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도 이러다 당한다…中 `치킨게임` 위협 현실로

장우진 2024. 11. 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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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범용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메모리 수익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 부진에도 메모리는 선방했다는 평을 내놓았지만, 메모리 가격이 중국발 공급과잉에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1일 DS 부문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임원 토론회를 시작하고 이달 초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임원들을 만난다. 전 부회장이 임원 대상 토론회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이번 토론회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 방안과 함께 이를 위한 조직 최적화 등의 방향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DS부문 영업이익이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회성 요인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는 평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대비 한자릿수 후반 상승했고, 메모리 부문 매출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범용 메모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불안감은 여전히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평균 가격은 3.07 달러로 전월 대비 29.18% 급락하며 3달러 초반선까지 내렸다. 이 제품은 작년 10월말(3.88달러)을 마지막으로 줄곧 4달러 선을 유지했다.

또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1.70달러로 두달 연속 같은 수에 머물렀다. 올 4~7월 기간 줄곧 2.10달러를 유지하다 8월 2.05달러로 하락하며 약세 기조가 이어졌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컨퍼런스콜서 "모바일은 일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수요 약세를 보였고, 중국 내 레거시(범용) 제품 공급 증가로 수급에 일부 영향이 있었다"며 "일부 레거시 제품에 대해 탄력적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해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를 위해 기존 D램 설비를 전환했고 메모리 공급 물량을 조절돼, 올 상반기만 해도 단기간 내 공급과잉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7월말(26일) 기준 DDR5 16GB D램 현물 가격은 5.10달러로 한달 전인 6월20일(4.83달러)보다 6% 이상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요 위축에 더해 중국의 범용 메모리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범용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D램 수요의 재고 관리와 수요 둔화 가운데, 중국산 물량이 늘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수출규제로 첨단 반도체 장비 조달이 제한되면서, 범용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나노 이상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생산능력 비중은 2021년 22.9%에서 2027년 32%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한국은 9.3%에서 7.3%로, 북미는 3.6%에서 2.4%로 각각 축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반도체 펀드로 대대적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기반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는 3분기에 재고 수준이 높아 서버 D램 조달을 줄였다"며 "중국 시장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수요 견인에는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급업체 CXMT의 LPDDR4X 용량이 빠르게 확장돼 공급 과잉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4분기 계약가격이 5~1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등 AI반도체 중심의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이 기술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고 미국·일본·대만·유럽 등도 범용 제품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에 레거시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택하고 전 세계 반도체 신규 투자의 3분의 1규모의 막대한 투자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용 부품이라도 해외 의존이 과도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국내 수요에 맞춰 레거시 반도체 산업 육성과 안정적인 해외 조달처 확보 등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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