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9만호 이상 공급"…공급 부족 우려 잠재울까[11월 주택공급 대책]③
그린벨트 토지보상, 선도지구는 이주대책 관건
단기 공급효과 어려워…"중장기적 시장 시그널"
"대출규제 여파 내년까지…금리인하 여부도 영향"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이달 중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신규택지 후보지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등 굵직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잇따라 발표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두 가지 대책으로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체로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는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선도지구는 이주대책이 부실하면 전세 시장이 출렁일 수 있는 만큼 보다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4일 뉴시스가 국내 부동산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11월 주택공급 대책의 부동산시장 영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모두 중장기적으로는 공급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정부는 지난 8월 '주택공급 확대방안'(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8만호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12년 만이라 이목을 끌었다. 국토부는 투기 수요 쏠림을 막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하남시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국토부는 올해 5만호, 내년에 3만호에 대한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며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서는 1만여 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강남구 세곡·내곡동, 서초구 우면동, 송파구-하남시, 강서구 김포공항 혁신지구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분당, 일산, 산본, 중동, 평촌 등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이달 공개한다. 재건축 물량은 최소 2만6000호 이상 최대 4만여 가구로, 용적률 상승 등에 따라 공급 규모를 더 키운다. 국토부는 이르면 2027년 초 이주·철거와 첫 착공을 시작하고 2030년 첫 입주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11월 중 두 대책으로 수도권에서 도합 9만호 이상 공급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는 셈이다. 다만 정부의 계획에 따라 주택 공급 대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이주대책과 택지 보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우선 그린벨트의 경우 60~70%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공공택지로 지정하는 경우 토지 보상 등 절차가 복잡하다. 그린벨트 해제 후 땅을 개발할 때에는 감정평가 가격에 의해 보상을 하게 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리서치랩 부장은 "토지 보상 이슈도 있고 지역 주민들이 찬성할 것인지도 변수"라며 "공공이 하든 민간에 맡기든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후 빠르게 신규 택지지구 지정 및 규제를 하지 않으면 투기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개발 계획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역시 대규모 재건축에 따른 이주대책과 추가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향후 1~2년간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입주 예정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며 "서둘러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2027년 입주 시기에 전세 매물이 부족해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전세패닉'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선도지구로 선정되더라도 사업계획에 대한 주민 의견 합치가 관건이고 사업성이 공공기여 비율로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와 선정 단지 소유자 간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교수는 "국토부 차원에서 선도지구 단지 주민들이 이주 가능한 주택 형태와 위치 조사부터 해야 추후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정부의 빠른 움직임을 주문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첫 선도지구 지정 단지의 이주대책이 가장 초점이고 물량이 많은 분당 등은 입주시기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이후 수도권 공급 확대를 위해서라도 선도지구 선정 후 1~2년 주기로 꾸준히 다음 선도지구를 선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 시그널이 나온 만큼 '패닉바잉' 등 공급부족에서 기인한 매수 심리를 안정시킬 수는 있으나 단기간 집값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통상 정부가 공급 정책을 발표하면 실제 주택 공급까지 6~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실제 공급 확대로 인해 집값이 안정되려면 실물이 되어 분양 또는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이 돼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도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서울·수도권에 당장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고 그 전까지는 오히려 심리적으로 부추기는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장은 "당장 내년에 분양하거나 준공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시그널을 준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정도를 주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는 대출 규제 강도와 추가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이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 대출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35% 줄고 매물도 쌓이는 상황이다.
권대중 교수는 "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대출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고 동시에 추가 금리 인하도 예상되는 만큼 9월 이후 부동산 시장 위축 영향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박합수 교수는 "지금의 대출규제 효과가 6개월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5년 내 입주 가능한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택지 확충 등을 통해 공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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