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60만개씩 찍어내도 모자랄 판”…138m 생산라인에 쭉 깔린 ‘이 라면’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11. 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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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뻗은 138m 길이의 고속도로를 면발이 질주한다.

이 고속도로 6개 차로에서 쏟아지는 신라면은 하루 360만개다.

'K라면 수출 10억불' 신화의 중심엔 신라면이 있고, 신라면 뒤엔 농심의 심장 구미공장이 있다.

농심은 이 같은 구미공장의 상징성을 고려해 1일부터 3일까지 경북 구미시에서 열리는 '2024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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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경북 구미공장 가보니
고속생산라인 쉴틈없이 가동
올 생산 사상 첫 8천억 돌파
구미 ‘라면축제’도 대성황
3일간 12만명, 수십만개 팔려
경북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 내 유탕면 생산 라인. [사진 출처 = 농심]
쭉 뻗은 138m 길이의 고속도로를 면발이 질주한다. 1999년 깔린 2개의 차로에 2001년, 2004년 각각 2개의 차로가 추가되면서 공장 내 지금의 6차로 고속도로(유탕면 고속 생산라인)가 위용을 갖췄다. 밀가루가 라면으로 나오기까지는 30분. 반죽하고, 홍두깨로 밀 듯 압연하고, 면으로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끓이고 절단하고, 165도로 튀기고 식히는 8개의 공정은 순식간이다. 이 고속도로 6개 차로에서 쏟아지는 신라면은 하루 360만개다.

‘K라면 수출 10억불’ 신화의 중심엔 신라면이 있고, 신라면 뒤엔 농심의 심장 구미공장이 있다.

지난 1일 방문한 경북 구미공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농심에 따르면 올해 생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8% 늘어난 8300억원을 기록, 사상 첫 8000억을 넘길 전망이다. 이 공장의 전체면적은 5만6106㎡(1만6980평), 고용된 인원은 645명이다.

유탕면 생산을 위한 고속 라인 6개를 포함해 16개의 생산 라인을 갖춘 공장은 라면과 과자 665만식을 매일 찍어낸다. 대구와 경북을 합친 인구가 약 5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 경북 지역민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질 수 있는 분량이다. 입사 후 33년간 이곳에서만 근무한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 공장장은 “농심의 여섯 공장 중 명실상부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며 공장을 소개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라면과 과자는 42종이다. 지난해 2년 연속 단일 상품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신라면 국내 생산량의 75%가 구미공장에서 나온다.

2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역 일원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가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제공 = 구미시]
농심은 이 같은 구미공장의 상징성을 고려해 1일부터 3일까지 경북 구미시에서 열리는 ‘2024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했다. 지역 명물이 된 ‘갓 튀긴 라면’을 올해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갓 튀긴 라면은 갓 제조한 라면이 더 신선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마케팅 요소가 됐다. 축제 장소가 구미공장에서 불과 5㎞ 떨어져 있어 회사는 수 시간 전 생산한 라면을 제공할 수 있다.

2022년 시작된 구미라면축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방문객 10만명의 지역 대표 축제다. 국내 유일 도심 속 라면 축제이기도 하다. 구미시 추산 올해 축제엔 17만명이 방문했다. 농심에 따르면 축제 기간 팔린은 라면만 약 25만개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효주씨(23)는 이번 축제에서 비빔라면, 육회비빔라면, 곱창라면 등을 맛봤다. 이 씨는 “모처럼 지역에 활기가 넘쳐 지역민으로서 뿌듯하다”며 “5000원~7000원 사이로 비교적 합리적 가격으로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경북 구미시에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구리라면공작소 모습. [이효석 기자]
올해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를 주제로 구미역 앞 도로에 약 475m의 초대형 라면 거리가 조성됐다. 지역 내 셰프 15팀이 선발돼 라면을 활용해 개발한 다양한 메뉴를 판매했다. 라면에 토핑을 더한 해물라면이나 돈가스·라볶이 등을 활용한 라면도 등장했다. 샌드위치와 타코, 미고랭, 볶음밥 같은 라면을 변형해 만든 요리도 나왔다. 셰프들은 구미 구도심을 비롯한 전역에서 분식집을 비롯해 고깃집·주점·푸드트럭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구미라면축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라민기업과의 상생 모델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전망이다. 축제는 구미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 방문객 가운데 36%(약 4만 명)는 다른 지역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축제 기간 인근 상권에서 소비된 금액은 전후 1주일 대비해 약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도 보였다. 구미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머무는 인도네시아인 나우팔 말리크씨(Naufal Malik, 21)는 “현지에서 먹어본 신라면보다 축제서 먹은 신라면이 이상하게 훨씬 더 맛있다”며 “교환학생 오기 전 K라면을 즐겨 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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