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사라진 KS 2연패…KIA가 다시 왕조 열려면
KIA 내년 시즌 명운도 ‘지속성’에 달려
2007년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고 4년간 3차례 통합우승을 이룬 김성근 최강야구 몬스터스 감독이 당시 ‘KBO 왕조’ 하나를 세운 동력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의 시작은 ‘패배’였다.
김성근 감독은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 뒤 아시아 리그 챔피언이 참가하는 코나미컵 시리즈에서 KBO리그 팀 최초로 일본 챔피언 주니치 드래곤즈를 잡았지만 결승에서 다시 만난 주니치와 대결에서 5-6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요즘 풍경으로는 상상도 어려운 결정을 한다. 일본 도쿄에서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일정을 현지에서 바꿔 곧바로 마무리캠프지인 일본 고치로 이동한다. 김 감독은 최근 “그때 결승에서 진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그 대회에서 더 채워야 할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통합우승 뒤 기쁨에 젖어있을 시간에 다시 훈련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든 것일 수도 있었다.
KBO리그는 지금 ‘왕조’라는 말 자체가 전설로 돼버린 시간을 지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한 뒤 2년 연속 정상에 서는 팀이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 내년은 올해 통합우승에 성공한 KIA가 왕조 도전에 나서는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2007년 첫 우승 시즌 첫 타율 3할을 기록한 정근우와 첫 100안타 고지를 넘은 최정을 비롯해 박재상, 김강민 등 당시 20대 초중반이던 선수들이 몇 년간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삼성은 2011년 깜짝 1번타자로 25세 배영섭이 등장한 가운데 마운드에서는 이미 가능성을 보였던 차우찬과 안지만이 선발과 불펜 주축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최형우가 데뷔 첫 3할(0.340)에 30홈런을 때리며 특급으로 도약한 원년이기도 하다.
두산 또한 정규시즌 3위로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밟은 2015년과 2016년을 보내며 수면으로 올라온 박건우 허경민 김재환 등 국가대표급 야수들이 몇 년간 성장하며 리그 최강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챔피언 LG가 왕조의 출발을 알리고도 올시즌 주춤했던 것은 반대로 이제 막 올라온 선수들이 계산만큼 성장하지 못한 탓이었다. 문보경과 신민재 같은 야수들은 한 단계 올라섰지만 박명근과 백승현, 이우찬, 이지강 등 유망했던 투수 자원이 지속력을 보이지 못했다. 2023년 불펜 자책 1위(3.43)에서 올해 6위(5.21)로 주저앉으며 수치로도 대변된 내용이다.
2024시즌 챔피언 KIA의 내년 시즌 명운 또한 같은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마운드에선 마무리 정해영, 셋업맨 곽도규와 선발진의 황동하, 김도현 등 젊은 자원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타격에서 단번에 리그 최정상으로 올라선 김도영과 더불어 한준수 변우혁 등이 고개를 든 시즌이었다. 여기에 이미 주전이지만 여전히 젊은 최원준 또한 성장 여력이 있다. KIA는 양현종이 이끄는 마운드, 최형우가 버티는 타선, 안방의 김태군까지 투타 수비 모두에서 베테랑 그룹은 이미 탄탄한 편이다. FA 시장에서 클럽하우스 리더도 찾고 싶어하는 일부 구단의 고민은 남의 일이다.
KIA가 내년 시즌에도 정상을 향해간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리그의 왕조 역사에 힌트가 있다. 목표를 향해 순항한다면, 사령탑 첫해 봄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내뿜은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 또한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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