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라는 단어, 아예 안 쓴다” KIA 우승단장 손사래…휴식은 사치, 최근 10년 KS 우승팀 분석부터 ‘다시 시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왕조란 단어, 아예 쓰지 않고 있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과 얼굴을 보며 대화했다면, 손사래를 치지 않았을까. 전화통화를 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3일 전화통화서 위와 같이 말했다. 대신 사용한 단어가 ‘다시 시작, 다시 셋업’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KBO리그 역사에서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한 팀이 거의 없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까지 보더라도 최근 연속우승은 소프트뱅크 호크스(2017~2020년) 밖에 없었다. 구단에선 왕조란 말을 못하겠다. 그냥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했다.
대투수 양현종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아예 “왕조란 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과거 해태,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우승이지만, 자주 진출했다. 그런데 KIA는 21세기 들어 2009년, 2017년, 2024년 통합우승 사이에 한국시리즈는 고사하고 중, 하위권에 머무른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래서 심재학 단장은 사실상 휴식을 반납하고 2025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왕조라는 뜬금없는 구름을 잡는 것보다 그저 내년 정상수성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할 시간이라고 봤다.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다. 이범호 감독도 “단장님이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시작은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팀들의 다음 행보 분석이다. 두산이 2015~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한 뒤 오랫동안 2년 연속 우승팀은 없었다. 통합 연속우승도 삼성의 2011~2014년 4연패 이후 10년간 나오지 않았다.
심재학 단장은 “최근 10년간 우승팀들이 어느 파트에서 무너졌는지, 어느 파트를 보강했는지 찾아봤다”라고 했다. 그 결과 내년 통합 2연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투타 뎁스가 워낙 좋아져 지속적으로 강팀이 될 토대는 분명히 마련했다. 그러나 변수는 많다. 베테랑들의 기량 유지, 신진급들의 애버리지 향상을 장담할 수 없다.
심재학 단장은 “지금 전력이 나쁘지는 않은데, 이젠 평준화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어느 팀도 FA 대어를 낚을 수 있는 시대다. 비FA 다년계약도 활성화됐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영입 시스템도 모든 팀이 잘 갖췄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특정 팀이 더 이상 오랫동안 정상에서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심지어 심재학 단장은 “다른 팀들은 전력보강을 이미 시작했다. 우린 한국시리즈를 치르느라 (전력보강)스타트가 늦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우승 직후 쉴 틈 없이 곧바로 움직인다. 우선 이범호 감독과 3년 최대 26억원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으니, 좀 더 확실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준영 대표이사가 발 빠르게 주도했다.
아울러 구단은 이범호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김주찬 벤치코치, 이민우 수비코치를 각각 외부에서 영입했다. 1군 코칭스태프 조각은 이것으로 사실상 끝났다. 2군 코칭스태프 조각은 심재학 단장이 주도하고 있다.
FA,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FA는 우선 내부 FA 잔류에 집중한다. 외국인선수도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의 재계약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일 방침이다. 반면 소크라테스 브리토, 에릭 라우어에겐 냉정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심재학 단장은 외부 FA와 트레이드는 현 시점에선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훈련을 시작한다.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에 선수 파견도 확정했다. 아울러 작년처럼 비 시즌 ‘미국 과외’도 준비 중이다. 심지어 자비로 다녀오겠다는 선수들도 있다는 게 심재학 단장 얘기다. 선수들부터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분위기다.
7년만의 통합우승의 감격은 이미 과거의 일인 듯하다. KIA가 도전자의 입장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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