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선예(禪藝)가 만난 전시회 [인문산책]

2024. 11.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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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동아시아인들은 직업 화가의 그림이 아닌 문인화에는 '서권기(書卷氣) 문자향(文字香)', 즉 책의 기운과 문자의 향기가 내포돼 있다고 말하곤 한다.

불교적인 문인화의 대표로는 달마도가 존재한다.

남종문인화에서의 '남종'이란, 명나라 동기창이 '화안'에서 선불교에 남종과 북종이 있듯 회화에도 남종과 북종이 있다고 한 것에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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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세한도’(歲寒圖ㆍ국보 180호). 문인화에는 ‘서권기(書卷氣) 문자향(文字香)’ 즉 책의 기운과 문자의 향기가 내포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정재의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대사로 유명한 2013년 영화 '관상'.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관상은 실은 골상(骨相), 즉 ‘뼈의 기운’을 보는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표면적인 형상은 살에 의해 변형되며, 본질은 뼈를 통해서 흐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양 예술이 형상의 모사를 추구했다면, 동양 예술은 그 이면에 흐르는 정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유럽에서 흔히 목도되는 그리스·로마의 조각상은 마치 대리석을 살려낸 듯 생생하다. 이들이 추구한 형상 모사의 진수가 그 속에 있는 것이다. 예술에서 형상 모사는 기본이자 핵심이다. 중국 남조의 사혁(5∼6C)은 그림의 6가지 원칙(畵六法)을 강조했다. 거기에는 생동감 있는 형상 모사와 구도가 중요하다고 역설돼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예술은 불교의 확대와 함께 형상을 넘어서는 정신의 묘사로 치닫는다. 형상은 변화하는 허상일 뿐, 그 이면의 품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나라 왕유에서 시작된다. 왕유는 시선(詩仙) 이태백, 시성(詩聖) 두보와 함께 시불(詩佛)로 불린 시·서·화에 능한 지식인이었다. 그의 그림에는 직업 화가에 견줄 수 없었지만, 전문가에게서는 볼 수 없는 기품이 있다. 은자와 공부인의 기상이 담긴 남종문인화의 시작이다.

동아시아인들은 직업 화가의 그림이 아닌 문인화에는 ‘서권기(書卷氣) 문자향(文字香)’, 즉 책의 기운과 문자의 향기가 내포돼 있다고 말하곤 한다. 추사의 '세한도'나 흥선대원군의 난초 그림 등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림을 통해 정신 경계를 드러낸다는 것은 이 세계를 넘어선 불교의 깨달음도 추구하는 미학이다. 불교적인 문인화의 대표로는 달마도가 존재한다.

남종문인화에서의 ‘남종’이란, 명나라 동기창이 '화안'에서 선불교에 남종과 북종이 있듯 회화에도 남종과 북종이 있다고 한 것에 연유한다. 불교의 영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지난 9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앞 광장에서 열린 '성파 선예 특별전 COSMOS'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COSMOS'가 열렸다. 다선일미(茶禪一味)처럼, 차와 선을 결합한 것을 넘어선 선과 예술의 조화이다. 명상의 시대에 던져진 보고 느끼는 공감각적인 선의 향연이 이 시대 최고의 고승에 의해 펼쳐진 것이다.

장언원은 '역대명화기'에서 서화동원(書畵同源) 즉 그림과 글씨의 동일성을 얘기했고, 공자는 '논어'에서 유어예(游於藝) 즉 예술에서 노닌다고 했다. 이를 넘어 선승 성파는 예술을 통한 명상, 즉 깨달음의 현재화를 직접 가리키고 있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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