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없는 고용’ 수수께끼 풀리나… “일시 휴직자 빼고 분석하면 설명력 높아져”

최온정 기자 2024. 1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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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GDP 상관계수, 일시휴직자 빼면 0.7→0.83 ‘쑥’
조사 주간에 휴일 껴도 문제… 韓銀, 보정 근로시간 제시
“고용 보조지표 필요성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워”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데도 고용률이 유지되는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한국은행과 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찾았다. 공식 취업자 수에서 ‘일시 휴직자’를 뺀 수치를 사용하면 고용과 성장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공휴일 효과를 보정한 ‘총근로시간 수’도 고용시장의 흐름을 보다 잘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두 수치를 공식 고용지표를 보조하는 지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은 경제분석에 실린 ‘고용의 경기동조성 제고를 위한 고용지표 개발’ 논문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연구에는 한은 경제연구원 서재용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과 이동원 미시경제연구실장, 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홍재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4 리스타트 잡페어'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생산과 고용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통계가 나오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1~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했던 2022년 상반기에도 월별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3.5% 안팎을 유지했다. 영국도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실업률은 4.2%를 지속했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1년 초의 실업률(5.0% 안팎)보다도 낮았다.

경기와 고용의 상관관계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와 같이 생산활동이 매우 저조했던 시기에도 최대 낙폭이 고점 대비 2%포인트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시기에 고용률이 10%포인트 떨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 된다고 해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22년 10월 한국노동경제학회 소속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묻는 말에 응답인원 38명 중 57.2%는 비대면·플랫폼 일자리 등장(28.6%)과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28.6%)를 꼽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고용지표가 실제 노동을 잘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먼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조사(경활)에서는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시휴직자’를 취업자로 분류해 노동 투입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통계조사가 매월 15일이 있는 주에 이뤄져 음력명절이나 대체휴일, 선거 등 공휴일이 겹치면 근로시간을 제대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가설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일시휴직자를 뺀 지표(조정 고용지표)나 휴일·선거 영향을 보정한 근로시간을 활용하면 고용과 GDP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상관계수가 커지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시휴직자를 취업자에서 제외할 경우 고용과 GDP의 상관계수(2020년 1분기~2023년 2분기 기준)가 0.7(공식지표 기준)에서 0.83으로 상승했다. 공휴일 효과를 보정한 총 근로시간을 활용해도 상관계수(2004년 이후)는 0.53(공식지표 기준)에서 0.69로 높아졌다.

장용성 한은 금통위원은 “고용 시장과 생산 시장이 따로 움직이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더해 일시적인 조업중단도 실업자로 구분을 안하다 보니까 괴리가 커진다”면서 “음력 명절이 조사기간에 들어갈 경우 근로시간의 편차가 커지는 것도 노동지표의 노이즈(잡음)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식 고용지표를 보완할 보조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김유빈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일시 휴직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취업자 통계에서 일시 휴직자를 따로 빼서 봐야 (코로나19의)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알 수 있다”면서 “그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수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근로시간의 패턴이 다양화되면서 개별 취업자가 똑같은 노동을 투입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면서 “이를 보정해줄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 상황을 좀 더 잘 반영하는 지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근로시간을 조사하는 주에 공휴일이 겹칠 경우 이를 보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김 실장은 “조사 주간에 공휴일이 끼면 (근로시간이)통째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보완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현실적으로는 조사 결과를 ‘공휴일이 낀 효과가 가미돼 있다’고 해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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