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현장 찾은 스페인 국왕, “꺼지라” 욕설에 진흙 ‘봉변’

최소 62명 숨진 파이포르타 방문
안이한 당국 대응으로 군중 폭발
돌 섞인 물체도···경호원 2명 다쳐

3일(현지시간) 스페인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에게 성난 군중들이 진흙을 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이 던진 진흙을 맞았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주민들은 해당 지역을 걷고 있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다. “살인자들”, “꺼지라”고 욕설도 퍼부었다. 경호원과 수행원들이 우산으로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의 얼굴과 옷 등에 진흙을 맞았다. 펠리페 6세는 파이포르타에 이어 갈 예정이었건 다른 수해 지역 방문을 취소했다.

스페인 방송 RTVE는 이날 군중이 던진 물체에는 돌 등이 섞여 있었고 경호원 두 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의 차량 창문도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체스 총리는 수해 주민들의 고뇌와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으로 보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가구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했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와 부족이 있고, 절실하게 친지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재해 대응 관련해서는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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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폭우 사망자 158명으로 늘어···늦은 대피령이 피해 키웠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1101114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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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간 동안 20개월치 폭우…스페인에 들이닥친 ‘기후 재난’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10312146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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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