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 가자지구 병원 얼마나 폭격했나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아파트 발코니에 화분을 들여놓고 수확의 기쁨을 누려보려던 야심 찬 계획은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대체 어디로 들어왔는지, 벌레 무리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특히 고춧잎을 잠식해버린 진딧물 무리가 결정타였다. 생태주의를 지향한다면서 벌레는 싫은 가짜 농부가 찾은 대안은 스마트 식물 재배기였다. 아무리 광합성을 한다지만 실내에서 물과 LED 조명만으로 과연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 그러나 재배 키트에 동봉된 마법의 영양액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주입식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이라면 반사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비료의 3요소(질소·인산·칼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도움 덕택에 가짜 농부는 루콜라, 비타민, 청경채를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지금 비타민 2기생을 키우는 중이다. 현대 비료 산업이 가져온 녹색혁명을 실감하고 있다.
비료의 핵심 요소인 인산을 구성하는 원소기호 15번 인(phosphorus)은 식물뿐 아니라 모든 유기체의 생존과 기능에 필수적이다. DNA와 RNA 구조에 없어서는 안 되고,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아데노신 3인산)를 구성하는 핵심 원소다. 또한 인지질 형태로 세포막을 형성하고, 칼슘과 결합하여 뼈를 이룬다. 그래서 동식물을 먹고 소화한 다음에 배출하는 분뇨나 사체를 태운 잿가루에는 인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현대적 비료 생산 기법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이런 것들이 비료로 쓰였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사람과 가축의 분뇨를 모아 퇴비를 만들었고, 이후에는 새나 박쥐의 구아노(배설물)가 퇴적된 인산 광산이 상업적으로 활용되었다.
사실 인 원소를 처음 발견한 것도 인간의 소변에서였다. 1669년 독일 함부르크의 한 연금술사가 금을 만들어내려고 소변을 졸이던(?) 중 불에 타면서 창백한 청록색 광채를 내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신비로운 모습으로부터 ‘phosphorus’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샛별(금성·Venus)을 가리키는 단어였는데, 샛별의 역할 그대로 ‘빛을 가져오는 자’를 의미한다.
이렇게 낭만적 이름을 가진 인 원소는 유기체 구성이나 비료 같은 생물학적 쓰임새 말고도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 불에 잘 타는 성질 때문에 성냥 제조에 쓰이고,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내연재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또한 유기인은 제초제 성분이기도 한데, 독성이 강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자살 시도에 많이 쓰였다. 한편으로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공할 불길과 독성으로 우리 몸과 생명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원소가 바로 인이다.
인의 여러 동소체(同素體) 중에서 특히 위험한 것은 처음 발견된 백린(white phosphorus)이다. 가장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높으며 독성도 크다. 백린으로 성냥을 만들던 19세기에는 작업하던 노동자들의 턱이 녹아버릴 지경이었다고 전해진다. 1905년 베른협약 체결 이후, 성냥 제조에 백린 사용이 금지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적린으로 교체됐다.
공기 중에서 50℃ 정도만 되어도 자연 발화하고, 일단 점화되면 매우 고온으로 타오르며 다량의 연기를 내뿜기 때문에 백린은 일찌감치 무기로 개발되어 쓰였다.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연막탄, 소이탄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연금술사가 백린을 처음 발견한 독일 함부르크는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소이탄 폭격으로 폐허가 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체첸전쟁 등에서 백린탄이 쓰였고, 21세기에도 미국이 걸프전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공격할 때에 사용했다.
