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당 500만 마리… 바다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한다 [환경-자연 영화]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2024. 11.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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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피라시

수산업은 농업과 더불어 대표적인 1차 산업이다. 바다나 호수 같은 물속에 사는 어패류와 물고기 등의 수산물을 수확하는 업종을 말한다. 흔히 생선과 관련해 생각되기에 어업이라고도 부른다.

크게 나눠 근해어업과 원양어법, 그리고 양식업이 있지만, 수산물을 가공하는 것도 수산업에 해당한다. 어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수산자원 보호 차원에서 요즘은 양식업도 많이 하고 있다.

미국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 (감독 알리 타브리지, 2021)는 대규모 어업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 '씨스피라시'는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를 합성해 만든 단어이다.

영화는 바다 위 선상에선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바다에 던져버릴 수 있으며, "죽음이 두려우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위협적인 익명 인터뷰 인용으로 시작한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알려 준다.

참다랑어 잡으러 돌고래 죽이는 일본 어부들

이 영화의 감독이자 내레이터로 직접 등장하는 알리 티브리지는 어렸을 때부터 고래와 돌고래 등 바다 생물에 빠져 살았다. 해양 다큐멘터리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바다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고 다짐했고, 대학 졸업 후 22세 때부터 카메라 작업을 시작했다.

바다는 지구 전체 생명체 중 80%의 보금자리이다. 그런데 알리가 살던 잉글랜드 동남부 해안에서도 고래의 사체가 발견되었고, 그 뱃속에서 비닐봉지 30여 개가 발견된 것이다.

고래의 수면 위 호흡은 바다가 살아 있게 하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한다. 고래나 돌고래가 호흡하러 수면으로 올라오면 식물성 플랑크톤이라는 초소형 해양 식물에 비료를 준다. 그 플랑크톤은 매년 아마존 열대 우림의 4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85%를 생성한다.

그는 일본이 상업적 고래 사냥 재개를 공식화하며,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1986년부터 국제적 포경 금지를 시행해 왔지만 여러 나라는 오랫동안 감시망을 피해 사냥을 해왔고, 가장 악명 높은 나라가 일본이었다.

그는 매년 700마리 이상의 돌고래와 소형 고래가 만灣에 몰아넣어져 학살당하고 있다는 일본 혼슈 와카야마현 다이지太地로 향했다. 알리와 파트너 '루시'는 이들을 감시하는 현지 경찰의 미행을 따돌리고 도착 1주일 만에 새벽 시간을 이용해 돌고래를 몰아서 죽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돌고래를 잡아 죽이는 것일까? 돌고래 고기가 거래되는 시장도 없는데 말이다. 어부들은 "돌고래가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어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돌고래를 죽인다고 했다.

하지만 다큐 팀은 인근 기이카쓰우라 항구를 방문한 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항구는 세계 최대의 참치 항 중 하나였고,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어종의 하나인 참다랑어를 대량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번성했던 참다랑어는 현재 3% 정도만 남아 있다.

사실 그곳 어부들은 비싸게 거래되는 참다랑어를 많이 잡기 위해, 참다랑어를 잡아먹는 돌고래를 죽여 왔던 것이다. 돌고래를 죽인다고 해서 참치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당혹스럽게 다가오는 장면이다.

참다랑어처럼 상어 개체 수도 급감 중이다. 환도상어, 황소상어, 귀상어 같은 종은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그 개체 수가 80~99%까지 감소했다. 그로 인해 뜻밖의 다른 종들도 멸종될 처지에 있다.

지느러미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들

'오션스 아시아' 창립자 게리 스토크스는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이다. 먹이사슬의 제일 위에 있는 1급 포식자가 사라지면 그 아래 2급 단계의 포식자 개체 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더 아래 단계의 먹이가 전멸하면 2급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 이런 식으로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까지 연결돼 가장 작은 유기체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환경보호 활동가 폴 드 겔더는 군 복무 도중 시드니 앞바다에서 상어에게 물려 다리 한쪽을 잃은 사람이다. 그런데 상어가 어떤 역경에 있는지 알게 되면서 상어 보호 운동가로 전향했다. 의족을 착용한 그는 "우리는 바다에 상어가 있는 것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상어가 없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큐는 또 사람들이 샥스핀 재료를 얻기 위해 지느러미만 잘라낸 상어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부수 어획bycatch'은 목표 종을 잡는 동안 딸려 오는 다른 해양 생물을 일컫는다. 연구에 따르면 잡히는 해양 생물의 40%는 부수 어획으로 분류돼 즉시 바다에 버려지는데 대부분 물에 닿기도 전에 죽어 있다고 한다.

