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北 참전의 감당 못 할 나비효과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을 바라보는 유럽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962년대 미국과 소련 간에 벌어진 ‘쿠바 미사일 위기’의 유럽판이란 말도 나온다. 양측의 교전이 벌어지고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는 순간, 이 전쟁에 대한 유럽인의 시각이 크게 변화하리란 것은 자명해 보인다. 소셜미디어 일각에선 벌써부터 “13세기 몽골의 유럽 정벌 이후 800년 만에 동아시아 군대가 유럽 땅에 들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험한 확전’이라는 시각을 넘어, 북한군 파병에 문명·역사적 의미마저 부여하려 하고 있다.
참전은 무기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행위다. 주권국가로서 전쟁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문제를 파생한다.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가 북한에 대한 보복 공격을 하려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발포하는 순간, 우크라이나는 북한 본토 공격을 포함한 다양한 자위권 행사의 명분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가 평양 주석궁이나 북한의 핵시설을 타격 목표로 삼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를 검토하는 것만으로 한반도엔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북한군 사상자와 포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골치 아픈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포로를 자국 포로 교환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다. 북한군 부상자와 포로 처리 문제를 놓고 인도주의적, 법적 논란이 일게 될 것이다. 1953년 이승만 정부의 6·25 반공 포로 석방 같은 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이는 남·북 간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대규모 무기 지원 같은 ‘대가’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인권 의식이 부족한 북한 병사들이 민간인이나 포로를 상대로 비인도적 행위를 하게 될 가능성도 걱정된다. 현실이 될 경우 그 반향은 심각할 수 있다. 유럽의 극우는 중동·아프리카 이민자의 유입을 ‘문명적 침탈’로 보아왔고,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유럽 침공’이라는 새로운 스토리 라인이 등장할 판이다. 북한군이 잔혹 행위를 했다는 영상 하나만 돌아도 이 전쟁엔 루소포비아(Russophobia)와 황화론(黃禍論)이 결합된 인종주의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 참전이 일으킬 나비효과는 하나하나 따져보기도 힘들 만큼 많다. 합쳐지면 무기 지원과 병력 파견에 계속 선을 그어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입장도 어느 순간 변화할 수 있다. 절박한 러시아가 이런 리스크를 제대로 따져보기는 커녕, 북한군 파병을 ‘병력 아웃소싱’ 정도로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중국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러시아와 북한이 지금이라도 ‘회군’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 쿠바 위기 때도 결국 뱃머리를 돌린 것은 소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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