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태연 X 샘 스미스, 보컬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성진 기자 2024. 11. 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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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 고민과 해석‧계획 돋보이는 콜라보
단아‧차분한 가창방식이지만 하이엔드 레벨
브릿지 마지막서 태연 특유의 매력적 고음 잘 표현
태연만의 하모니, 원곡 잊게할 만큼 슬프고 달아
보컬 미학 절정은 드라마틱 고음보다 ‘진득’한 저음
느린 호흡, 실크 같은 고음까지 태연의 독보적 가창력
비대면 진행과 믹싱 방식은 2% 아쉬움
각 마이크 EQ 달라 한 호흡으로 오가는 느낌 없고
두 아티스트 연결 다소 부드럽지 못해
사진=샘 스미스 유튜브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R&B 소울 아티스트 샘 스미스가 2014년 발표한 I'm Not The Only One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다. 샘 스미스의 데뷔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내면 깊은 곳을 울리는 특유의 정서와 매력적인 소울 톤은 전 세계의 주요 차트 1~3위권 랭크와 그래미 수상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했다. 음악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곡이다.

샘 스미스는 원곡 발매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월 29일 태연과 함께한 I'm Not The Only One을 선보였다. 태연과의 콜라보 음원이 발매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발매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태연이 함께한 I'm Not The Only One은 태연-샘 스미스-태연-샘 스미스에 이어 함께 가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곡을 플레이하는 순간 낯섦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어 원곡에 익숙했던 곡이라 한글 가사로 시작되는 순간 잠깐 익숙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마치 명곡 'Hotel California'를 틀면 유명한 기타 인트로에 이어 나오는 "On a dark desert highway / Cool wind in my hair"란 영어 가사가 "어두운 사막 고속도로를 달리니 시원한 바람이 머리에 불고"라는 한글 가사로 노래하는 것과 같은.

그러나 이런 낯섦은 아주 잠깐일 뿐, 빠른 순간 익숙한 분위기로 바뀐다. 태연의 힘이다.

워낙 잘 알려진 곡인 만큼 두아 리파를 비롯해 멜로망스, 폴킴, 정승원, 제시 등 국내외 많은 가수가 커버했다. 알리샤 키스 또한 태연처럼 샘 스미스와 듀엣으로 노래했다.

그간 이 곡을 노래한 여러 가수와 달리 태연은 극히 단아하고 차분한 진행을 보인다. 중후반부터 살짝 기교를 부리는 샘 스미스와는 달리 태연은 시종 조미료(기술)를 넣지 않고 정직한 방식으로 노래한다. 흔한 꺾기나 비브라토조차 최대한 자제하며 소리 자체의 미니멀에 충실하려고 한다. 내 개인적으론 그래서 더 좋았다. 예를 들어 알리샤 키스와 샘 스미스 듀엣만 해도 가창이 화려하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진행인 것이다.

최고 가창력의 태연임에도 이처럼 단아하게 노래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즉 음악이건 영화건 문학이건 미술이건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화려한 기술 대신 안으로 삼키듯 하지만 그 내공은 역시 태연이란 감탄이 나올 만큼 하이엔드 레벨이다. 이번 콜라보 처음부터 끝까지 여실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연출방식은 드라마 OST를 부르며 다진 태연만의 또 다른 깊이의 감정선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런 곡에서 더 빛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홍보가 덜 됐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곡이 나온 줄 모르는 관계 전문가들이 많아 의외였다. 의미가 있는 곡인 만큼 좀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곡 이해를 위해 여러 보컬 전문가들에게 태연과 샘 스미스 콜라보에 대한 평을 들어봤다.

