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반드시 도래"…벤츠, 배터리 '가치사슬' 구축
'제품 추적 가능' 생산 공장…배터리 재활용 공장도 가동
[더팩트ㅣ슈투트가르트·쿠펜하임(독일)=최의종 기자]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서 등장한 전기차는 현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에 있다. 가격과 화재 불안감, 충전의 불편함 등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데 분명한 믿음이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방문한 독일 헤델핑겐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 공장은 전기차 시대에 대한 메르세데스-벤츠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변속기를 생산했던 해당 공장은 지난 2021년 고성능 배터리 생산으로 재탄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운터튀크르하임 부지 일부에 있는 헤델핑겐 공장은 EQS와 EQE 모델 배터리 시스템 생산을 맡고 있다. 1만6500㎡ 면적 공장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 중이었다.
전기차용 배터리 가장 기본 요소는 셀이다. 여러 개 셀을 묶어 놓은 것이 배터리 모듈로, 프레임에 넣은 조립체다. 배터리 팩은 배터리 셀 또는 모듈을 여러 개로 모은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스템 최종 형태가 배터리 팩이다. 해당 공장은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를 만든다.
취재진이 방문한 공장 생산 라인에서는 70개 이상 생산 스테이션에 50여개 로봇이 작동하고 있었다. EQS 배터리 시스템은 12개 셀 모듈과 전력 전자 장치를 통합하는 EE-컴파트먼트로 구성됐다. 해당 EE-컴파트먼트는 베를린 부지로 이동돼 조립된다.
거대한 주황색 팔 모양 로봇 2개는 셀 블록을 잡아 계산된 정량의 히트 페이스트(반죽)를 바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우징 위로 셀 블록이 올라가면 열이 날 수 있기에 열을 빨아들이는 작업이다. 하우징은 배터리와 관련 부품을 일체화한 모듈을 상자 형태로 감싸는 부품이다.
이후 이동한 20여개 카메라가 위치한 공간에는 검은색 장갑을 낀 작업자 2명이 23개 EE-컴파트먼트를 조립하고 있었다. 모든 작업은 디지털화돼 스크린에 출력된다. 아울러 모든 정보가 전자 문서로 보관돼 제품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완성한 제품은 테스팅 스테이션으로 이동된다. 내부 테스트와 함께 작업자가 맨눈으로 확인하는 시각 검사 진행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85가지 테스트 기계를 이용해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생산 공장 관계자는 "한국에 수출하는 차량 배터리 패키징을 여기서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셀 공급 업체가 어디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셀 공급사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여러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차량 정보도 있는지 묻는 말에 공장 관계자는 "있을 것 같다"라며 "해당 차량 배터리 정보는 공장에서 확인하지 않고 관련 자료를 R&D(연구개발) 부서에 넘겼다"고 답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배터리 생산에 나선 것과 별개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쿠펜하임 외곽에서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을 열었다. 습식 야금 파일럿 공장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초로 만들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기계 엔지니어링 회사 SMS그룹과 호주 프로젝트 개발사 네오메탈스 합작사 기술 파트너 프리모비우스와 협력해 만들어진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기계 공정과 화학 공정을 거쳐 연간 2500톤을 처리할 예정이다.
기계 공정에서 모든 물질을 파쇄해 작은 입자로 만들면 이를 화학 공정에 있는 100개 탱크가 각 물질을 추출한다. 진공 드라이와 여과 등을 거쳐 검은색 가루 형태인 '블랙매스'가 만들어진다. 블랙매스는 희소금속을 뽑아낼 수 있는 중간 가공체다.
록사나 마리아 트루타 배터리 재활용 공정 개발 담당 매니저는 "습식 공정으로 물질 질량 기준 96%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라며 "고로가 필요한 건식이 아닌 습식 공정으로 회수율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포함한 전 세계 공장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도시 광산'을 만드는 곳이다. 배터리 전체 가치사슬 전문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 나은, 더 좋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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