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실무관' 김주환 감독 "김우빈은 젠틀한 거인… 김성균 선배는 내공과 포용의 대가"[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11. 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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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은 데뷔작인 '코알라'를 비롯해 영화 '청년경찰', '사자',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등 청년들의 창업기부터 청년경잘들의 고군분투 성장기, 악에 맞서는 격투기 챔피언, 복싱 하나 말고는 가진 게 없는 청년들의 생존기 등을 통해 특별한 꿈없이 지내던 청년들이 세상을 향한 작은 열망을 품게 되고 주위 조력자들과 힘을 모아 악의 세력들을 처단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스토리를 그려왔다.

영화 '무도실무관' 또한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유단자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제안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평범한 청년에서 우리 일상 속 작은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내용을 그렸다.

김주환 감독은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경찰관이나 소방관분들처럼 사회의 질서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존경했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 알게 되자마자 바로 이야기로 옮기고 싶었다. 언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운명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지점이 작품 속에서 응축되곤 한다"고 말했다.

- 무도실무관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 평소 경찰관이나 소방관분들처럼 사회의 질서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존경해왔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 알게 되자마자 바로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집에 온 고지서를 보게 됐다. 거기서 성범죄 알림의 내용을 보면서 무도실무관의 실존감이 느껴졌다. 이런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며 스토리로 만들게 됐다. 언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청년경찰'에서 버디극을 다룰 때는 우정의 형태를 그리고 싶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지점이 작품 속에서 응축되는 것 같다. 무도실무관이나 보호관찰관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 이정도 역에 김우빈을 캐스팅한 이유는

▶ 제작사와 만장일치로 이정도 역은 김우빈 배우라고 생각했다. 정도는 먼치킨 같은 인물이다. '무도실무관'은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중시하던 인물이 내적 성장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인물로 발전하는 스토리를 그렸다. 김우빈 배우가 전작에서 보여준 남성적 매력이나 큰 키, 순박한 듯 매서운 눈빛 등 모든 요소들이 마음에 들었다.

- 넷플릭스 공개후 극장에서 왜 개봉하지 않았느냐는 의견들도 나왔다.

▶ 극장 영화가 상위이고 넷플릭스 영화는 하위다라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런 차이는 있다. 극장용 영화처럼 어둡게 찍으면 휴대폰에서는 잘 보여지지 않는다. 또 인물을 풀샷으로 잡았을 경우 극장에서는 볼만한 스케일이 되는데 휴대폰에서는 인물과 관객이 너무 멀어진다. 이런 차이들이 있다. 얼마 전 공개 2주차에 총 15,7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가나왔다는데 그게 감동적이더라. 제 세대에 일어난 큰 변화이고 변혁인 것 같다. 홍콩이나 미국에 사는 친구들의 문자가 쏟아지더라. '청년경찰' 개봉 때만 해도 영화감독이 됐다고 했더니 어떻게 볼 수 있냐고 해도 도와줄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동시기에 제 작품이 전 세계에서 보여질 수 있지 않나. 많은 분들이 함께 봐주시는 것이 어떤 보상감을 주는 것 같다. 동시에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특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도 여전히 여전히 극장용 영화와 넷플릭스 영화 기술적 차이를 공부하고 있다.

- 성폭행범 강기중 역의 실제 인물을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나.

▶ 국내 범죄자를 떠올리실 수도 있지만 범죄학적으로 볼 때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케이스들로 인물을 만들었다. 해외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 시청자들이 볼 떄 가장 처단해야 하는 인물이 어떤 인물일지 고민했다.

- 연출작 중 '사자'를 제외하면 '청년경찰'부터 '무도실무관'까지 일관되게 선한 인물들이 악을 응징하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SNS나 뉴스의 내용 중에서도 누군가 약자를 도왔다는 스토리 등의 미담이 인기가 있지 않나.

