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비 몸값 20%···방글라데시·에티오피아 개발자까지

이덕연 기자 2024. 11. 4. 05: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IT개발자 해외 아웃소싱 바람
공통된 프로그래밍언어 사용
국제 협업에 대한 장벽 낮아
지역도 阿·파키스탄 등 다양
IT 개발자가 일하는 모습. 사진 출처=픽사베이
[서울경제]

의학 분야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만드는 한 국내 스타트업은 최근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개발자를 다수 채용했다. 개발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은 국내에서 한국인 임원이 맡되 이외 주요 업무는 4명의 방글라데시 현지 개발자에게 일회성으로 아웃소싱해 원격으로 협업했다. 개발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해외로까지 눈을 돌린 이유는 비용과 효율성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임원은 “국내에서는 실력 있는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반면 해외로 눈을 돌리면 뛰어난 개발 인력을 낮은 비용에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을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 내 고질적인 노동 시장 경직성과 고임금 등으로 국내 개발자 직고용에 따르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보다 낮은 비용으로 같은 업무를 해낼 수 있는 해외 인력을 일회성을 찾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중이다. 개발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지역도 기존 베트남·인도에서 보다 고용 비용이 낮은 방글라데시와 에티오피아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귀천 대표가 방글라데시에서 2020년 창업한 아코테는 현지 개발자 인력을 직접 고용한 후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개발이 필요한 국내 기업에 연결하는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초기 수 명 남짓이었던 현지 고용 인원은 창업 4년 만에 80여 명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아코테가 고용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국내 기업에 연결할 수 있는 인력 규모도 60명가량 된다. 이렇게 평상시 관리하는 인력 풀 외에도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때는 단기 계약으로 현지 개발자를 모집해 연결한다. 최근 아코테는 한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데이터 라벨링(식별) 업무에 방글라데시 계약직 인력 150명을 투입했다.

김 대표는 LG전자 지사장으로 방글라데시와 연을 맺은 후 해외 개발자 아웃소싱 사업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그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연구소를 둘 정도로 현지 IT 인력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임금은 여전히 낮은 점을 감안해 창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비용 절감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과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주 고객”이라며 “방글라데시 개발 인력을 활용하면 수수료를 감안해도 국내 개발자 직고용 대비 비용이 20%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말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아프리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자이텍스(GITEX) 아프리카 2024’. 사진 제공=한·아프리카재단

김주현·공현철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하이퍼하이어는 2022년 10월부터 베트남·인도·파키스탄·에티오피아 등지에서 개발 인력을 구해 국내 기업에 연결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프로그래밍언어를 사용하는 만큼 국제 협업에 대한 장벽이 낮다는 것이 하이퍼하이어 측 설명이다. 공현철 하이퍼하이어 이사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 입소문을 타다 보니 최근에는 대기업·중견기업에서도 해외 개발자 소싱 관련 문의가 있었다”며 “해외 인재 소싱 지역도 기존 인도·베트남에서 파키스탄이나 아프리카 등지로 다변화되고 있다” 전했다.

국내 개발자 직고용에 따르는 고임금과 산업계 내 노동 경직성, 우수 인재 채용의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으로 해외 개발 인력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에 따르면 주니어 레벨을 벗어난 7~9년 차 국내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6000만 원을 웃돈다. 이 비용은 아코테·하이퍼하이어, 그리고 동종 사업을 전개하는 슈퍼코더 등 사업자에 내는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베트남·인도에서는 30% 수준, 방글라데시·에티오피아에서는 그 이하로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 이사는 “국내에서 실력 있는 개발자를 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것이 현실”이라며 “능력을 갖춘 해외 개발 인력은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에 좋은 옵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