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용하고 빠르게… GS건설, 런던에 모듈러 깃발

런던(영국)=김창성 기자 2024. 11. 4. 0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간 기획-K건설 유라시아를 가다]①탄소 줄인 친환경 공법… 대도시 좁은 현장 맞춤 시공
[편집자주] K건설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을 지원 사격하는 데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외교에 이어 원전 재개의 기회가 열린 유럽까지, 최고 선진도시들에 한국 건설기업이 잇따라 깃발을 세웠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쌓아올린 신뢰와 기술력,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K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미래 성장의 기회를 조명했다.

GS건설의 유럽 자회사이자 고층 철골 모듈러(조립식) 전문공사업체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호텔을 시공 중이다. 사진은 건물 외관. /사진 제공=엘리먼츠 유럽
"인·허가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국에서 인정한 기술력."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밀 도시 런던의 한복판에 한국 건설업체 GS건설이 23층 높이의 모듈러(조립식)호텔을 세운다. GS건설의 유럽 자회사이자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공사업체 '엘리먼츠 유럽'은 2022년 4월 사업을 수주한 후 2년6개월 동안 숨가쁜 행보를 달려왔다.

지난 10월 직접 가본 GS건설 엘리먼츠 유럽의 모듈러호텔 현장은 예상보다 협소한 면적에 내심 놀라웠다. 복잡한 런던 빌딩숲 사이의 좁은 공간에 건축이 가능한 공법이라는 증명이었다.

실제 눈으로 확인한 모듈러공법의 강점은 정교함이었다. '뚝딱뚝딱'이 아닌 매우 세밀하고 치밀한 공정이 필요했다. 런던의 금융 중심 권역 'City of London'(시티 오브 런던)의 뱅크 스트리트역에서 북쪽으로 1.3㎞ 떨어진 모듈러호텔 현장은 런던 도심 내에서도 손꼽히는 오피스 번화가에 위치한다.

대지 면적 970㎡에 높이 23층, 연면적 1만1101㎡ 규모로 짓는 이 건물은 뼈대를 이루는 외관 공사를 끝내고 현재는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현장을 지휘하는 김수 GS건설 해외 프리패브(Prefab) 사업담당은 "전통 시공방식이 터파기 후 철골(H-빔)을 세우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것과 달리 모듈러 공사는 공장에서 대형 세그먼트(콘크리트 구조물)를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조립한다"고 설명했다.

모듈러 공법은 흔히 블록을 쌓듯 올리는 방식으로 알려져 비교적 간단할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공사 과정에서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정교한 작업이 요구된다. 소음과 분진이 적은 친환경 공법이자 빠른 시공 속도 등 경제성이 부각돼 앞으로 글로벌 건설시장의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신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하며 모듈러건축의 미래 가치에 주목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모듈러사업의 다양한 활로를 모색한 것은 허 사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시공 중인 모듈러호텔 건설현장은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새에 위치해 모듈러공법을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사진=김창성 기자


'쿵쾅쿵쾅' 소음 없이 세밀하게


모듈러호텔 현장의 막바지 기술 점검을 위해 방문한 윤응선 GS건설 프리패브 기술팀장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약 70%대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건물의 큰 틀을 완성했고 내부 인테리어 등만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듈러호텔 건설현장의 양쪽 옆은 오피스 빌딩들이 밀착해 있다. 바짝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로 사람 두어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 현장의 앞과 뒤도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와 저층 공동주택이 몰려있어 건물 밀집도가 서울을 연상시켰다.
GS건설의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호텔을 짓고 있다. 사진은 김수 GS건설 해외 프리패브 사업담당이 건물 내부의 모듈러공법 적용 부위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김 사업담당은 "사업 부지가 런던 번화가인 데다 부지가 좁아서 공사 난이도가 매우 높다"며 "기존 공법으로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사 기간 동안 안전 사고나 민원이 없이 완성 단계까지 온 것은 모듈러공법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소음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도심 한복판의 건설현장에서 공사 소음은 시공사들의 비용 리스크로 연결된다. 하지만 세그먼트 조립이 완성된 현장은 소음 없이 작업자들의 분주한 움직임만 느껴졌다. 자체 공장에서 조립한 세그먼트를 운송하기 때문에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의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GS건설의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호텔을 짓고 있다. 사진은 김수 GS건설 해외 프리패브 사업담당이 건물 외벽의 모듈러공법 적용 부위를 가리키며 설명하던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GS건설의 런던 모듈러호텔은 현장 콘크리트 타설로 구축된 하부 골조와 콘크리트 세그먼트로 구성된 상부 등 크게 두 개 구조로 구성됐다. 건물 앞뒤 지면의 높이가 달라 구조는 지하 1층과 지상 하층·중층, 지상 1층~22층과 옥탑층으로 이뤄졌다.

건물 전체 무게를 지탱하는 하부의 골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이다. 상부 구조인 지상 6층부터 옥탑층까지는 총 240개의 세그먼트가 적용됐다.

김 사업담당은 "상부 객실 한 개당 한 개의 세그먼트로 구성된다"며 "세그먼트는 런던 북서쪽 버밍엄시티 텔퍼드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작돼 현장으로 운송된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의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 도심에서 모듈러호텔을 시공 중이다. 사진은 현장 작업자가 외벽에서 섀시 설치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안전 위해 건물 일부만 조립 형태 시공


건물의 지하층은 호텔 부속시설과 기계실, 지상 하층은 오피스, 중층은 호텔 로비로 구성된다. 지상 1~4층은 오피스, 5~22층은 호텔이고 꼭대기 23층은 옥탑층인데 6층부터 꼭대기까지 모듈러 공법이 적용됐다.

모듈러공법이라고 해서 건물의 모든 구조가 조립 형태가 아닌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윤 기술팀장은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하부의 코어가 단단해야 상부 세그먼트의 정밀한 조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건물 골조 밖에서는 현장 작업자가 섀시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각 세그먼트의 조립이 완성된 상태로 영상을 통해 조립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텔 내부에서 직접 확인한 세그먼트의 접합 부위는 콘크리트 타설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듈러공법은 규모가 큰 현장보다 좁은 부지에 들어서는 실용적인 방식이다. 사진은 모듈러호텔 내부. /사진=김창성 기자
김 사업담당은 세그먼트의 접합 부위를 가리키며 "모듈러공법을 설명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해 레고 블록에 비유하지만 접합 부위는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건설업계에서는 친환경과 노동력 부족 문제,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해법으로 모듈러공법을 주목한다. 영국 정부도 이 같은 이유로 모듈러공법 시공을 권장한다.

모듈러호텔 내부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개방감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었다. 대형 호텔보다 1~2인 숙박에 적합한 면적과 구조를 갖췄다. 오피스는 중앙에 위치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미음(ㅁ)자 형태이기 때문에 입주 업체가 자유롭게 내부를 구성할 수 있다.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에서 시공 중인 모듈러호텔 건설 현장은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새에 위치한다. 사진은 건물 뒤쪽 메인 출입구에서 바라본 모듈러호텔 전경. /사진=김창성 기자
내년에 공사가 완료되면 저층부의 오피스는 주요 투자자인 UBS에 임대하고 상층부는 독일계 호텔 업체 '모텔1'이 35년 장기 임대를 맡아 운영하게 된다.

맑은 날에도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현지 진출 기업들은 공사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GS건설은 무결점 완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업담당은 "하루에 작업이 가능한 세그먼트가 8개인데 올 초 유난히 비바람이 거셌고 2021년 8월 토지 계약부터 각종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거친 시간들을 돌아보니 보람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런던(영국)=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