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허술한 통계관리, 헛도는 농지정책

김소진 기자 2024. 11.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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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농지 임대차, 도시민 투기로 인한 유휴 농지 양산.

대표적인 것이 1996년 1월 '제정 농지법' 시행 전 등기된 농지다.

청년농이 창농 초기 가장 큰 걸림돌로 언급하는 것이 농지 확보다.

신규 진입한 청년농은 어디에, 어떤 농지가 거래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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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농지 임대차, 도시민 투기로 인한 유휴 농지 양산. 농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지만, 정확한 실태는 수십년째 미궁 속이다. 통계가 있어도 소수의 표본만을 토대로 한 추정치거나 이마저도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농지는 농업 생산의 필수 요소이지만 전문가들은 정확한 면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논밭 지목별 면적 등 기초적인 데이터마저도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1월 ‘제정 농지법’ 시행 전 등기된 농지다. 이들 농지는 ‘농지법’ 적용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사용·처분할 수 있다. 이런 농지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농업 세대 계승의 성패 역시 농지가 쥐고 있다. 청년농이 창농 초기 가장 큰 걸림돌로 언급하는 것이 농지 확보다. 원칙적으로는 농지 임대차는 농지은행을 통해 거래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물밑 거래가 주를 이룬다고 본다. 신규 진입한 청년농은 어디에, 어떤 농지가 거래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고령 은퇴농이 보유한 농지를 청년농에 이양할 방안 마련도 시급하지만, 이들이 소유한 농지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고령농이 현재 농지를 누구에게 어떻게 상속하고 있는지 권리 이동 실태도 미지수다.

정확한 현황 파악의 부재 속 서로 다른 주장만 공허하게 충돌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논의는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일본은 2009년 ‘농지법’을 개정해 상속 농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상속을 통해 농지 권리를 취득한 사람이 농지위원회에 권리 변경 사실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은 상속으로 인한 소유권·임차권 이전 현황 등이 담긴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농지통계에서 더 나아가 농지 관련 정보를 폭넓게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은 농지대장에 기재된 정보를 바탕으로 ‘농지 내비게이션’을 구축했다. 경작자 정보, 소유자의 향후 영농 의향 정보, 토지 특성 정보를 공개하는 식이다. 후계농이 이런 정보를 손쉽게 파악, 농지를 집약화하는 등 농지 이용을 효율화하고 있다.

한국도 현재 농지통계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농지대장을 정비하는 중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정비한 농지대장을 고도화할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농지 정비라는 농업계의 해묵은 과제를 풀기 위한 전향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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