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전 중인 우크라에 무기 지원?…“파병으로 이어질 수밖에”
대외무역법 일반원칙에 저촉
“155㎜ 포탄도 비축분 보름치”
정부가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교전국가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국내 법규와 충돌할 뿐 아니라,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지원은 운용에 필요한 병력 파견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탓이다. 군과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대우크라이나 무기지원론의 허실을 짚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대원칙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유지해온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파병 북한군의 활동에 따라 검토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사안임에도 전문가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보수 언론들조차 사설이나 기명 칼럼을 통해 정부의 섣부른 입장 변경을 비판하거나 신중론을 편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나라가 현재 교전 중이란 사실이다. 국내에는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법규가 여럿이다. 방위사업법은 국내 방산업체가 국외로 무기를 수출하거나 거래를 하려면 방위사업청장에게 신고하고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제평화·안전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거나 전쟁·테러 등의 긴급한 국제 정세 변화가 있을 경우 △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로 인해 외교적 마찰이 예상되는 경우 등이면 방산물자(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대외무역법에 근거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중 ‘허가의 일반원칙’을 보면 “전략물자 등에 대한 허가는 해당 물품이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이 일반원칙에 명백히 저촉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이 결국엔 파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무기의 성격과 관련된 문제다. 앞으로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요청할 방공 무기로는 ‘신궁’이나 ‘천궁-2’ 같은 첨단 대공 무기가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한국방송(KBS)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장 원하는 것은 방공 시스템”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2는 고도 30~40㎞에서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중거리 대공 무기다. 천궁-2는 미사일뿐만 아니라 장비·부품·시설·소프트웨어 등이 필요한 복잡한 무기 체계다.
천궁-2는 미사일, 발사대, 교전통제소, 다기능 레이더로 꾸려진다. 실전 배치된 천궁-2의 1개 포대는 발사대 4개와 요격미사일 32발, 레이더, 사격통제소로 짜여 있다. 만약 천궁-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면, 운용 경험이 있는 한국군 장병과 제조업체 기술자가 우크라이나에 머물며 현지 교육과 운영·유지·정비를 돕는 등 후속 군수 지원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규모가 작고 전투에 직접 투입되지 않는 비전투 병력이지만 자위권 차원의 무장이 필요하고, 전황 악화 시 이들을 보호할 경계병력 추가 파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안보 공백 우려도 만만찮다. 천궁-2는 유사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전력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어 한국군은 1발이라도 요격미사일 확보가 절실한 처지다. 게다가 재고가 없어, 우크라이나에 이 무기를 제공하려면 북한 미사일을 막기 위해 한국군에 배치해야 할 무기를 빼내야 한다. 2022년 4월8일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공 유도무기 지원을 요청했으나, 서 장관은 “우리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제한된다”며 거절한 바 있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155㎜ 포탄도 한국군에는 보름치 비축분밖에 없어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며 살상무기 지원 검토 방침의 재고를 요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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