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출판계약·독서인증·북토크… ‘한강의 기적’은 진행형
출판계는 ‘행복한 비명’
‘심여사는 킬러’‘기억서점’ 등
英출판사,韓작가와 잇단 계약
독자들 ‘완독 너머 정독’
SNS에 맘에 드는 구절 올리고
서점, 평론가 초빙 독서 클래스
한국의 출판사와 독자들은 바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부터 약 한 달, 출판사들은 한국문학을 향한 해외의 관심에 바쁘고 독자들은 한강의 작품을 읽는 데 여념이 없다.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한강의 작품은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에서 1∼7위까지 줄 세웠고 판매량은 100만 부를 진작 넘어섰다. 서점에서 팔려나간 100만 권의 한강 책은 이제 독자 옆에 놓여 있다. 한국문학의 호재를 등에 업고 작가들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시간이 시작됐다.
출판계에서는 최근 ‘억대 계약’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심여사는 킬러’(자음과모음)는 대형 출판 그룹 펭귄랜덤하우스 산하의 노프 더블데이 출판사와 2억 원대 선인세 계약을 맺었고 이희주 작가의 장편 ‘성소년’(문학동네)은 영국 팬 맥밀런과 1억 원대, 송유정 작가의 장편 ‘기억서점’(다산북스)은 영국의 하퍼콜린스와 1억 원대로 계약하는 등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연이은 대형 계약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노벨문학상 효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출판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문학에 관한 관심은 올해 초 특히 폭발했다. ‘성소년’을 편집한 정은진 문학동네 편집자는 “기존에 아시아권으로 나아갔던 한국문학이 최근 특히 서구권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며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와중에 노벨문학상과 같은 호재가 있다 보니 물꼬가 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체결된 해외 출판사가 ‘영국’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형 출판 그룹이 다수 속해있는 영국은 영미권 문학의 뿌리이자 미국 등 영어권 독자들과 연결될 수 있는 중추 국가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스웨덴), 공쿠르상(프랑스), 부커상(영국) 모두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국제상 수상을 위해서도 유럽권 출간은 필수적이다. 한강 작가를 비롯해 해외에서 주목한 작가 모두 책이 영어로 번역된 이후에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심여사는 킬러’의 편집을 맡은 최찬미 자음과모음 편집자는 “영국에서 특히 최근 강렬한 서사를 지닌 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것이 더 폭발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에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조남주, 김초엽, 황보름 작가의 작품이 아닌 비교적 낯선 작가들의 작품이 큰 규모의 계약으로 소개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최 편집자는 “이런 대형 계약은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의미”라며 “해외에 출간된 이후에 현지 반응이나 판매량도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독자들은 저마다 SNS에 책 표지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밑줄그어 찍어 올리며 독서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에서는 한강의 책으로 학술대회를 열거나 문학평론가를 초빙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폭력에 대한 구체적 묘사, 무거운 분위기, 시와 같은 문체 등의 이유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이미지를 가진 한강의 책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동네서점에서도 서점 지기, 문학평론가와 함께하는 한강 책 독서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한강의 책을 구매하려는 문의는 많이 줄었어요. 이미 한강의 책을 구매했거나 내용을 듣고 구매를 망설이는 손님이 대부분이죠.” 서울 용산구에서 여러 문학 클래스를 열고 있는 동네 책방 대표는 한강의 책을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작품세계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하며 추천과 조언을 구하는 고객이 많아 클래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서 모임도 한강 삼매경에 빠졌다. 관심사와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 앱 ‘문토’에는 한강을 검색하니 한강의 작품을 함께 읽고자 제안하는 독서 모임이 다수 눈에 띄었다. 수상 이전부터 존재하던 ‘한강변 달리기 모임’ 등은 인기 순위에서 하단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실제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한강 책을 구매해 읽고 있다는 30대 경모 씨는 “이전에도 한강 책을 읽다가 어려워 덮어버린 적이 있다”며 “함께 읽는 이번만큼은 완독뿐 아니라 어디 가서 한강 좀 읽었다 할 수 있도록 분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재우·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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