워너원, 케플러, 하현상, 세븐틴, 김나영, 십센치, 유니스 등 많은 아이돌과 작업한 보컬디렉터 겸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김기원 교수는 "원곡이 워낙 유명해서 처음 들었을 때 한국말이 주는 이질감이 컸지만 듣다 보니 한국어 느낌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보컬 스타일을 맞춰 부른 것 같고, K팝이 글로벌 영역으로 우뚝 선 시대에 각기 다른 서로의 언어로 하나의 노래를 표현한다는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좋은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김기원 교수는 "원곡 키(key)로 부르다 보니 여자가 부르기엔 매우 낮은 음역이고 길이도 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벌스를 가사의 느낌을 잘 살리며 깔끔하게 표현했다. 특히 브릿지 마지막 부분에 샘 스미스와 같이 하모니를 진행하는 부분은 태연 특유의 호소력 있고 매력적인 고음-태연의 시그니처 톤이라 할 만큼-이 잘 표현됐다고 본다. 요즘 흔히 말하는 '극락파트'랄까. 보컬 레벨이 좀 작게 녹음돼 태연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한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미국 등 해외보다 좀 가깝게 믹싱하는 편"이라며 "그런 스타일을 견지한 현지인들이 작업한 것이라 리버브도 많은 느낌이고 따라서 태연만의 특장점을 100% 담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민아영 한양대 실용음악과 보컬 교수는 "태연이 첫 소절을 내뱉을 때, 영어가 아닌 한국어 번역의 이질감이나 샘 스미스의 목소리가 아닌 태연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첫 소절이 흐르고 두 번째 소절을 시작하며 벌써 태연의 말 하듯 노래하는 집중력과 감정선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민아영 교수는 "두 번째 벌스에서 리듬을 살며시 레이백하며 감정 몰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 스토리 주인공의 심정을 돋보이게 한다. 쏟아내지 않고 절제해 오히려 다음을 기대하게 하고 숨죽여 듣게 된다. 후렴부 가성 처리 후 바로 쏟아내는 'I'm Crazy~'부분으로 곡이 한층 무르익으며 원곡처럼 따라부를 수 있게 된다.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그 후에 샘 스미스가 2절을 넘겨받으며 노래가 무르익어 가면서 이 곡의 도입부에서 태연의 배려를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샘 스미스가 절정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본인의 가창을 절제해 곡 해석을 한 부분, 그로 인해 샘 스미스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몫을 남겨 놓았다"고 평했다.

민아영 교수는 "한번 들으면 강렬히 좋은 기억으로 기억될 만큼 가창에 대한 고민과 해석, 계획이 돋보이는 인상적인 콜라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둘이 만나 함께 노래한 게 아니다 보니 태연과 샘 스미스의 보컬 마이크 EQ가 달라서 같이 한 호흡의 맥락으로 부드럽게 오가는 느낌이 아니었다"는 걸 아쉬움으로 들었다.

서근영 경희대 실용음악과(포스트모던음악학) K팝 보컬 교수는 "독특한 매력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콜라보"라며 "태연은 1절에서 벌스를 한국어로, 후렴은 영어로 노래하며 언어 전환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특히 낮은 음역대 벌스에선 태연의 저음 톤이 돋보이며, 흉성에서 발현되는 깊이 있는 로우 톤과 진성-가성 전환의 능숙함을 통해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이 곡이 태연에겐 낮은 음역대였지만,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잘 소화해내며 보컬 역량을 발휘했다"고 평했다.

서근영 교수는 "그러나 이 듀엣은 전반적으로 샘 스미스의 오리지널 버전에 맞춰진 느낌이 강해, 두 아티스트의 조화로운 연결이 부족해 보인다"며 "듀엣곡의 묘미는 각자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함께 부를 때 두 보컬리스트가 혼자선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시너지를 발산하는 데 있다. 특히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는 순간, 샘 스미스가 태연의 1절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두 보컬의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해, 듀엣의 몰입감과 음악적 흐름이 약간 끊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예상컨대, 작업 시 오리지널 곡에서 태연이 부를 파트만 빼고, 샘 스미스의 원래 녹음본을 얹어 놓은 채 믹싱한 것 같은). 태연이 자신의 개성과 역량을 잘 살려냈음에도 불구하고, 듀엣곡의 큰 특성인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감정의 클라이맥스는 다소 미흡하게 느껴지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피프티피프티, 소금, 볼빨간사춘기 등을 보컬트레이닝한 '사운드비져블' 디렉터 겸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윤혜린 교수는 "평소의 태연보다 확실하게 가라앉은 저음과 정확한 한글 딕션으로 샘 스미스와 방향을 같이 한 게 느껴진다"고 했다. 윤혜린 디렉터는 "중반부와 후반부로 이어지며 태연 특유의 중‧고음으로 감싸 안은 하모니가 원곡을 잊게 할 정도로 슬프면서 달다"고 덧붙였다.

오한승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보컬 주임교수는 "성숙함보다 한발 더 나아간 원숙미"라며 "우리가 보컬에서 말하듯 노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보컬 미학의 절정은 의외로 드라마틱한 고음보다도 '진득'한 저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완된 성대와 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느린 호흡은 어떻게 보면 명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크 같은 고음을 내는 태연은 그 탄력성을 이용해 첼로 같은 질감의 저음까지 우리에게 선물해 주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오한승 교수는 "하나 더 언급하자면 샘 스미스의 키(key)에 불러야 해서 후렴이 비교적 여자에게 낮은 중음역에 부르게 됐지만 태연의 꽉 찬 진성을 잘 활용해서 후렴의 맛을 잘 살린 것도 태연의 독보적인 가창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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