귀감이 되는 일들이 더 필요해진 세상이 된 것 같다. 세상이 어려워지고 혼탁해져 가다보니 이런 일들에 사람들이 더 박수 치게 된 것 아닐까.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을 볼 때도 이런 이야기가 더 필요한 시대가 맞는 것 같다. 좋은 마음이 이긴다거나 우리가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는 걸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도덕적 가치가 더 절실해지는 시간이 오고 있다. 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빠가 이런 좋은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 이정도는 부친의 치킨집에서 배달을 하고, 오타쿠 친구들과 모여 e-스포츠를 즐기는 별다른 욕심 없는 청년이다. 태권도 3단, 유도 3단, 검도 3단의 무술 9단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뛰어난 학벌이나 직장은 없지만 자신의 삶에 소소하게 만족하며 사는 건실한 청년이다. 극중 정도에 대한 단단한 신뢰감이 돋보인다. 정도를 소시민적 청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 제가 지금 청년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은 어렵고 힘들지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소확행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이 친구들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미래는 젊은이들의 것이다. 제 작품을 봐주실 이들도 그들이고 그들이 주인공과 공감하고 교감하려면 제가 먼저 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집에서 구박받는 백수 한량이 안정을 찾고 사회를 향한 꿈을 가진다는 건 너무 계몽적 내용 아닌다. 정도의 지금 상태에서도 선행할 수 있는 저력과 열정, 용기가 있다는 내용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 극중 강기중에게 범죄를 의뢰하는 또 다른 세력들이 다크웹에 1테라바이트의 아동 성착취물을 업데이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내용들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다양한 취재를 거쳤을 것 같은데 주로 무엇을 참고했나.

▶ 해외 기사들에 소개된 국제 범죄들의 기사를 많이 취재했다. 유튜브도 찾아봤다. 현실은 매우 참담했다.

- 이정도가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에 다가서게 되는 전반부가 밝고 경쾌한 톤이었다면 강기중 등장 이후 후반 범죄 행위 묘사는 무척 어둡게 진행됐다.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보니 촬영에도 신중을 기했을 것 같은데.

▶ 선한 주인공에서 시작해 세상과 싸우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범죄의 특수성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신중한 표현에 만전을 기했다. 범죄의 무거움이나 참담함에 대해 톤다운하려고 했다. 표현 수위에 대해서도 컷의 길이도 계속 조절하고 어느 정도 압축하고 생략했을 때 이야기 전달이 되는지 고민했다. 사운드로만 전달해야 하는지도 고민했으나 해외 시청자들도 있으시니 자막으로만 보는 분들도 있기에 그림은 스토리텔링을 살릴수 있을 만큼 최소한으로 넣게 됐다. 항상 작품을 만들 때 다양한 시청자들의 입장에 서보려고 한다. 시청자는 거대하다. 남성, 여성, 연령대도 다 다르다. 그분들이 보실 때 스토리텔링의 최소화가 어딜까 고민했다.

- 김주환 감독표 액션은 매번 진화해왔다.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하다. 이번 액션은 어떤 특징을 두려고 했나.

▶ 액션 영화를 하면서 물리적 특징이 캐릭터에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막부터 그런 특성이 발휘되야 한다. 새로운 액션은 없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어떻게 해야 진짜 같아 보이고 와닿을까 고민하게 된다. 화려한 액션이라고 해서 항상 재미있고 엔도르핀이 폭발하는 것도 아니다. 판타지와 현실을 어떻게 넘나들어야 할까 늘 고민이다. 정도와 강기중의 정육점 싸움은 물리력 계산의 최종 챕터 같은 것이었다. 정도는 길에서 발차기로 싸우다가 정육점으로 이동하게 되자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비좁은 공간에서는 그의 장점인 발차기를 쓸 수가 없다. 미끄럽기도 하고 강기중이 거대한 체구의 소유자이니 발차기도 안통하고 엎어치기도 통하지 않는다. 그때 주인공은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런 것이 반영됐을 때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이건 생소한 분들이건 설득할 수 있는 사실성이 담보된다. 무조건 화려한 액션이 아닌 캐릭터의 성장이 있는 액션을 그리려 했다. 액션에서도 정도의 감정선과 성장 곡선이 함께 내포되는 지점들을 담았다.

