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이대로면 정권 무너질 수도… ‘특단의 특단’도 부족”

길진균 논설위원 2024. 11. 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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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인수위원장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숫자’부터 던진 개혁들 모두 실패
대선 후 집권연합 두껍게 했어야… 시행령으론 ‘4대 개혁’ 불가능
의대 2025년 정시 정원 줄여야… 與野 합의 ‘김건희 특검법’ 필요
이재명, 재판받는 대선 후보 없어야… 대선 출마, 내 뜻보다 시대정신 중요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여권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1일 “‘특단의 조치’도 부족하다. 말의 한계 때문에 더 강한 표현을 쓰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연금, 의료 등 4대 개혁과 민생경제, 외교 안보 이슈 등을 조명할 시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장외집회를 열고 여론 결집에 나선 야당은 “탄핵”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선 후보 단일화를 거쳐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4대 개혁 하나도 제대로 된 것 없다”

―윤석열 정부가 반환점에 왔다. 총평을 먼저 해달라.

“한마디로 말하면 ‘안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대선 승리는 비상식적이고 불통인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건 정권이니까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4대 개혁’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다. 성과가 거의 없다. 또 이미 개혁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 개혁 동력이라는 게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것 아닌가. 그 힘으로 개혁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 혼자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 때 0.73%포인트 차로 겨우 승리했다. 선거연합에서 승리를 했으면, 집권연합을 더 두텁게 만드는 게 그다음 순서인데 오히려 더 쪼그라들어 버렸다.”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신속히 추진하라고 당부했다는데….

“시행령 개정으로는 부족하다. 연금 개혁만 해도 법과 다르게 시행령을 만들 수 없다.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4대 개혁을 하겠다, 이거는 불가능하다.”

―개혁 방식은 뭐가 잘못됐다고 보나.

“모두 숫자부터 던졌다. 교육 개혁 한다면서 ‘5세 입학’을 얘기하고, 실패했다. 과학기술 개혁을 얘기하면서 ‘연구개발비 감축’ 숫자부터 던졌다. 또 실패했다. 의료 개혁 추진하면서 또 ‘2000명 증원’이라고 숫자부터 던졌다. 이게 반복됐다.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선 문제점을 알리고, 해결 방법과 거기에 대해 정부가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예산에 대한 의지를 내세운 다음 가장 마지막에 숫자를 내야 한다. 그런데 왜 이걸 이만큼 줄이고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설득 없이 숫자부터 던졌다.”

―의정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정원에 대해서도 조건을 걸지 말자”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도 유효한가.

“유효하다. 의정 갈등 이대로 안 끝난다. 내년 3월에 의대생들이 복학하지 않으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의료 시스템 붕괴와 입시 붕괴라는 이 커다란 두 가지 피해 중에 어느 것이 더 작은가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게 국가의 일이다. 수험생들의 혼란이 있겠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수시 전형은 그대로 하더라도, 정시 모집 정원을 줄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데….

“2030세대는 이걸 공정 이슈로 본다. 그 어려운 경쟁을 뚫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50% 증원한다는 것을 불공정으로 본다. 분노가 굉장히 크다. 설득 작업도 전혀 없었다. 의료 시스템은 죽고 사는 문제이고, 교육 시스템은 먹고 사는 문제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에 하나다.”

―인수위 활동 이후 대통령에게 따로 조언한 적은 없나.

“취임식과 당 연찬회 등 행사 때 몇 마디 나눈 적은 있지만 대통령을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연락 온 것도 없었다.”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먼저 제안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문성 있는 과학기술, 의료, 연금 등에 대해선 아는 전문가도 많았고, 생각했던 정책 방향을 반영해 인수위 보고서에 담았다. 그런데 내가 추천한 사람보다는 다른 분들을 대통령이 선택하더라. 그런 과정을 보면서 ‘본인이 책임도 지겠다는 뜻이구나’ 그렇게 받아들였다.”

―인수위 때 윤 대통령의 모습은 어땠나. 대통령이 반대할 듯한 의견은 개진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때 회의를 많이 했다. 비서실을 통해 면담 요청을 하면 당선인을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당선인이 예고 없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소통과 토론에 꽤 적극적이었다. 내가 용산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지금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그때는 비교적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졌다.”

―지금과 그때는 무엇이, 왜 달라졌을까.

