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망고, 고창 바나나… 유통업계 “온난화에 강한 품종 잡아라”

이민아 기자 2024. 1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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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과일 생육 지도가 바뀌면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국산 열대 과일을 판매하거나 변덕스러운 날씨에 잘 살아남는 과일 품종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과일 품종들이 수년째 진행 중인 온난화로 더 이상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면서 유통업계가 판매하는 과일 종류도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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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하는 국내 열대과일 재배지
고창 바나나, 4배 비싸도 잘팔려… “수입산과 동일 품질, 유기농 재배”
아열대과수 농가 꾸준한 증가세
명절 과일 선물세트에 신품종 추가… 청과바이어, 과일 연구소로 출근도

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과일 생육 지도가 바뀌면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국산 열대 과일을 판매하거나 변덕스러운 날씨에 잘 살아남는 과일 품종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과일 품종들이 수년째 진행 중인 온난화로 더 이상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면서 유통업계가 판매하는 과일 종류도 변하고 있다.

● 국산 열대 과일 재배지 북상

국내산 ‘블랙 애플망고’,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슈팅스타’ 포도,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노란포도 ‘골든스위트’ 등 브라질산 애플망고 1점 빼고 모두 국내산으로 구성한 현대백화점의 과일선물세트. 현대백화점 제공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판매하고 있는 국산 열대 과일이 외국산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외국산 열대 과일보다 신선하고, 유기농 재배를 했다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3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전북 고창군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점포별로 조금씩 선보였는데 2만7000여 팩이 팔렸다. 고창 유기농 바나나는 1팩(3, 4개)당 약 6000원이다. 이마트가 대개 바나나 1팩(3, 4개)을 1300원가량에 할인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 예전엔 국내 생산이 어려웠지만 최근 고창에서 외국산과 동일한 품질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어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제주산 애플망고도 과일 선물세트에 포함해 팔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던 작물들이 내륙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되면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열대 과수를 재배하는 국내 농가는 4741호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망고는 붉은색의 애플망고로 제주도와 전남 영광, 경남 통영, 충남 부여 등에서 재배하고 있다.

● 신품종 포함 선물세트… 바이어는 연구소로 출근

전북 완주군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기르고 있는 ‘슈팅스타’.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 추석 선물세트에 사과 신(新)품종인 ‘이지플’을 선보였다. 이지플은 고온에서도 붉은빛 착색이 잘돼 최근 기후변화 대응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지플 사과 외에도 바이어들이 연구기관과 협업해 신품종을 대거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사과(스위티멜로디), 배(그린시스, 신화, 창조, 설원) 등과 경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에서 개발한 포도(골드스위트, 루비스위트) 등이 대표적인 신품종 과일들이다.

그동안 주로 국내외 산지와 농산물 도매시장을 오가던 유통업계 청과 바이어들은 이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전국 곳곳의 과일 연구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에 예측하기 힘든 기상 현상이 반복되면서 농수산물 수급 불안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과일과 곡물을 함께 담당하던 청과 바이어들을 과일만 전담하도록 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상 악조건에도 생육이 용이한 신품종을 발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특히 프리미엄 식품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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