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 종신·무저해지 많이 판 보험사, 자본 부담 커진다

권화순 기자 2024. 11.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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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납 종신보험이나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은 올 연말부터 자본비율(킥스·K-CIS)이 떨어진다. 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하면 돌려줘야 할 보험금이 적거나 없는 상품에 그동안에는 위험도를 낮게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지금보다 40% 가량 덜 해지할 것으로 가정해 위험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를 예정한 것보다 더 많이 쓰면 금융당국의 제제를 받는다.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계약 초기 사업비를 많이 써도 전 계약기간에 걸쳐 회계상 반영이 가능해지면서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화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예정보다 사업비를 많이 쓰는 보험사에 '제동'을 거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신뢰회복과 혁심을 위한 4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4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과당경쟁 상품으로 지목된 생명보험사의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손해보험사의 무저해지 상품을 많이 팔수록 요구자본을 늘리는 방향의 킥스 개선안을 마련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혹은 7년간 납입후 10년 유지하면 낸 보험료 대비 최대 135%까지 돌려는 '고환급형' 상품이다. 무저해지 상품은 보험료를 30% 이상 저렴하게 받는 대신 중도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덜 주는 상품으로 최근 손보사들 신계약의 70%를 차지한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상품(단기납 종신보험 포함) 해지 위험액을 산출해 킥스에 반영할 때 지금보다 해지 위험도가 높게 반영될 수 있도록 산식을 바꿨다. 예컨대 10년 납입하는 상품의 경우 7년~9년 등 후반으로 갈수록 계약자는 되도록 해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대량해지 가능성을 다른 보험상품보다 약 40% 가량 낮게 현실화했다.

무저해지 상품은 계약자가 덜 해지할 수록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아진다. 대량해지 충격이 40% 가량 낮아지면 지금보다 요구자본량이 늘어나 보험사의 자본비율이 더 하락한다. 40% 하락 충격은 캐나다 사례를 참고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해 12월말 킥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높은 설계사 수당을 앞세운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에도 제동이 걸린다. 보험사들이 기초서류에서 정한 사업비 한도를 초과해 사업비를 쓰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록 규정이 개정된다.

IFRS17 도입 이후 계약초기에 회계상에 반영해야 하는 사업비 부담이 대폭 줄면서 보험사들이 지난해 쓴 사업비가 전년 대비 4조9000억원(14.1%) 증가했다. 사업비는 많이 썼지만 정작 수입보험료는 감소했다. 특히 늘어난 사업비의 대부분은 설계사 수당으로 나가는 돈이다. 과거 회계제도에서는 사업비를 많이 쓰면 7년 이내에 해당 비용을 회계에 모두 반영했지만 IFRS17 도입 후인 지난해부터는 전 보험기간의 비용으로 뿌려져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써도 회계상 부담이 크지 않다. '실적 부풀리기'가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그동안 규정 미준수에 법령 위임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제재를 하지 못했다. 이번 개혁안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제재 수준은 추후 논의한다.

보험회계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보험부채 현황을 포트폴리오 단위로 세분화해 공시하고, 결산 외부검증에는 감리근거와 자료제출 요구권이 신설된다. 특히 계리법인이나 회계법인이 부실하게 검증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 등 벌칙조항이 신설된다.

김 부위원장은 "계리적 가정 등이 전제되는 IFRS17이 고무줄식 회계가 아니라 보험회사의 실질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별 회사의 비합리적·자의적 회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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