게 들여와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배추를 1년 내내 신선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배추는 원래 가을이 제철이다. 여름이 끝나면 배추를 심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한다. 제철과일이 맛있듯이 이때 나는 배추가 가장 아삭하고 맛이 좋다. 이 가을배추로 김장을 담가 오래도록 김치를 즐기는 것이 선조들의 지혜였다. 겨울에도 배추가 나오기는 한다. 월동배추다. 해남과 진도 같은 온난한 곳에서 12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수확한다. 겨울배추 중 일부는 바로 출하하지 않고 저장창고에 넣었다가 봄철 내내 시장에 내놓는다. 4월이 되면 비닐하우스를 시작으로 봄배추가 나온다. 노지배추까지 포함해 7월 초까지가 봄배추 몫이다.
뒤이어 나오는 것이 바로 고랭지배추다. 태백과 평창, 정선, 강릉의 해발 600m 이상에서 5~6월에 심어 10월 중하순까지 생산된다. 1980년대 들어서야 본격화된 농법이다. 그 덕분에 우리 국민들이 연중 신선한 배추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됐다.
올해 배추 가격을 끌어올렸던 주인공이 이 고랭지배추다. 올해는 한창 자랄 시기인 여름에 폭염, 수확을 앞두고는 폭우에 병해충이 많이 돌았다. 생산량이 평소보다 30% 정도 줄어들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비축물량을 서둘러 풀고,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하면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다소 시간이 걸렸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배추 사태는 언제 재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수십 년간 같은 땅에서 같은 작물을 재배하다 보니 지력이 약화되면서 연작 장애가 생겼고, 고랭지배추 재배 면적 자체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고랭지배추를 해외에서 재배해 들여오거나 기후변화에 견디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지 않고는 배추 파동을 완전히 피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소비자도 강 건너 불 구경은 곤란하다.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 마트로 달려가 줄을 서서 배추를 사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며 김치 제품이나 양배추 등의 대체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마트농업’이 중요한 만큼 ‘스마트한 소비’도 긴요해졌다.
배추 가격이 포기당 2만5000원까지 폭등해 역대 최악의 배추 파동으로 기록됐던 2010년에 외신은 줄을 서서 배추를 사는 시민들을 집중 보도한 적이 있다.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는데 오히려 더 사려고 하는 소비심리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듯이 조금 참고 기다리면 배추 가격은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온다. 농업계의 노력에 소비자의 슬기로운 선택이 더해지면 위기를 더 잘 넘길 수 있다.
※ 아그리젠토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있는 도시로 고대 그리스 시대 농업 중심지였다. 한국 농업의 비전을 상징한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는 2010년 3월 매일경제가 개최한 ‘아그리젠토 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첨단 농업 부국(富國)의 길’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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