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디렉터] 실질과세와 조세회피의 연관성

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부 세무사 2024. 1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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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부 세무사
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부 세무사./사진제공=신영증권

매년 세법이 개정되고 있지만 절세를 꾀하는 아이디어와 규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과세 공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정 방안들이 유행처럼 번지면 과세 관청에서 세법개정안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규제·보완하는 현상들이 최근까지도 이어진다. 납세자와 과세 관청은 창과 방패와 같다. 결국 특정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련된 법을 적용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조세평등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규정으로 국세기본법에는 '실질과세원칙'이 있다. 말 그대로 세법의 입법과정이나 집행과정에서 거래 또는 행위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을 적용해 조세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원칙이다. 실질과세와 관련된 최근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식의 양도세 이월과세
최근 절세와 관련해, 이익이 발생한 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후 배우자가 증여받은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증여받은 배우자는 증여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며, 해당 시가가 취득가액이 된다. 따라서 증여 이후 즉시 양도하게 되면 대부분 양도차액이 크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증여 재산 공제 한도인 6억원 내에서는 세금 없이 차익실현이 가능한 구조가 된다. 과거 해외주식 등을 보유한 납세자들에게 효율적인 절세방법으로 많이 알려졌던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이후 1년 이내에 해당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계산 시 취득가액 산정을 당초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적용하여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 규정과 맞물려 2025년 1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의 시행이 불투명해지며 별도로 세법개정안에 포함됐다.

개정 취지는 '조세 회피 행위의 방지'다. 그러나 해당 방법이 국세청에서 발간한 책자인 '2024 한권으로 OK 주식과 세금'에도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한 주식 양도세 절세방법으로 소개가 된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세자 관점에는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국세청이 합법적인 절세방법이라고 안내하였음에도 같은 연도에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당 방법을 조세회피행위로 보고 과세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인 일관성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이익소각
이익소각이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해 주주에게 배당할 재원으로 해당 주식을 소각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해당 주주에게 자기주식 취득대가에 대한 의제배당 과세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본인이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후 해당 배우자의 주식을 회사가 취득해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소각하는 경우, 배우자는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한도로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이 동일할 것이므로 양도차익이 없어 의제배당으로 과세되는 금액도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들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수년간 성행했던 절세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과세 관청에서 해당 거래를 부인하고 그 실질을 본인이 직접 양도한 후 회사가 소각한 것으로 보고 본인에게 의제배당으로 과세한 다수의 사례가 있다. 조세심판원에서도 해당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가 여럿 있다. 한편 최근 대법원에서는 심리불속행으로 과세처분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대부분 '사실관계의 판단'이 쟁점이 되는 만큼 개별 사례마다 납세자와 과세 관청이 이기고 지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자발적으로 규정 내의 방법을 선택한 거래에 대해 이를 부인하고 과세처분을 받은 납세자들은 억울할 수 있다. 반면 납세자가 이러한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자 한다면 소위 '괘씸죄'가 적용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를 무조건 용인할 수도 없다.

조세회피의 의도와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도 실질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는 현행 세법이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부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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