백린탄의 살상 효과는 단지 폭발력만 있지 않다. 백린탄이 연소할 때 화염 온도는 800~2500℃까지 상승하고 물로 잘 꺼지지 않으며 파편이 피부나 옷 같은 표면에 들러붙으면 떼어내기도 어렵다. 불이 꺼진 후에도 피부 조직에 남아 있던 파편이 다시 자연 발화하기도 한다. 백린탄에 의한 화상은 뼈가 보일 만큼 치명적이고 깊은 상처를 남기며 극도의 고통을 유발한다.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 다발성 장기 부전을 초래하기도 한다. 소이탄에 백린 외에도 여러 중금속 조각들을 첨가하면 파괴력과 살상 효과는 배가된다. 물론 이런 살상 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한 병원은 35차례 폭격 당하기도
백린탄은 현재진행형이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가장 최근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또다시 백린탄을 사용했다. 백린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민간인 거주지역에 소이탄을 공중폭격하는 것은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위반이다. 인명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미 2013년, 이스라엘 군은 아주 제한된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앞으로 백린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린탄의 잔혹함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한 폭력의 역사에서 아주 작은 한 조각을 차지할 뿐이다.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남의 땅으로 통 큰 인심을 발휘했다.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국가를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나치의 폭압을 피해 탈출하거나 난민이 된 유대인들이 이를 믿고 급속도로 이곳에 모여들었다. 시오니스트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땅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자는 거짓 선동을 펼치며 이를 부추겼다. 수천 년 전부터 그곳에 터전을 닦고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로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어이없게도 이는 현실이 되었다. 마침내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이라는 신생 국가가 독립을 선포했다. 이날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재앙(Nakba)의 날’이었다. 이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살고 있던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 좁은 가자지구로 밀려났고, 이곳은 유례없는 현대의 식민지가 되었다. 2006년 하마스가 정권을 잡고 특히 2007년 자유를 되찾기 위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봉기가 일어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육지, 바다, 하늘 등 모든 국경을 봉쇄하고 극단적 억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개방 감옥’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력 공습은 이미 2008년, 2012년, 2014년, 2021년에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벌써 한 해를 넘긴 이번 공습의 가장 큰 특징은, 의도적으로 보건의료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한다는 점이다. 제네바협약과 국제 인도주의 법률은 전쟁 중에도 ‘의료 임무를 전담하는 군인과 민간 의료인은 모든 상황에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원 시설이 명백하게 군사적 목적으로 쓰인다 해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사전경고와 함께 유예 시간을 준 다음에 공격을 개시해야 한다. 이때 의료시설이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 책임은 공격을 감행하는 측에 있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손목에 생긴 작은 결절종 때문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일이다. 수술대에 누워 소독 천으로 얼굴을 가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는 없었지만, 부분마취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은 또렷했다. 통증은 없어도 내 피부를 뚫고 지나가는 감촉을 느낄 수 있었고 의료진이 나누는 대화, 수술 도구 딸깍거리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강심장을 타고난 어린이였지만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수술 도중 갑자기 공습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민방위 날이면 학교에서 방공 사이렌에 따라 책상 밑으로 대피하는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온 동네가 어둠에 잠기는 ‘등화관제’ 훈련을 하던 시절이었다. 민방위 날도 아닌데 대낮에 사이렌이라니 이상했다. “이거 진짜야? 전쟁 난 거야? 어떡하지?” 의료진들의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여기 적십자병원이잖아. 전쟁 나도 설마 여기를 공격하겠어? 우리 때문에 얘 놀랐잖아. 괜찮아, 괜찮아.”
1983년, 하필 내가 수술실에 누워 있던 그 시간에 북한군 조종사가 전투기를 몰고 남한으로 귀순한 것이다. 의료진은 어린 나를 달래며 괜찮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허둥대며 서둘러 봉합하느라 그랬는지, 며칠 후 실밥을 뽑자 봉합 부위가 쩍 벌어지면서 고였던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로서는 피부 아래의 해부학적 구조를 처음 본 순간이었다. 덕분에 한참 동안 드레싱을 받으러 다녔고, 손목에는 아직도 그 흉터가 남아 있다. 전쟁이 일어나도 병원은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깨우쳐준 상흔이라고 나름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거짓 정보’였을 뿐이다.
