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명은 SK에코 PM "토목공학 원조 영국이 놀랐다"

런던(영국)=김창성 기자 2024. 11. 4. 06: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간 기획-K건설 유라시아를 가다]④글로벌 건설업체도 감탄한 시공 기술, 공사 고비에도 묵묵히 전진
[편집자주] K건설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을 지원 사격하는 데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외교에 이어 원전 재개의 기회가 열린 유럽까지, 최고 선진도시들에 한국 건설기업이 잇따라 깃발을 세웠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쌓아올린 신뢰와 기술력,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K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미래 성장의 기회를 조명했다.

박명은 SK에코플랜트 PM이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한 시공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사진은 터널 공사 현장을 소개하는 박 PM. /사진=김창성 기자
"영국은 세계 최초로 토목공학을 정립한 나라입니다. 콧대 높은 건설 선진국이 SK에코플랜트의 시공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영국 런던의 심장부 템스강 하부를 관통하는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가 완공까지 5개월여를 앞둔 지난 10월, 현장에서 만난 박명은 SK에코플랜트 PM(프로젝트 매니저)은 "건설 선진국에 한국 건설기술의 위상을 보여줬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술과 경험'으로 수주 경쟁에서 성과


건설 선진국인 영국에서 2조원 규모 인프라 공사를 수주해낸 배경에 대해 SK에코플랜트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 PM은 "글로벌 발주사의 기준으로 보면 SK에코플랜트가 작게 느껴졌을 수 있다"면서 "기술력 하나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SK에코플랜트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호주 맥쿼리 ▲스페인 신트라 ▲영국 애버딘 ▲네덜란드 밤과 함께 컨소시엄 '리버링스'(RiverLinx)를 구성해 지분 10%를 투자했다. 이어 ▲스페인 페로비알 아그로망 ▲영국 밤 누탈과 EPC(설계·조달·시공)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SK에코플랜트의 시공 지분은 20%다.

박 PM은 SK에코플랜트가 글로벌 기업들과 나란히 대형 터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 토목공학을 정립한 영국은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정부 민간 협력) 사업을 발전시킨 나라다.

발주사의 공사 요구 조건이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는 튀르키예·싱가포르·카타르 등에서 대구경 TBM(회전식 터널 굴착기) 공법을 수행한 경험이 통했다고 밝혔다.
박명은 SK에코플랜트 PM은 완공까지 5개월여 남은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의 안전한 마무리를 위해 파트너사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사진은 케이블카를 타고 현장 일대를 설명하던 박 PM. /사진=김창성 기자
박 PM은 "수주 경쟁에서 맞붙은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냈다"면서 "SK에코플랜트의 TBM 시공 경험과 세분화된 관리 방안이 높은 점수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업체들과 당당히 입성한 유럽 건설시장에서 앞으로 다른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시공 경험으로 향후 프로젝트에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아이디어'


박 PM은 지난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위기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영국이 EU(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와 역사상 최악의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건설시장은 물가 상승과 공사현장 폐쇄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건 넘는 인·허가 문제로 공사 시작 전부터 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파트너사들과 매일 마라톤 회의를 하며 협력했고 큰 사고 없이 극복해냈습니다. 물가 상승과 공기 연장이 반복되며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가 공사 난관의 돌파구를 만들었던 성과도 있었다. 터널 시공 과정에 지하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는 파이프에 냉매를 넣고 지하수를 얼리는 '횡갱 굴착 동결 공법'을 시공, 영국에서 화제를 모았다.

TBM 굴착을 위해 땅속으로 들어갈 때 필요한 아치형 구조물을 만들어 공기 단축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SK에코플랜트 파견 엔지니어들의 것이었고 영국에서 최초 적용됐다.
박명은 SK에코플랜트 PM은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가 성공한 후 글로벌 건설현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터널 공사 현장에 대해 설명하던 박 PM. /사진=김창성 기자
SK에코플랜트는 기술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영국 내 권위 있는 토목 터널협회로부터 상을 수상했다. 박 PM은 수상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만세를 부르며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바로 저"라면서 크게 웃었다.

박 PM은 6년여의 공사 업무를 수행하며 치열한 일상을 보냈고 덕분에 교훈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국의 건설현장에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으면 부화까지 공사를 중단시킨다"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철저한 안전 매뉴얼은 물론 근로자의 정신건강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배울 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의 완벽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박 PM은 다음 현장에서의 도전과 성과를 기약하며 SK에코플랜트 선·후배와 동료 임직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건설기업이 나아갈 길은 글로벌시장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엔지니어와 계약 관리, 회계 등 인재 육성 시스템을 정비하고 임직원들이 각자 영역에서 성장을 향한 고민에 몰두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런던(영국)=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