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승격 꿈 이룬 ‘극락 축구단’… “서울 잡자” 20년 벼른 승부
LG 2004년 서울로 연고지 옮겨… 안양 팬들의 분노, 새 구단 낳아
유병훈 감독 데뷔 시즌에 승격… “청춘 바친 팬들에 우승 바친다”
안양은 2일 부천과의 2부 리그 방문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1을 보태 62점(18승 8무 9패)이 된 안양은 남은 정규 라운드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내년 시즌 1부 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3일 현재 2위인 서울이랜드는 승점 58(17승 7무 11패)인데 역시 한 경기가 남았다. 2부 리그 정규 라운드 우승팀은 플레이오프(PO)를 거치지 않고 다음 시즌 1부 리그로 직행한다. 2부 리그 2위는 1부 리그 11위 팀과 승강 PO를 치러 이겨야 승격한다. 2부 리그 3∼5위는 준PO, PO에서 살아남은 뒤 1부 리그 10위 팀과 승강 PO를 또 치러야 한다.
안양은 실업팀 국민은행의 선수와 지도자를 흡수해 2013년에 창단한 팀이다. 안양은 그해 K리그 챌린지(지금의 K리그2)가 출범할 때부터 2부 리그에 참가했다. 2부 리그 원년 참가팀 중 올 시즌까지 줄곧 2부에만 머물렀던 구단은 안양과 부천뿐이다. 안양은 2019년 3위, 2021년엔 2위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지만 PO에서 모두 탈락했다. 2022년엔 정규 라운드를 3위로 마친 뒤 창단 후 처음으로 1부 리그 팀과의 승강 PO 기회까지 잡았다. 하지만 1차전을 0-0으로 비긴 뒤 2차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수원에 1-2로 패해 승격의 꿈이 또다시 좌절됐다. 하지만 올 시즌 안양은 2부 리그 도움 1위 마테우스(7골, 11도움)의 활약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정상을 차지하며 1부 리그 직행에 성공했다.
안양의 창단 멤버인 유병훈 감독은 팀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에 승격을 이뤄냈다. 2013년 코치로 합류한 그는 2017년까지 안양에 몸담았다. 이후 아산(2018년) 서울이랜드(2019년) 등에서 코치를 지냈다. 2021년에 다시 안양으로 돌아왔고 작년 12월 감독으로 취임했다. 유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팀을 K리그2 정상에 올려놓은 역대 다섯 번째 지도자다.
유 감독은 2일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아내와 팀 매니저에게 우승의 기쁨을 돌려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와 팀 매니저 모두 갑상샘암 투병 중이다. 유 감독은 “매니저는 팀을 위해 수술 날짜를 미뤘다. 아내는 어제 암 판정을 받았다”며 “내 스트레스를 (그들이) 나눠 진 것 같아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양이 내년 시즌 1부 리그에 참가하게 되면서 연고지 이전으로 앙숙 관계가 된 FC서울과의 맞대결도 성사됐다. 안양이 창단하기 전에 경기 안양시를 연고지로 삼았던 팀은 LG(현 FC서울)다. 2004년 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자 안양의 축구팬들은 삭발하거나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며 항의했다. 이들은 LG가 안양을 떠난 뒤 ‘FC안양 창단후원회’를 만들고 서명 운동 등을 벌여 새 구단 창단에 힘을 보탰다.
안양의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응원가엔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이라는 가사가 있다. 유 감독은 “안양의 창단을 위해 청춘을 바친 팬들 덕분에 오늘의 안양이 있다”며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에게 (우승과 승격을) 바친다”고 했다. 안양과 FC서울은 2017년 4월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서 만난 적이 있다. 경기를 앞두고 안양 구단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에 팬들은 “언젠가는 서울을 만나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고 싶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당시 안양 서포터스는 홍염을 터뜨리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지만, 경기에선 0-2로 졌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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