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생애 첫 국대→대체불가 캡틴 대반전, 천재타자 빈자리도 대신하나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프로 10년 차 송성문에게는 늘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장충고 주장 출신인 그는 2015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해 한 시즌 13홈런(2022년)이 최다 기록일 정도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142경기 타율 0.340(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 출루율 0.409 장타율 0.518 OPS(출루율+장타율) 0.927을 마크하면서 리그 정상급 3루수로 거듭났다. 같은 포지션에 MVP 포스를 풍긴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아니었다면 골드글러브도 수상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활약이었다.
성과를 인정받아 생애 첫 올스타에 이어 이달 열리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도 당당히 선발됐다. 올 시즌 캡틴을 맡아 영웅 군단을 훌륭히 이끌었던 그는 부상으로 빠진 구자욱(31·삼성 라이온즈)을 대신해 주장에도 선정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올해 전까지 연령대 대표팀도 해본 적 없던 만년 유망주의 대반전이었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임한 쿠바와 평가전 2경기에서도 펄펄 날았다. 1일 경기서는 7번 타자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 1득점, 2일 경기에서는 2번 타자로 나와 6타수 2안타(2루타 1, 3루타 1)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송성문의 2번 배치와 그곳에서의 맹활약은 의미가 있었다. 류중일(61) 대표팀 감독이 2번 타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 그동안은 그 자리에 늘 천재 타자 강백호(25·KT 위즈)를 배치해 고민이 없었다.
그러나 강백호가 예술체육요원(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복무로 훈련소에 입소해 이번 대표팀에 참여하지 못하며 공백이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구자욱, 김영웅(21·이상 삼성) 등 2번 타자를 맡을 만한 선수들에게 부상이 잇따르자, 그 빈자리에 송성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3일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만난 류중일 감독은 "2번도 고민이다. 내가 강한 2번 타자를 좋아한다. 만약 강백호가 있었으면 강백호를 2번에 썼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송성문은 2번도 생각하고 4번도 생각하고 있다. 연습경기가 두 게임 남았으니 지켜보려 한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수비에서도 송성문은 대체 불가 자원으로 거듭났다. 현재 대표팀에는 코너 내야 자원은 풍족한 가운데 2루수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격수조차 박성한(26·SSG 랜더스), 김휘집(22), 김주원(22·이상 NC 다이노스) 등 3명이 있으나, 전문 2루수는 신민재(28·LG 트윈스) 한 사람뿐이다.
하지만 2일 쿠바와 평가전을 앞두고 외야수 김지찬(23·삼성)마저 발목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신민재가 제5의 외야수로 차출될 가능성이 생겼다. 류중일 감독은 "여기서 더 엔트리 추가는 없다. 현재로서는 투수 4명, 야수 한 명이 빠져야 하는데 3루는 많다. 김도영, 문보경, 송성문, 김휘집도 있다. 2루는 신민재, 송성문이 되고 1루도 많다. 외야수는 4명으로 가는데 신민재가 마지막에 외야로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송성문이 현재 주 포지션인 3루가 아닌 2루로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 프로 첫해부터 입대 전까지 2루가 주 포지션(1101⅔이닝 소화)이었던 경력이 본인에게나 대표팀에 도움이 된 셈. 실제로 송성문은 쿠바와 평가전 2경기에서 어색하지 않은 2루 수비를 보여줬다.
사실상 최종 엔트리 입성도 확정적인 가운데 송성문이 과연 첫 국가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많은 야구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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