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에 밀려… 애물단지 된 軍공항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군·민간 공항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는 광주공항을 전남 지역으로 옮기고 공항 부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전 후보 지역인 무안 등에서 민간 공항만 받겠다고 맞서며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뿐 아니라 대구, 수원도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전 지역 주민 반발, 예산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선 “공군 작전의 핵심인 군 공항이 개발 논리에 밀려 기피 시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광주공항은 광산구 광주송정역 인근에 있다. 과거 이곳은 광주 끝자락 주변부여서 민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 KTX역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이 발전하며 개발 수요가 커졌고, 광주시는 이 지역의 대규모 개발 계획을 구상 중이다.
문제는 다른 지역도 군 공항을 꺼린다는 것이다. 2018년 광주와 전남도는 민간 공항을 전남도로 이전하기로 하고 군 공항 이전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서남권 거점 공항인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무안군이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무안군은 주민 반대를 이유로 광주공항의 민간 기능만 이전받고 군 공항은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전투기 소음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받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공항을 이전하려면 국방부의 타당성 평가도 거쳐야 하지만 이전 대상 지역이 직접 유치하겠다고 신청해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군공항을 이전하려는 지역만 있고 받으려는 지역은 없으니 협의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해결되지 않자 최근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플랜B(대안)’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군 통합 공항 이전 문제에 국방부가 움직이지 않는 만큼, 광주 군공항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공항 관련 권한을 갖고 있는 국방부 등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뜻이다. 강 시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중앙당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해당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무안국제공항의 경쟁력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남권 거점 공항인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 개항 후 18년째 국제선만 운영 중이다. 당초 광주공항의 국내선 기능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는데, 군 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계속 반쪽으로만 운영되어 온 것이다. 이 공항은 지난해 253억원 등 만성 적자 상태다.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는 대구시와 경기 수원시도 애를 먹고 있다. 대구시는 TK신공항을 대구 군위·경북 의성군에 짓되 대구 도심에 있는 군·민간공항을 이곳으로 통합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항이 있던 부지엔 100층 높이 쇼핑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에 속해 있는 군위군을 대구시에 편입시켰다.
문제는 비용과 사업성이다. 대구는 지난 9월 24일까지 ‘TK신공항건설 및 종전·주변지 개발사업’의 민간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한 군데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민간 업체들이 사업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할 수 없이 대구시는 직접 개발 하겠다며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융자를 요청한 상태다. 군 공항 건설비만 11조5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융자를 받는데도 중앙정부와 국회의 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수원 군 공항의 경우 지난 2017년 이전 예비 후보지로 화성이 선택됐지만, 주민 반발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 국제공항을 추가로 짓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진전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공군 관계자는 “군 공항은 적의 전력 격파, 병력·물자 수송 등을 위해 요충지에 들어서 있고, 공군 전력의 다른 축인 방공포 병력도 기존 군 공항 위치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며 “군 공항 본래 기능을 상실하지 않도록 이전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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