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반대’ 속옷시위 여성 체포…앰네스티 “즉각 석방하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아자드 대학 캠퍼스에서 한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걷는 모습. 가디언 갈무리

국제앰네스티가 이란 당국이 정한 여성의 복장 규정 관련해 항의하기 위해 속옷 차림으로 거리에 나선 여성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3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이란 정부는 보안 당국의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율법에 따라 착용하도록 하고 있는 머리 가리개) 강제 착용에 항의하며 옷을 벗은 시위에 나선 뒤 폭력적인 방식으로 체포된 학생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체포 과정에서 그에게 가해진 구타와 성폭력 혐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책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 명문 이슬람 아자드 대학교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거리 시위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여성이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거리로 나서는 모습이 담겨있다. 혼자 거리를 걸어가던 이 여성이 사복 차림의 남성들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지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가디언은 학생들의 언론 매체인 아미르 카비르 뉴스레터를 인용해 이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 회원에게 구타를 당했고, 여성을 정신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여성이 정신적 문제가 있고, 부적절한 의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란에서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 수차례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의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지난해 제정됐다.

독립언론인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내에서 이 사건에 분노·저항하는 많은 시민들이 그림을 그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히잡 강제 착용에 항의하는 이란 여성의 인권 문제는 2022년 9월 이란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구금되었다가 사망한 이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문제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인권 침해를 호소하며 이란 당국에 저항하고 있으나 정부는 도덕경찰과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여성의 의복을 규제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