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13년만의 동반 흑자 유력…"슈퍼사이클 성큼"

류인선 기자 2024. 11. 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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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쾌거…K-조선 '연간 흑자' 유력
수익성 개선 이끈 '선별 수주 전략' 주목
내년 신조선 발주량 감소…"빠른 대응 필요"
[서울=뉴시스] HD한국조선해양 컨테이너선.(사진=HD한국조선해양) 2024.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K-조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며 수주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슈퍼 사이클'이 다가왔다고 분석한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올 상반기 일찌감치 달성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3년치 일감을 수주하면서 고가의 선박을 골라 수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 저가에 수주한 물량 인도가 마무리되면서 도크 현장에도 고가 선박들이 쌓이고 있다.

조선 빅3의 연간 동반 흑자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호황이 본격화했다는 말도 들린다. 조선사들은 이번 호황을 기회로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도 속속 마련하고 있다.

①13년만에 쾌거…K-조선 '연간 흑자' 유력

연이은 수주 잭팟으로 국내 조선 '빅3' 기업(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3분기 일제히 흑자를 달성했다.

향후 호실적이 이어지며 올해 연간으로도 13년 만에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회사별로는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미포 등 조선 부문 자회사의 선전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으로 3984억원을 올렸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56억원, 1199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도 모두 흑자를 냈다.

조선 3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9350억원 ▲한화오션 689억원 ▲삼성중공업 3285억원으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증권가 추정 실적 전망치도 연간 흑자를 예측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이들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HD한국조선해양 1조3989억원 ▲한화오션 1734억원 ▲삼성중공업 4736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올해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경우 4년 만에 연간 흑자를 올리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쌓아놓은 저가 수주 물량이 발목을 잡으며 한화오션은 지난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일시적으로 적자 전환하며 주춤했지만, 1개 분기 만에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청신호를 켰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연간 영업이익으로 조 단위를 거두며 '1조 클럽' 가입이 예약돼있다.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중간 지주사가 설립된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조선업계는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빈 도크 없이 '풀 가동'으로 건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로 선박을 건조하면 건조할수록 영업 손실이 커지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현재 LNG(액화천연가스), 암모니아 운반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끊이지 않으면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는 한화오션을 제외한 나머지 두 조선사는 올해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모두 수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만큼 현재 모든 조선소가 빈 도크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도크 활용 계획을 면밀히 수립한 만큼 차질 없이 선사에 선박이 제때 인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2024.1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②수익성 개선 이끌었다…K-조선 선별수주 전략

조선업 '슈퍼 사이클'은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따른 선별 수주를 더 돋보이게 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저가 선박 발주가 나오면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며 인도 예정 선박을 고가 물량으로 채우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저가에 발주된 선박 대신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주문을 받고 있다. 3년~3년 6개월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이윤이 남지 않는 선박을 수주할 이유가 없어졌다.

업계에선 "3~4개월 정도는 수주가 끊기더라도 일감이 충분한 정도"라며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에 선박을 수주해야 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수주하는 선박 가격이 점점 상승하는 국면에 접어든 이유도 조선사가 저가 물량을 수주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기준으로 보면,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들이 올해 수주한 LNG운반선은 8척이다. 올해 5월 계약 금액은 척당 3667억원으로 올해 2월의 척당 금액(3589억원) 소폭 상승했다.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는 올해 1월 척당 1586억5000만원에 수주했지만, 지난달 1698억0000원으로 상승했다.

이익이 남지 않을 선박 입찰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올해 중국 조선소로 대형 컨테이너선과 탱커 선박이 몰렸는데, 한국 조선소에 매력적이지 않은 물량이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10월 대형컨테이너선(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6척을 수주했는데 이때 척당 가격이 2822억원에 달했다. 올해 1월 일본 선사가 중국 조선소에 발주한 1만3000TEU급 선박의 척당 가격 2301억원 보다 확연히 높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사들은 올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올해 3분기 고가 물량 건조에 나서면서 영업이익률을 10.8%로 끌어 올렸다. 제조업 일반 영업이익률이 4~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호황 수혜를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조선사들의 도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조선사로의 누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업계는 선박 인도 일정이 급한 선주, LNG 사업에 참여한 중국 합작 법인(JV) 등이 현재 중국 조선소를 찾고 있다고 본다. 중국 LNG 수요를 노린 기업 외에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LNG운반선은 한국에 맡기고 싶어한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서는 상황으로 당분간 일감 걱정이 없을 정도로 한국 조선사들의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③내년 신조선 발주량 감소…"빠른 대응 필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주요 3사의 올해 연간 동반 흑자 가능성이 언급되며 호황을 맞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에는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 감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5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42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올해 5900만CGT 내외와 비교해 2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발주량 감소로 인해 한국 역시 올해 1050만CGT보다 약 10% 감소한 950만CGT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됐다.

이 같은 추정은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컨테이너선 발주량 감소를 주 요인으로 꼽았다.

LNG선의 경우,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2차 계약물량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 발주된 이후, 하반기 발주량은 크게 감소했다. LNG 해운시장의 운임과 용선료까지 하락하며 단기 수요가 위축됐고, 내년에는 큰 폭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컨테이너선 역시 과거 발주된 신조 선박의 대량 인도로 선복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내년에도 LNG선 등 선별 수주를 통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수요 감소로 절대적인 수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 전략을 가동 중인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액은 감소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올해 315억달러 내외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약 2% 감소한 310억달러 규모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이 약화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수주 1위를 기록했지만 2021년부터 자국 발주 물량을 등에 업은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영국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선박 수주 누계에서도 중국이 3467만CGT(70%)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국은 872만CGT(점유율 18%)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국내 조선사들의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R&D(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전략적 투자가 강화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대중국 경쟁력을 회복할 반격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의 요구를 파악, 분석하고 선주 입장에서의 차별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이에 투자하는 전략경영의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산재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해 젊은 내국인의 진출을 유도하고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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