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화문연가’ 이토록 찬란한 죽음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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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답은 음악에 있었다.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이를 증명한다.
2017년 초연을 시작으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은 '광화문연가'는 죽음을 앞둔 '명우'가 인연을 관장하는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추억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토록 찬란한 죽음길이라면 콧노래를 내도 인정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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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은 굵고 길다? ‘광화문연가’
죽음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답은 음악에 있었다.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이를 증명한다. 2017년 초연을 시작으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은 ‘광화문연가’는 죽음을 앞둔 ‘명우’가 인연을 관장하는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추억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옛사랑’, ‘소녀’,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등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로 넘버가 구성된 만큼 8090년대의 향수를 자극, 누구나 경험해 봄직한 가사와 감성으로 공감을 형성한다.
실제로 120분 동안 휘몰아치는 ‘광화문연가’는 고작 1분 서사에 지나지 않는다. 즉 작가, 배우, 연출진 모두가 ‘주마등’이라는 시공간에 진심이라는 말. ‘인생여섯컷’이 담긴 액자 속에서 45초, 15초, 후한 0.5초의 추가 시간으로 흐르는 탓에 다급한 전개는 아쉬울 수 있으나 다정한 시선이 녹아있어 몰입은 어렵지 않다.
이번 4연은 무대의 변주가 두드러진다. 팝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눈보다 귀에 집중되도록 3층 세트 하나로 전달력을 높인 것. 단조로운 연출에도 불구하고 상승과 하강, 전진과 후진을 통해 입체감은 잃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월하’의 등장과 퇴장은 더욱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 한국인이 좋아하는 꽉 닫힌 해피엔딩
생과 사의 문턱을 넘기까지 60초. 기억의 전시관에 도착한 ‘명우’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한다. 입고 있는 수의처럼 온통 하얀 공간은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숨결이 느껴지는 듯한 커튼의 보드라운 움직임이 긴장을 늦춘다.
그렇게 두려움에 매몰될 새 없이 ‘월하’와 ‘그대들’은 ‘명우’를 첫사랑의 추억으로 인도한다. 퇴색되거나 미화됐던 장면들을 바로 보고 다시 보며 젊은날을 노래한다. 서툶을 책망한 스스로를 용서하기까지,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꿈을 잇기까지, 곁을 지켜준 이에게 사랑을 말하기까지 이리도 오래 돌아왔구나 하며.
‘명우’와 ‘수아’, ‘시영’의 과거에 관객들은 같이 애틋하다 허탈하기를 반복한다. ‘기억이란 사랑보다’, ‘사랑이 지나가면’, ‘사랑은 한줄기 햇살처럼’ 등 인물마다 주장하는 사랑 노래는 각자의 입장차이를 낳았다가 모두의 만장일치로 수렴된다. 이에 관객들도 저마다의 플레이리스트를 편곡하며 인생을 회고하기 바빠 보인다.
결국에는 해피엔딩. 천국을 연상케 하는 날개가 처음과 끝을 장식하듯 무릇 ‘죽음’도 축제처럼 맞자는 메시지가 극을 관통하고 있다. 초반의 어둡던 분위기는 사그라들고 모두가 하나 되어 외치는 커튼콜에서의 환히 걷힌 개운한 표정들이 장관이라면 장관이다.
# ‘윤명우X차월하’ 전율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명창들이 앞다퉈 말아주는 넘버는 극에 카타르시스를 더한다. ‘윤명우’(윤도현)와 ‘차월하’(차지연)의 녹진한 케미가 4년 만에 부활하면서 또 한 번 ‘고음 맛집’을 맛볼 수 있게 된 것. ‘붉은 노을’로 가까워졌다가 ‘휘파람’으로 멀어지게 하는 이들의 가창 공격은 당해낼 자가 없다.
사랑 앞에서 ‘명우’는 앙큼한 데가 있는 캐릭터다. 윤도현의 건조한 미소와 호소력 짙은 보컬에 얼렁뚱땅 눈감아주게 될 뿐. 그런가 하면, 3500살의 ‘월하’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두부와 막걸리로 잔망을 자랑하는 차지연의 연기는 박수가 자연히 따라올 터. 이토록 찬란한 죽음길이라면 콧노래를 내도 인정이지 아니한가.
한편 본격 귀호강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오는 25년 1월 5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진주 기자 lzz422@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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