이번 가자 공습에서 이스라엘은 병원 시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는커녕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심지어 보건의료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병원 시설이 하마스의 본거지로 쓰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실제로 한 논문은 지리정보 분석 도구를 활용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첫 한 달 이후 16만8000여 개에 달하는 건물들의 파괴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다. 의료시설과 비의료시설 건물 사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차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다른 논문은 가자 공습 이후 첫 한 달 동안, 다른 피해는 차치하고 ‘벙커 버스터’라 불리는 마크84(Mark-84) 폭격으로 인한 의료시설 피해를 분석했다. 무게가 900㎏이 넘는 이 폭탄은 폭발하면서 초속 1.8㎞ 속도로 450㎏에 달하는 고온의 금속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위력을 갖고 있다. 폭발 지점으로부터 360m 반경 이내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살상하는 치명적 효과를 발휘하며, 엄청난 고압의 충격파로 폭 15m, 깊이 11m에 달하는 분화구를 만들어낸다. 벙커버스터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연구진은 CNN과 〈뉴욕타임스〉가 심층 보도한 항공사진 자료를 이용하여 마크84 투하로 생겨난 분화구 위치를 확인하고 병원의 위치 정보를 연계하여 분석했다(〈그림〉 참조). 가자지구에서 분화구 총 592개를 확인했는데, 가자 전체의 36개 병원 중 9곳(25%)이 ‘치명적’ 피해 범위인 반경 360m 이내에 최소 한 개 이상의 분화구가 있었고, 30곳(83.3%)은 ‘인프라 손상과 사상 범위’인 800m 반경 이내에 있었다.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폭탄 분화구는 그 거리가 겨우 14.7m에 불과했고, 두 개 병원은 반경 800m 안에 각각 23개와 21개의 폭발 분화구가 있었다.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360m 거리에 세종대왕 동상이 있고, 800m 거리에 청계광장이 있다.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거의 1t이나 되는 폭탄이 공중에서 떨어져 폭발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진다.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 횟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올해 1월 발표 자료는 의료시설 공격이 최소 364회라고 집계되었지만, 7월 발표 자료에서는 총 950건으로 늘어나 있었다. 한 병원은 35차례나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가자지구의 36개 병원 중 19개는 아예 작동을 멈췄고 17개는 일부만 기능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어린이 암병동이 있는 병원, 유일한 정신과 병원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지 못했다. 1차 의료센터 131개 중 56개(43%)만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파손된 구급차도 130대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고 하지만 폭격으로 폐허가 된 길을 변변한 이동 수단도 없이 신속하게 대피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엔 인도적 지원 조정실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지난 1년 동안 보건의료 종사자 986명이 폭격과 공습으로 사망했고, 구호 인력도 최소 307명(이중 유엔 직원이 229명)이 죽었다. 연일 부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지만 시설이 파괴되고 물자가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식초로 상처를 소독하고,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불빛으로 수술 부위를 비춰가며 마취제나 진통제도 없이 팔다리 절단술을 시행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한 논문은 ‘전쟁 안의 전쟁’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루시퍼와 대결한 샌드맨의 최후
놀랍게도 전쟁 초기 이스라엘 랍비 45명이 네타냐후에게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격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이스라엘 의사 400여 명도 이러한 비윤리적 공격 행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신문 보도에 의하면, 소수의 이스라엘 의사들이 팔레스타인 포로들의 고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는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대체 무엇을 배운 것일까?
홀로코스트 연구자들마저도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을 ‘교과서에 실릴 만한 제노사이드’라며 탄식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서구의 진보 세력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 비판은 오랫동안 금기에 가까웠다. ‘반(反)유대주의’라는 낙인이 가진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 이후 아무 짓이나 저질러도 괜찮다는 허가증도 아닌데, 왜 이스라엘의 잘못을 비판하지 않는지 비서구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철학자인 수전 니먼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자체가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도구로 이용하여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모든 비판을 비켜가는 정책을 의식적으로 채택”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연일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외치고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정통 유대교 복장으로 시위에 참석하여 자신들의 국가가 저지르고 있는 반인륜 범죄 중단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모습은 인간의 존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빛을 가져오는 자(light-bringer)’의 라틴어 이름은 ‘루시퍼(lucifer)’, 지옥을 지키는 타락 천사다. 그래픽노블 명작 〈샌드맨(Sandman)〉에서 꿈의 왕국 군주인 샌드맨은 도둑맞은 투구를 찾기 위해 지옥을 방문한다. 루시퍼는 투구를 그냥 돌려줄 수는 없다며 무시무시한 말 잇기 게임을 제안한다. 환상의 세계에서 그들이 내뱉은 단어는 현실이 되어 상대방을 고통에 빠뜨린다. 루시퍼가 이리로 변신하면 샌드맨은 말을 탄 사냥꾼이 되어 이리를 공격하고, 그러면 루시퍼는 말을 쓰러뜨리는 말파리가 되고, 샌드맨은 이에 맞서 거미로 변신해 파리를 먹어치운다. 이제 루시퍼는 뱀이 되어 거미를 잡아먹고 샌드맨은 황소가 되어 그 뱀을 짓이긴다. 이어서 루시퍼가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살육 박테리아로 변신하면 샌드맨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성이 되고, 루시퍼는 이 모든 것을 폭발시키고 행성을 태워버리는 신성(新星)으로 변신한다. 샌드맨이 이 모든 생명을 끌어안는 우주가 되겠다고 하자 루시퍼는 자신이 반(反)생명, 판결의 짐승, 모든 것의 끝에 있는 어둠이라고 선언한다. 더 이상 맞설 방법이 없어 보였고, 구경꾼들은 모두 쓰러진 샌드맨의 패배를 점친다. 그때 샌드맨이 나지막이 내뱉는다. “나는 희망이다.” 침묵이 이어지고 루시퍼는 마침내 항복을 선언한다. 세상에 희망을 이길 수 있는 어둠은 없다. 비록 지금 가장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을지라도.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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