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미 대선이 몰고 온 '환율 파도'… 1400원 마지노선 넘길까

이지운 기자 2024. 11. 4.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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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대혼전 미대선, 증시 점검]③ 대선 후 강달러 지속?… 이달 한은 금리 동결 전망
[편집자주] 11월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두고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근접하는 등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서 환율이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순매도 영향에 좀처럼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미국 대선도 증시엔 비우호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에 낙관적 전망이 옅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인들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두 사람의 당선 여부에 따라 기술주, 방산, 조선주 등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이미지=챗GPT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강달러'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80원 초·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1400원에 근접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대선 이후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만큼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 정책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시작된 이후 일시적으로 1300~1400원대를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300원대 위에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에도 1379.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환율은 장중 1303.4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10월 들어 환율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상승하며 1390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0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최근 고환율 배경으로는 오는 5일(현지시각) 실시되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꼽힌다. 또한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의 경제 지표로 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진 점도 추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강달러' 흐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두 후보 모두 대규모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향후 국채 발행량이 늘면서 금리 및 달러 가치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해리스 후보 당선 시보다 달러 강세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후보의 관세 인상, 세금 감면 등 주요 공약이 강달러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신호'인 14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한국은행이 이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데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국내 시장금리는 3분기 GDP(국내총생산) 부진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했으나 환율로 인해 11월 연속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치솟는 환율 등 변수에 금리 인하 스텝 엇박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역성장(-0.2%)이었던 2분기 보다는 플러스 전환됐지만 한은의 3분기 전망치인 0.5%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의 성장률 기여도는 개선됐으나 수출이 7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이 같은 성장률 둔화는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박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정책위원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포인트 내린 연 3.25%로 결정했다. 2021년 8월부터 지속된 긴축 기조를 완화하고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장 분위기는 '올해 추가 인하는 없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성장률이 발목을 잡으면서 내수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 한은의 3분기 GDP 발표 이후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 부진 우려와 함께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급등한 환율이 통화정책의 변수로 떠올라서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은 더 불안해진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당국이 1400원 위쪽을 용인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11월 한은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 단기적으로는 강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신정부 도입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누구러지고 환율이 안정적 흐름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대선을 전후한 2~3개월 동안 대선 불확실성과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강달러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정책 불확실성의 완화는 강달러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2025년에는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통화 정책으로 인한 강달러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평균 1300원으로 하락하며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높은 환율에 대한 부담과 중국의 경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강달러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므로 당국의 개입 의지로 추가 환율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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