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건축 배운 남자, 풍수지리 심취하더니…최고급 ‘이 아파트’ 뼈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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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회 PDI디자인그룹 회장은 1972년 스승인 레너드 파커 미네소타대 교수의 건축설계회사 TLPA(The Leonard Parker Associates) 인턴으로 시작해 회장까지 승진한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다.
TLPA는 듀란트사와 합병해 PDI(Parker Durrant International)그룹이 됐고, 회사는 다시 듀란트사와 분리해 현재의 PDI디자인그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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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서 시작해 美 건축설계회사 CEO 올라
풍수지리 남향 선호하는 한국인 특성 따라
국내 한남더힐·삼성동 아이파크도 디자인
2002년부터 세계한상대회 참가한 개근왕
한남 더힐,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아파트 같은 고급 주택은 물론 부산 벡스코, 부산 롯데호텔까지 한국의 내로라하는 랜드마크 건물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 뿐만 아니다. 전세계서 PDI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PDI 컨소시엄 소속 건축사무소는 150곳에 이를 만큼 명성을 자랑한다.
이민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건축사무소를 1997년부터 28년째 이끌고 있는 허승회 회장을 최근 전북특별자치도 전북대에서 열린 ‘2024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세계한상대회)’에서 만났다. 허 회장은 첫 대회가 개최된 2002년부터 올해까지 한차례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으며, 한상 리딩CEO 회원이다. 리딩CEO는 자본금 300만달러, 연 매출 3000억달러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상들의 네트워크다.
- 미국으로 처음 건너온 계기가 궁금하다
▶ 박정희 정부에서 문화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했다. 당시 차관을 들여오는 업무를 맡다가 인연이 닿아 미네소타대로 유학을 왔다. 미국 건축학과는 5년제라서 대학원생인데 1년 동안 학부 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때 레너드 파커 교수를 만났다. 그의 제안으로 파커 교수 사무실에서 건축 일을 시작했다.
- 이민자로서 회장까지 승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처음에 미네소타에 갔을 때 너무 추웠다. 한국으로 얼른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문교부 국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얘기가 많았다. 파커 교수 건축 사무소는 설계로는 최고였다. 나는 귀국하면 조직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 사무소에서 다양한 일을 나서서 했고 결과도 좋았다. 파커 교수가 이걸 좋게 봤던 것 같다.
- 그렇다고 회사를 이어받게 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파커 교수는 건축도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봤다. 파커 교수 다음으로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나였다.
▶ 내가 설계 총책임자였다. 한국은 풍수지리 문화 때문에 남향을 선호하고 한강물이 흘러오는 뷰를 봐야 한다. 다른 사무소는 큰 길가에서 직접 들어오는 것으로 했다. 나는 ‘아니다, 사람이 자는 곳이다’라면서 진입로를 빙 돌려서 큰 길과 분리하도록 했다. 들어오는 길에 폭포도 설치하고 나무도 심고 새 소리도 들리고. 그때는 혁신적이었다.
- 건축물을 설계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 건축물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 사람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기능을 중심으로 해야 하고 맨 나중이 우리는 예술가니까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해서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그 건축물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들겠는가. 파커 교수는 건축물이 주변을 잘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 회장님의 건축 철학을 요약하면 어떻게 될까요
▶ 우리의 건축 철학은 고객이 원하는 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소통도 중요하다. 건축을 맡기는 사람들은 고집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잘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미국 대학에 가서 가장 놀란 부분도 소통이다. 설계를 해놓고 설명하지 못하면 점수가 안나온다. 궁극적으로는 건축은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디자인 재능을 이용해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해야 한다.
- 여러 건축물을 디자인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은 무엇인가.
▶ 미네소타의 랜드마크인 미니애폴리스 컨벤션센터, 미네소타 대법원과 고등법원 등이다. 한국에서는 부산 벡스코도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잘 구현한 건물이다.
- PDI는 글로벨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 전세계 건축사무소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은 PDI가 유일하다. 한국에는 10여개 정도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서 건축사무소 사이에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 1997년 한국이 IMF 사태가 터졌을 때 34명을 우리가 모셔왔다. 당시 미국은 인력난이 심각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 향후 경영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가
▶ 건축도 이젠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PDI라는 이름을 보고 고객이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내 꿈은 PDI 컨소시엄 멤버를 500개로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PDI를 상장시키려고 한다. PDI라는 이름을 내걸면 고객사가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후배 건축가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AI가 등장하면서 건축업계 전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우리 인간이 전체적으로 보는 눈, 건축을 어떻게 이용해야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지 배워야 한다. 그것이 건축가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 허승회 회장은…
△1943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 △한양대 건축공학과 △미네소타대 건축대학원 석사 △1972년 TLPA 입사 △1997년 TLPA 최고경영자 △1999년 PDI 최고경영자 △2004년 PDI 회장 △2006년 PDI월드그룹 회장 △2008년 엘리스 아일랜드상 수상 △2011년 PDI디자인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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