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3연패→왕조의 대역사' 울산, 비결은 '베테랑의 힘'…노쇠화 비난, 우승 트로피로 응수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만년 2위'의 설움은 어느덧 추억이 됐다. 울산 HD가 '왕조의 대역사'를 활짝 열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왕조'를 의미하는 3연패를 달성한 세 번째 구단으로 등극했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4' 파이널 3라운드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했다. '매직넘버'가 사라졌다. 승점 68점을 기록한 울산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렸고,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3년 연속 우승을 확정지었다. 울산은 2022년, 17년 만의 K리그1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창단 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3연패도 최초다. 1996년, 2005년과 더불어 통산 다섯 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3연패는 '꿈의 기록'이다. 기업구단인 일화 시절의 성남FC(1993년~1995년, 2001년~2003년)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5년 연속 K리그1을 제패한 전북 현대에 이어 울산의 이름이 K리그 역사에 새겨졌다. 전북 왕조 시절 충격패의 아픔에서도 벗어났다. 울산은 2019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에서 비기기만해도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지만 포항에 1대4로 대패했고, 다득점에 밀려 전북에 트로피를 헌납했다. 공교롭게도 그 날도 비가 내렸다. 5년 만에 우중 속에 '챔피언 찬가'가 울려퍼졌다.
가장 큰 비결은 '내 나이가 어때서', 역시 베테랑의 힘이다. 울산을 가장 뒤흔드는 지적은 '노쇠화'다. 30대가 수두룩하다. 이청용(36)을 필두로 주장 김기희(35), 주포 주민규(34)는 물론 김영권(34) 임종은(34) 정우영(35) 김민우(34) 윤일록(32) 이명재(31) 고승범(30) 등이 '노장'으로 분류된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도 조현우(33)와 조수혁(37)이 1, 2번 옵션이다. 반면 '젊은피'들은 출혈이었다. 설영우(26·즈베즈다)와 원두재(27·코르파칸)가 시즌 중간 해외로 이적했고, 이동경(27·김천)은 상무에 입대했다. 설상가상 엄원상(25)도 부상해 일찌감치 그라운드를 비웠다.
큰 변화의 파고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7월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판곤 감독이 불과 96일 전 그 자리를 대신했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았다. 그들의 투혼이 3연패를 완성했다. 마침표는 화려했다. 주민규는 불과 5일 전인 포항전에서 마침내 침묵을 깼다. 7월 13일 FC서울전(1대0 승) 이후 106일 만에 골을 터트렸다. 강원전에서 2경기 연속골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주민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이청용은 "주민규가 그렇게 빠른 줄 몰랐다. 굉장히 빠르게 들어오더라"며 미소지었다. 주민규는 "굉장히 힘들었고 '이렇게 길게 침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함께 해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축구라는 것이 팀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김영권과 김기희가 지휘한 수비라인은 경험과 조직력으로 자물쇠를 채웠다. 최소 실점(37골)은 기본이고, 수비 지역 총 패스 횟수와 성공률에서 1위에 자리했다. 총 5271회를 시도해 4578회 성공, 86.9%을 기록했다. 수비 지역 실수도 338회로 가장 적었다. 압박도 훌륭했다. 압박 지수(PPDA)는 숫자가 낮을수록 압박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10.14로 리그 1위다. 김판곤 감독은 "연령이 높다고 생각이 안된다. 노쇠화도 느끼지 못했다. 기동력이 좋고, 선수들도 경기당 평균 11km씩 뛴다. 스피드도 상당히 높다. 체력도 K리그에서 높은 수준이다. 연령보다는 생각이나 정신이 젊고, 뜨거운 열정이 있다면 팀 캐릭터에 맞다고 생각된다"며 공을 돌렸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는 화룡점정이었다. 3연패 왕조의 '일등공신'이다. "조현우의 선방은 일상이다." 김 감독의 말 그대로다. 조현우의 선방 덕분에 얻은 승점은 셀 수가 없다. 그는 이번 시즌에도 전경기에 출전해 14경기에서 클린시트(무실점)를 자랑했다. 최우수선수상(MVP)은 우승팀이 가져가는 것이 관례다. 필드 플레이들의 전유물이었다. 골키퍼가 MVP를 받은 건 2008년 이운재(당시 수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22년에는 이청용, 지난해에는 김영권이 MVP를 받았다. 올해는 조현우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 또한 대업을 달성한 후 비로소 수상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작년에 기대를 많이 했다. 올해는 시작할 때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우승하면 정말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매경기 최선을 다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마지막까지 기대하겠다."
울산은 비로소 '우승 DNA'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청용은 "2022년 우승한 후 자신감이 생기더라. 한 번이 어렵지, 한 번 하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어떤 부분이 필요하진 느꼈고, 배웠다"고 했다. 김광국 대표를 비롯한 구단 프런트의 헌신적인 지원과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왕조' 구축에 빼놓을 수 없는 기둥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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