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담심리학회] 마음의 생활쓰레기도 치우지 않으면 썩는다

금명자(한국상담심리학회 법인이사장,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2024. 11. 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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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자(한국상담심리학회 법인이사장/대구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지방에서 주중에 혼자 생활하는 아파트에는 쓰레기통이 필요 없었다. 잠만 자고 나오니까 쓰레기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반대로 가족이 함께 사는 집에 명절이라도 되면 쓰레기가 늘 문제다. 명절에는 좋든 싫든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고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쓰레기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이고 열심히 살수록 많이 나올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혼자 지내면 누구와 싸우거나 섭섭하거나 억울하거나 짜증나거나 아쉽거나 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가까운 가족이라도 한 지붕 밑에 살다 보면 섭섭한 일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고 걱정될 일도 많다.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일일이 다 드러내 놓으면 시끄러워지고 사이만 더 나빠져서 그저 마음 한 구석에 처박아 놓기 일쑤이다. 일터에서는 어떠한가? 화나는 일도 많고, 답답한 일도 많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눈 한번 질끈 감거나 숨 한번 크게 쉬면서 그런 것들을 마음 어딘 가에 넣어두고는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지낸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 가에 쑤셔 넣었던 쓰레기들은 치우지 않으면 썩기 시작하고 냄새가 나고 병을 일으킨다. 집안 식구들과 부딪치면 더 속상하니까 함께 밥도 먹고 싶어 지지 않는다. 동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섞지 않으려 한다. 더 크게 상처받지 않으려고 아예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우울증은 크고 작은 실패가 대안 없이 반복돼 다른 사람의 눈을 맞추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소진돼 있는 상태다. 우울한 사람들은 작은 것조차 실패하는 자기를 자책하고 사회로부터 위축돼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가깝기 때문에 의지하고 기대했으나 무시됐던 것들, 정직하게 이야기했으나 눈치 없다고 받은 핀잔, 성실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가고 나에게는 오지 않았던 기회들은 일일이 반응하고, 반박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묻어두었고 그리고 그것들이 썩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우울증은 2017년에서 2022년까지 매년 7%씩 증가해 100만이 넘었다. 우울증 진료비는 매년 15%씩 늘어나 1300억원이 넘었다는 보고를 접한다. 눌러놓고, 쑤셔 넣었던 마음의 생활 쓰레기들은 우울증뿐 아니라 분노와 불안, 그리고 각종 중독 문제를 일으킨다. 족집게 도사가 아니어도 우리 사회의 우울증과 중독문제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을 누구라도 예언할 수 있다. 오죽하면 공익광고가 SOS로 청소년 도박문제를 다루겠는가!

그러면 우리는 이 마음의 생활 쓰레기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첫째는 이 부정적 잔여물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가족에게 짜증나는 것도 자연스럽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생기는 섭섭함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 성격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화를 냈다고 상대를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가족이고 오랜 친구라도 그와 내가 동일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분노, 섭섭함, 억울함, 답답함 등의 마음의 쓰레기를 만든다. 둘째는 발생한 쓰레기는 방치하지 말고 그때 그때 처리해야 한다. 차분하게 쓰레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어디에, 어떻게 버릴지 생각해야 한다. 일기를 써서 처리할 것인지, 산책이나 운동을 해서 처리할 것인지, 가까운 사람과 속 이야기를 해서 처리할 것인지 생각하고 실천한다. 셋째는 반복되는 쓰레기 발생, 예를 들면 부모나 형제, 부부간, 동료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부정적 쓰레기들은 좀 더 과학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것들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 7월부터 국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공공, 민간 등 다양한 심리상담센터에서 답답하고 냄새나는 마음의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전국민마음투자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상담심리학회에만도 잘 훈련된 2000여명의 상담심리사 1급, 6000여명의 2급 상담심리사가 그런 기관들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쓰레기들을 처리해 마음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심리 상담은 건강하게 열심히 생활한 사람들이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받는 서비스다. 마음의 청소를 늘 규칙적으로 해 건강을 도모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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