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고 총성도 없는 美中 전쟁…글로벌 패권 다툼의 실체"

김정한 기자 2024. 11. 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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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인터넷 등의 단어는 국가를 초월한, 즉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도 어쩔 수 없는 '초국적', '초국가적'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또한 미국, 중국 등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들이 어떻게 일견 중립적이고 무해하게만 보이는 글로벌 경제의 기술적 장치들을 장악해 자국의 이익에 이용하고자 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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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PADO북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인터넷 등의 단어는 국가를 초월한, 즉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도 어쩔 수 없는 '초국적', '초국가적'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었고, 9/11 이후엔 그 허상이 공개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무기화된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인 사실과 엮어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워싱턴 DC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는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현재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마리를 제공한다. 미국은 왜 중국산 앱인 틱톡(TikTok)을 금지하려 하는지, 중국은 왜 수많은 미국 앱을 금지했는지, 일본은 왜 한국 네이버가 지분 절반을 가지고 기술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LINE)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지, 미국은 왜 화웨이의 5G 교환설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동맹국들에 강권했는지, 왜 삼성은 TSMC만큼 파운드리 사업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역사상 수많은 강대국은 쉽사리 '착함'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한다. 또한 미국, 중국 등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들이 어떻게 일견 중립적이고 무해하게만 보이는 글로벌 경제의 기술적 장치들을 장악해 자국의 이익에 이용하고자 하는지 알려준다.

오직 국익만을 챙기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화웨이 사례다. 화웨이가 5G 설비를 싼 가격에 내놓아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 했을 때 심지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도 화웨이 제품을 도입하려 했다. 이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졸도 직전까지 격분하기도 했다.

미국의 최대 권력인 달러패권도 조명한다. 왜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달러를 사용하고, 모든 나라의 은행이 왜 달러로 표시된 미국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미국 재무부가 미국 내 은행계좌를 동결시킬 힘을 이용해 전 세계 금융권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학계, 언론계,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패럴과 뉴먼의 '무기화된 상호의존성' 개념은 베스트셀러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에게 영감을 줬고, 그는 "오늘날 경제 및 기술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현대국가는 '보이지 않게 보고 들리지 않게 듣는다'는 특징을 가지거 있다. 이는 강대국들이 제국을 만들기 위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능력이며 권력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이 '보이지 않게 보는' 힘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을 조명한다. 경제 안보의 필독서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헨리 패럴, 에이브러햄 뉴먼 글/ 박해진 옮김/ 김동규 감수/ PADO북스/ 2만 55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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