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에도 가계도 있다…세 소행성군에서 70% 배출
4천만년·750만년·580만년 전 충돌 파편들
궤도를 이탈해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은 지구의 역사를 바꿨다.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켜 포유류의 시대를 연 10km 크기의 소행성 충돌은 우리가 아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4억6600만년 전엔 화성 궤도에서 일어난 소행성 충돌 사건의 파편들이 쏟아지면서 당시 지구 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해양생물의 85%를 절멸시켰다. 크고 작은 소행성과 그 파편들은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하루에 약 50톤의 유성체가 대기권에 진입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분은 대기권에서 타버리지만 하루에 최대 50개는 운석으로 남아 지구상 어딘가에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이들 가운데 과학자들과 수집가들이 발견한 건 지금까지 7만여개에 이른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의 85%는 콘드라이트라고 불리는 석질 운석이다. 콘드라이트는 콘드룰이라는 둥근 입자가 있는 돌 운석으로, 원시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 원반의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은 비휘발성의 일반 콘드라이트이고, 일부는 유기물질이 함유된 탄소질 콘드라이트다. 일반 콘드라이트는 다시 철 함량을 기준으로 세가지 그룹(H, L, LL)으로 나뉜다. H는 철 함량이 많다는 걸, L은 철 함량이 적다는 걸 뜻한다.
콘드라이트의 고향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다. 소행성대 안쪽은 S형 소행성(일반 콘드라이트), 바깥쪽은 C형 탄소질 소행성(탄소질 콘드라이트)이 주류다.
마살리아, 코로니스, 카린 소행성군
그렇다면 지구의 운석들은 소행성대의 어디에서 날아왔을까?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 유럽남방천문대(ESO), 체코 찰스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지금까지 알려진 운석의 90% 이상의 고향을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세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운석의 70% 이상은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는 3개의 소행성군에서 왔다.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세 가지 소행성군은 마살리아와 카린, 코로니스다. 이 소행성군은 각각 4천만년 전, 750만년 전, 580만년 전에 일어난 충돌로 생겨났다. 태양계 역사 46억년에 견줘 보면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때 생겨난 암석 파편들이 이후 여러가지 이유로 소행성군을 이탈한 뒤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날아왔다는 것이다. 햇빛이 암석 표면을 고르지 않게 가열하면서 파편을 이동시키는 야르코프스키 표류 효과, 지나가는 행성의 중력 영향, 파편 간의 충돌 등이 어우러져 이들을 지구로 가는 경로에 올려놓았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의 모양과 화학적 구성, 소행성대 구성 물질에 대한 망원경 관측 결과를 토대로 소행성군의 충돌과 궤도 변화를 추정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운석의 고향을 추적한다.
이런 방법으로 지금까지 확인한 운석의 고향은 달과 화성, 소행성대에서 두번째로 큰 천체 베스타 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전체 운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껏해야 6% 정도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좀 더 세밀한 모의 실험을 통해 운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드라이트의 고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전체의 37%에 해당하는 엘(L) 콘드라이트 운석은 약 4천만년 전 충돌을 통해 형성된 마살리아 소행성군에서 왔다는 걸 확인했다. 마살리아는 지구~태양 거리의 2.41배 거리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소행성군이다. 연구진은 운석의 연대 측정을 통해 마살리아 소행성군은 애초 4억6600만년 전 200km 크기의 소행성이 부서지면서 처음 형성됐으며, 4천만년 전의 충돌은 30km 크기의 두 소행성이 일으킨 두번째 사건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운석의 33%를 차지하는 에이치(H) 콘드라이트는 760만년 전에 형성된 코로니스2 소행성군과 580만년 전에 형성된 카린 소행성군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두 소행성군은 20억년 전에 형성된 코로니스 소행성군의 후속 분열을 통해 만들어졌다.
1억년 후엔 운석 공급 끊길 듯
세 소행성군은 언제까지 지구에 운석을 공급할까?
연구진은 세 번의 충돌로 인해 생긴 암석 파편은 1억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것이며 또 다른 소행성 충돌이 새로운 운석의 고향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운석의 8%를 차지하는 LL 콘드라이트의 고향은 2억년 전에 형성된 플로라와 니사 소행성군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에도 주목했다. 이 암석이 지구 운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채 안된다. 하지만 이 운석을 배출한 탄소질 소행성은 소행성대 전체 질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탄소질 콘드라이트의 고향으로 800만년 전에 형성된 베리타스 소행성군을 지목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버거 슈미츠 룬드대 교수(지질학)는 사이언스에 “이번 연구는 소행성에서 직접 표본을 채취한 것에는 못 미치지만, 가능한 가장 확실한 사례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약 10%의 운석 기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다음엔 5천만년 전에 형성된 소행성대를 추적해볼 계획이다.
한국에서 발견된 운석은 6개
운석은 재질에 따라 석질운석(stony meteorites), 철질운석(iron meteorites), 석철질운석(stony-iron meteorites) 3종류로 나뉜다.
전체의 94%는 석질운석이다. 석질운석은 콘드라이트(chondrites, 구립운석)와 어콘드라이트(achondrites, 무구립운석)로 구분되고, 전체 운석의 86%는 콘드라이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견된 운석은 기록상 총 6개다. 이 가운데 4개는 석질운석, 2개는 철질운석이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은 2014년 3월9일 경남 진주 일대에 떨어진 운석이다. 진주운석은 석질운석으로 모두 4개가 발견됐으며 총 무게는 34kg이다. 1943년 전남 고흥에서 발견된 두원운석 이후 71년 만에 국내에서 낙하가 목격되고 회수된 최초의 운석이다.
운석은 어떻게 판별하나
운석은 지구의 암석과 비교해 성분이나 생성 환경이 다르지만 육안으로 운석을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육안으로 볼 때 운석의 가장 큰 특징은 암석 표면에 난 용융각이다. 용용각은 운석을 둘러싸고 있는 1mm 안팎의 얇은 껍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운석이 빠른 속도로 낙하하면서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 표면이 녹았다가 식으면서 생긴 것이다. 석질운석의 용융각은 반들반들한 유리질이다. 그러나 지구에 떨어져 오랜 세월이 흐르면 풍화로 인해 용융각도 벗겨진다.
또 대다수 운석에는 자성이 있는 금속철과 니켈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자석으로 이를 확인해 보면 운석 여부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일반 암석보다 무겁고 암석 내부의 색상이 금속처럼 밝은 색인 경우가 많다. 암석에 구멍이 있다면 운석이 아닐 확률이 높다. 운석은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돌이어서 구멍이 없다.
만약 운석으로 의심되는 돌을 봤다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운석신고센터(https://www.kigam.re.kr/meteor/)에 운석 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 1차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을 첨부해 온라인 감정 의뢰를 한 뒤, 운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료에 대해 2차 실물 감정을 받을 수 있다.
운석신고센터의 김태훈 박사는 “신고센터를 통해 연간 약 700∼800건의 운석 감정 의뢰가 들어오고 있으나 진주 운석 이후 아직까지 운석으로 판명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8007-6
The Massalia asteroid family as the origin of ordinary L chondrites.
https://doi.org/10.1051/0004-6361/202450532
Source regions of carbonaceous meteorites and near-Earth objects.
https://doi.org/10.1038/s41586-024-08006-7
Young asteroid families as the primary source of meteorit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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