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퇴직한 나에게 묻는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11.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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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 35년 정년 퇴직

10월 31일 2명의 후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정년퇴직한다고 한다. 후배 한 명은 35주년 근속에 감사한다는 기념패를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과 아쉬움을 남기고 정리할 것도 없는 책상을 마지막 보며 정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한다. 옛날 선배들은 정년퇴임식장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사진 촬영 후 식사하고 퇴직했다. 하지만 요즘은 회사 차원의 정년 퇴임식은 없고 팀 단위로 송별회를 한다. 정년 퇴임하는 날, 후배들은 전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식사하자는 사람도 없다. 마지막 출근이라 생각해 정장을 입었는데 더 어색하다. 후배인 임원이 차 한잔 하자고 한다. 퇴직 후 뭐 할 것인가 묻는다. 다 내려 놓고 조금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하니 아무 말 없다. 다들 불편해하는 듯하다. 팀장이 오전 근무하시고 가시라고 한다.

가만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가?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되어 있을까? 이 곳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바쁠 때에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치와 성과라는 생각도 없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잘하고 있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기계적으로 일했고 바빴다. 후배도 10월 31일 정년퇴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이 많아 퇴직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할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회사 근무 시에는 회사를 위해 일을 했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퇴근하는 후배에게 간단하게 축하한다는 말, 이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개인적으로 정년 퇴직을 하지 못했지만, 은퇴를 생각하며 몇가지 생각에 잠겨본다.

남은 삶에 대해 묻는다.

얼마 전, 선배와의 대화에서 선배가 “몇 살까지 살 것 같냐?” 묻는다. 100살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120살이란다. 120살이라면 몇 살까지 일해야 하는가 생각했다. 80대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건강, 재산, 직무 등에 대한 수 많은 생각이 이어진다. 두 팔과 두 발로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병실에 누워 의식 없는 120세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하거나 끊고 운동을 지속해 몸무게를 일정하게 가져가야 한다. 최소한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서는 곤란하다. 120살까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 정도의 생활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나? 지금 가진 재산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80대까지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으며, 그 일의 가치나 성과를 남들이 인정하고 사주겠는가? 답답함이 밀려온다.

30년 넘게 일을 했으면 남은 인생은 조금 여유를 갖고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며 즐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근무했던 동료나 후배로부터 전화 한 통 없다. 가족들도 퇴직한 남편, 아버지가 집에 있는 것에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회사에 집중했기 때문에 집 주변에서 할 수 있거나, 찾아갈 곳이 없다. 매일 시간이 부족해서 계획을 세우고 쪼개 사용했는데, 하루가 너무나 길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습관이 되어 그 시간이 되면 일어나게 된다. 아침을 먹고 책을 읽으려 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밖에 나가지만, 갈 곳이 없다. 소파에 앉아 평소 보지 않던 텔레비전을 틀지만 재미가 없다. 이렇게 30년 넘게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퇴직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에게 5가지 질문을 해보라고 한다.

1) 내가 바라는 가장 멋진 모습은 무엇인가?

2) 나는 이 모습을 왜 원하는가?

3)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이것이 나의 남은 미래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줄까?

5)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 일은 무엇인가?

사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뭔가 해보고 싶은데, 준비되어 있지 않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두렵다. 주변 지인들은 생계형 사업이나 언덕이 없는 상태에서 지인 말만 듣고 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가능하면 있는 재산 까먹지 않는 일을 하라고 한다. 다 내려놓으라는 말도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늦었다고 생각하기 보다, 현재의 자신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주변에 자신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시간을 죽이는 사람이 아닌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때가 되어 밥을 먹는 사람이 아닌 땀 흘리고 배고파서 밥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와 자부심이다. 가정, 건강, 작은 사회 활동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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