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곧 소진됩니다"…과열된 위고비 마케팅전에 커지는 오남용 우려

이미선 2024. 11. 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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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계속되면서 관련 마케팅도 뜨겁다.

위고비는 통상 고도비만 환자에 쓰이는 치료제다.

이에 관련 학회에서는 위고비가 다이어트 약이 아닌 비만치료제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불법 오남용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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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위고비 후기. 스레드 캡처.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계속되면서 관련 마케팅도 뜨겁다. 위고비는 통상 고도비만 환자에 쓰이는 치료제다. 하지만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본래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는 사례가 있어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유비케어는 자사가 운영하는 미소몰닷컴이 위고비 대규모 물량을 확보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경쟁사 대비 2배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고 4일부터 위고비 3차 대규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위고비 입점 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병·의원도 여전히 많다. 이들은 "요즘 구하기 어렵다는 위고비를 보유하고 있다. 곧 물량이 소진될 것"이라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SNS에서는 인플루언서는 물론 일반인들이 위고비 투약 후 일어나는 체중 변화를 기록한 위고비 사용 후기가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위고비 처방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방받는 사람들을 많다는 점이다. 위고비는 원칙상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인 고도비만이나 27~30이면서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게만 처방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SNS에 '위고비 저체중' 등으로 검색하면 위고비 처방 기준에 맞지 않지만 호기심 또는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해 처방받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고비를 오남용할 경우 심하면 췌장염과 신장 기능 저하, 담낭 질환 등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 학회에서는 위고비가 다이어트 약이 아닌 비만치료제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불법 오남용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치료제 및 비만병 치료제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비만은 만성 질환으로, 그 치료는 단순한 미용 목적의 체중 감소가 아닌 동반된 대사질환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이러한 약제를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위고비 등 인크레틴 기반의 약제는 명확한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처방돼야 한다. 단순 체중 감량을 위한 정상 체중군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아니라, 비만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물의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회는 "의료 전문가는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대사질환 상태를 면밀히 고려해야 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처럼 약물 구매를 홍보하는 사례와 비만하지 않은 의사 본인의 체험기를 SNS에 올려 미용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일반인을 오도하는 행위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약제의 안전한 유통과 처방을 위해 관련 당국이 약물의 처방과 사용에 대해 모니터링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오남용을 막기 위해 약물 사용 현황을 감시하고 불법적인 판매나 사용, 무분별한 홍보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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