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수재민에 진흙 맞은 스페인 국왕 부부

박세영 기자 2024. 11.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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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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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늑장대응에 주민들 분노…사망자 집계 217명으로 증가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우산 속 인물)가 3일 수헤지역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찾은 가운데 성난 수재민들의 진흙이 그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했다.

펠리페 6세 국왕과 함께 홍수 피해 현장을 찾은 레티시아 왕비. 얼굴과 머리카락, 옷 등에 진흙이 묻어 있다. EPA 연합뉴스

온라인에는 한 청년이 국왕을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사람들은 마손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거나 “산체스 총리는 어딨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았다.

펠리페 6세는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방문을 종료했다고 AFP 등은 전했다. 파이포르타에 이어 찾으려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며 국왕을 향해 물체를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다.

3일 스페인 피해 현장을 방문해 수재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담한 표정을 짓는 레티시아 왕비의 얼굴과 머리카락, 옷 등에 진흙이 묻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펠리페 6세는 이후 SNS 영상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방송 RTVE는 이날 군중이 던진 물체에는 돌과 딱딱한 물체가 섞여 있었으며 경호원 두 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의 차량 창문도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체스 총리는 이후 수해 주민들의 고뇌와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일 수해 지역에 스페인 군인들이 정찰을 돌고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 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군인 7500명과 경찰 9000여 명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등에 나서게 된다.

3일 스페인의 파이포르타에서 한 여성이 폭우로 침수된 자동차들 사이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와 (자원) 부족이 있고, 절실하게 친지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재해 대응 관련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 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피해 지역은 중앙 정부에 실종자 수색과 구호·복구 작업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마리벨 알발라트 파이포르타 시장은 유로파 프레스에 도시 내 여러 지역에 여전히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차 안에 시신이 있어 이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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