- 김우빈, 김성균이라는 배우의 장점들을 '무도실무관'에서 극대화 시켜준 느낌이 있다.

▶ 김우빈은 정말 젠틀한 거인이었다. 그가 준비해온 다양한 것들과 감정들이 촬영 과정에서 저에게 많은 자신감을 줬다. 멋도 있는 사람인데 장꾸미도 잘 발현시키더라. 과연 저 노란 머리를 살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마저도 멋지게 소화해줬다. 우는 장면도 제대로 잘 표현해줬다. 감독으로서 정말 유리했고 우빈 배우에게 감사하다. 액션도 난이도가 꽤 있었고 소화해야 하는 무도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모든 것을 본인이 다 소화해줬다. 야간 촬영도 많았고 추운 날 찍은 액션도 많은데 정말 현장을 앞에서 잘 이끌어줬다.

김성균 선배는 눈빛만으로 많은 소통이 가능한 내공과 포용력 있는 배우였다. 제가 말을 제가 잘 못해서 '어어'라고 해도 '알았어요, 해볼게요'라며 딱 맞는 장면을 촬영해냈다. '멍뭉이'를 찍을 때 차태현 배우가 그랬다. 차태현 선배도 '알았어, 내가 해볼게'라며 척척 해내셨다. 차태현 선배는 후시 녹음할 때도 매번 귀신처럼 제가 원하는 걸 알아채곤 했는데 김성균 선배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보다 캐릭터 이해력이 넓다 보니 의지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

- 강기중 역의 이현걸은 키와 덩치만으로도 공포감을 주더라. 눈에 띄는 빌런이었다.

▶ 이현걸 배우가 정말 헌신적으로 연기해주셨다. 실제로는 정말 선하고 젠틀한 딸을 가진 아빠다. 그런 선배님인데 이번에 15~20kg을 증량하며 연기해주셨다. 이현걸 배우의 헌신으로 그렇게 무서운 역할이 탄생했고 어려운 액션신에서 단 한번도 몸을 사리지 않으셨다. 볼 떄마다 죄송하고 감사했다. 과욕 없이 저와 소통해주신 것도 감사하다. 소녀 역의 안채음 배우도 정말 열심해 해줬다. 아역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 중의 프로였다.

조민조 역의 박지열 배우는 '사자'때도 같이 작업했고 '사냥개들' 때 임대표로 출연했다. 이번에 가장 액션 난이도가 높은 역할을 맡았다. 유도 연습을 정말 많이 해서 성실하게 액션신을 소화해냈다. 현장에서 배우도 뿌듯해 했고 저도 참 감사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님들은 이후에 참 뵙고 싶은데 맘 같지 않다. 이혜영 선배님이 이번에 정도 부친 역으로 함꼐 해주셔서 감사했다. 김우빈 배우와의 케미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시는 모습들이 모니터에서 잘 보이더라. 혜영 선배님께서 우빈 배우가 더 깊은 감정에 닿을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멍뭉이'때 인연을 맺은 김지영 배우도 큰 도움을 주셨다. 액선도 있고 감정 연기도 있는 장면에서 호쾌하게 임해주셨다. 저에게 항상 용기를 주시는데 언젠가 또 함께 하고 싶다. 이중옥 배우도 이번에 큰 역할을 해주셨다. '사냥개들'에서 취객으로 우정 출연해주셨는데 이번에도 운좋게 모실 수 있었다. 항상 연구를 많이 해오시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배우다. 악랄하면서도 위트 있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톤앤매너를 많이 고민해 오셨다.

- 차기작 계획은.

▶ 앤디 서키스 공동 제작의 '요괴전'은 한창 사전 진행 중에 있다. '사냥개들2'도 많은 것을 열어두고 있다. 앞으로 액션을 더 하게 될 것 같지만 로맨틱 코미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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