해양 과학자 캘럼 로버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부수 어획 현황이 잘 파악된 어장들을 보면 그 수가 놀랍다. 아이슬란드의 한 어장에서 1개월 조업하면서 쥐돌고래 269마리와 바다표범 4종 900마리와 바닷새 5,000마리를 잡았다. 아이슬란드 작은 지역의 한 작은 어장에서 이러하니, 전 세계 바다에 대입하면 부수 어획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시 셰퍼드 보존 사회'의 피터 해마스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르는 충격적인 내용 중 하나는 고래, 돌고래에게 가장 큰 위협은 상업적인 어업이란 점이다. 매년 30만 마리가 넘는 고래, 돌고래가 상업적 어업의 부수 어획으로 죽는다"고 주장한다.

어업으로 인한 해양 쓰레기도 커다란 문제이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해양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는 고작 0.03%에 불과했다.

"이는 마치 아마존 열대 우림을 구하기 위해 이쑤시개 사용을 금하라는 것과 같았다."

다큐는 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는 이른바 '플라스틱 섬'의 46%가 그물을 비롯한 어업 장비라고 주장한다.

또 "지구상 가장 외진 바다에도 어업 장비가 넘쳐난다"면서, 플라스틱 때문에 죽는 바다거북이 연간 1,000마리인데 미국에서 어선에 의해 포획되거나 죽는 바다거북 수는 연간 25만 마리라고 주장한다. 대규모 어업으로 인한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다.

90분 러닝 타임의 <씨스피라시>는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대규모 상업적 어업의 현실과 그 부작용에 대해 상당히 강도 높게 비판한다. '팔리 포 디 오션스' 창립자 시릴 거시의 주장이다.

"문제는 어업의 완전한 산업화이다. 우리는 모든 걸 빠른 속도로 파괴하고 있다. 상업적인 어업은 근본적으로 대규모 야생 밀렵과 같다. 매년 2조7,000억 마리에 달하는 물고기를 잡는데, 매분으로 계산하면 500만 마리를 잡는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산업도 이토록 많은 동물을 죽이진 않았다."

전 세계 상업어선 460만 척, 불법 감시 역부족

상업어선이 460만 척이나 되기에 불법 조업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다. 어선에 승선해 조업을 감시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정부 옵서버들이 해상에서 살해돼 수장水葬되기도 한다. 불과 5년 사이 파푸아뉴기니의 옵서버 18명이 실종되었고, 2015년 필리핀에선 '걸리 알파호'라는 이름의 여성 옵서버가 불법 조업으로 체포된 어부의 가족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기도 했다.

소규모 어선의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예 신세이다. 태국 어선에서 탈출한 어느 해상 노역자는 "배 위에서는 법이 없다. 누군가 죽어 나가면 그저 바다에 던지면 끝"이라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다큐는 '지속 가능한 어업sustainable fishing'이 무엇이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과 인터뷰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상업적 어업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양식업의 폐해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그러면서 "바다를 구하기 위해선 해산물 섭취를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편다.

<씨스피라시>가 지적한 내용이 모두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영화가 언급한 일부 주장에 대해 반론이 제기되었고, 일부 통계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분적인 논리의 비약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가장 큰 덕성은 성실한 제작 자세이다. 일본, 홍콩, 미국, 각종 해상 등 현장을 찾아가고, 관심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일일이 인터뷰했다. 또 해당 자료를 분석해서 명료한 그래픽으로 보여 준다. 무엇보다 <씨스피라시>는 "우리 바다가 남획으로 인해 심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아주 박진감 있게 제시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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