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은 진흙 맞고, 총리 차는 너덜너덜…최악 수해에 스페인 분노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진흙을 맞고 차량이 망가지는 등 봉변을 당했다.
3일(현지시각)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는 이번에 수해를 입은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방문했다.
국왕은 피해 지역을 돌며 위로에 나섰지만, 성난 주민들은 국왕 일행을 에워싸고 “살인자” “꺼지라”며 욕설을 퍼붓고 진흙과 오물을 던졌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피할 수는 없었다. 국왕 일행은 결국 시간을 단축해 파이포르타 방문을 종료했고, 예정됐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했다.
온라인에는 주민들이 산체스 총리의 차량에 폭력을 가하는 모습도 담겼다. 분노한 주민들은 산체스 총리 차량에 돌을 던지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백미러를 망가뜨렸다. 한 주민은 현장을 떠나려던 차량에 밀대로 충격을 가했다. 산체스 총리 차량의 모든 유리가 박살 난 모습의 사진도 올라왔다.
스페인 방송에 따르면 이날 군중이 던진 물체에는 돌과 딱딱한 물체가 섞여 있어 경호원 두 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펠리페 6세는 이후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수해 주민들의 고뇌와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했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신경 쓰는 분위기여서 시민들이 국왕을 향해 물체를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매우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해서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는 10시간 가량이 걸렸다.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며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도 파악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 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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