“지금은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는 것 같다. 옛날에 어떤 왕은 참모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게 하고 왕은 커튼 뒤에서 듣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들어와서 ‘이 방향으로 가자’ 하고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이쪽으로 가자’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 “특단의 특단의 조치 필요, 다 바꿔야”

―윤 대통령 지지율이 19%로 떨어졌다.(인터뷰 도중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드디어 깨졌군요. 지금은 국민의 실망이 극도에 달했다라고 한마디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건 회복하기 힘들고, 이게 끝이 아니고 더 떨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심각한가.

“이럴 때는 ‘특단’이라고 말하는 것도 부족하다. 말의 한계 때문에 더 강한 표현을 쓰고 싶은데 떠오르지를 않는다. 특단을 넘는 특단, 정말 ‘뭐 빼놓고는 모두 바꿔라’ 이 정도의 결단을 해야 본인도 살고 국가도 산다고 본다.”

―어떤 조치가 있을 수 있을까.

“진솔한 대국민 소통, 전면적인 개각을 포함한 인사 개편, 국정 기조의 대전환, 그다음에 야당과의 소통 내지는 협조, 노력들이 필요하다.”

―인수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또는 소위 김 여사 라인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생각한 적 있나.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당시 인수위는 둘로 분리돼 있었다. 나는 정책만 했다. 비서실이 따로 있었다. 명태균 씨 이름이 나온 적도 없다.”

―명 씨가 안 의원과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적이 있는데….

“나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을 수 있다. 선거 때면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나. 그분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 않나.”

―김 여사 문제가 이렇게 커지기 전에 막을 순 없었을까.

“이전부터 ‘김 여사의 진솔한 유감 표명 내지 사과가 필요하고, 제2부속실을 빨리 만들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자’고 인터뷰 등을 통해 계속 얘기했다. 그런데 시기가 지난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단계가 지나 버린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제를 막진 못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에게 안심을 주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것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 정국’ 수준의 위기가 여권에 밀려오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그런 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벌써 시작했다. 11월 중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고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배경은….

“여러 의혹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그냥 없던 걸로 넘어가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조건은 있다. 특검을 하더라도 저는 여야 합의 특검을 찬성하는 거지 지금 민주당 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여야 합의 특검, 대통령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가능할까.

“대통령이 동의해야 한다. 본인이 거부해서 지나갈 순 있다. 근데 그러다가는 둘 중에 하나다. 정권이 무너지거나 아니면 임기를 마치더라도 그다음 대통령이 특검을 할 거다.”

―정말 ‘특검이 없으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 시절처럼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 “국민이 설득되면 야당도 탄핵 꺼내기 어려워”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야당의 태도가 바뀔까.

“국민들이 설득되면 야당이 아무리 다수라고 해도 무조건 반대하고, 탄핵하자고 나서기는 어렵다. 야당도 멈칫멈칫 하게 된다.”

―민주당의 지금 모습은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의 전통이 무력화됐다. 예전에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있었지만 소수당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 지금 민주당은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정도로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게 다수결로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 대표가 결국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선거법 사건 선고는 1년 이내에 대법원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은 성역이 없어야 한다. 그 원칙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무죄든 유죄든 결정이 나기를 기대한다. 재판을 받는 후보가 대선에 나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야권 일각에선 ‘임기 단축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원론이지만 원래 개헌을 할 때 개헌을 한 대통령은 개정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 거다. 그게 원칙이다.”

―차기 대선 출마는 계획하고 있나.

“대선을 한 번 치러 봤다. 총선은 자기가 결심해서 나갈 수 있지만, 대선은 시대정신이 받쳐줘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있고, 전 국민 사이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시대정신 아니겠나. 내가 잘 아는 과학기술 의료 교육개혁 분야 등에서 열심히 할 것이다. 국회 외교통상위 활동도 마찬가지다. 나를 필요로 하는 생각들이 모이면 나갈 수 있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거다.”

―우군이 많이 필요할 텐데, 적극적인 당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친한 의원들이 꽤 있다. 일대일로 의원들을 만나서 의견을 나눠 보면 공감하는 의원이 많이 있다. 다만 그분들이 대외적인 목소리까지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동훈 대표와는 따로 만난 적 있나.

“여러 의원과 함께 만난 적은 있지만 따로 만난 적은 없다. 정치인 간 진정한 진솔한 대화를 하려면 일대일로 만나야 한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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