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정년연장, 계속 일할 수 있게

강나루 2024. 11. 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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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32회] 정년연장, 계속 일할 수 있게


홍왕기/
오늘 당신 일정은 어떻게 되지?

아내/
오늘은 특별하게 출장이나 이런 거 없기 때문에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올 것 같아.


홍왕기/
그러면 보통 다른 때하고 똑같이 퇴근하겠네?

아내/
5시 반 정도? 그 전에 도착할 것 같은데


홍왕기/
저녁을 미리 준비를 해 놔야 되겠구먼

아내/
그러면 고맙고



62세 홍왕기 씨의 하루는 교장 선생님인 아내의 출근 시간에 맞춰 시작됩니다.

홍 씨는 매일 아침 아내의 출근길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퇴직 후 홍 씨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일상입니다.

아내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홍왕기/62세
(아내가) 가끔 늦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여보 와줄래?’ 그러면 제가 거기까지 갈 때도 있고… 백수인 남편하고 살면 또 그런 좋은 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홀로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홍왕기/62세
내가 현재 있는 위치에서 지금 퇴보하는 건가, 뭔가 진전이 있는 건가, 가끔 스스로도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있고 그래요.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는 홍왕기 씨.

그는 현재 청렴 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한 달에 한 번 강의를 나갑니다.

홍 씨는 은행에서 27년을 근무하고, 55세가 되던 2017년 퇴직했습니다.

홍왕기/62세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물러나야 될 때가 가까이 온 것 같다’ 이런 생각도 있었고. 그렇다고 하면 '내가 다음에 여기를 떠나서 제2의 인생은 어떻게 살지' 하는 그런 고민도 사실은 50대부터는 생각을 했는데, 저뿐만이 아니고 주위 동료들도 어느 정도 50대가 되면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자발적 퇴사였지만 막상 현실은 생각과 달랐습니다.

홍왕기/62세
퇴직할 때는 편한 마음으로 나왔는데 그게 석 달이 안 갑니다. 일단 부담이 오고요. 가족들은 동의를 했으니까 제가 조기 퇴직을 했습니다만 조금 미안한 느낌이 있어요.

홍 씨는 결국 보험회사에 들어가 영업 업무 3년, 퇴직한 은행에서 촉탁직으로 재고용돼 1년을 더 일했습니다.

홍왕기/62세
운이 좋은 게 뭐냐면 60세가 넘으면 그것도 법정 정년입니다. 위촉직이지만 그것도 법정 정년 60세가 넘으면 뽑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 1년 동안 상당히 행복하게, 운 좋게 근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한 직장에서 50대 중반에 퇴직하고 이후에도 더 일할 수 있었던 홍 씨는 실제로 운이 좋은 편입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 이른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세에 그칩니다.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법에 규정되기 때문에 다른 일이 없으면 정년은 지켜줘야 되는 게 맞는데 다른 사안을 만드는 거죠. 구조조정, 정리해고, 조기 퇴직, 여러 가지 이름으로…. 정년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20%에 불과하고, 그 20%의 기업에 종사하던 사람도 정년을 채운 사람 비율은 절반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틈날 때마다 집 근처 서점을 찾는 홍왕기 씨.

정년 이후의 경쟁은 퇴직 이전보다 더 치열합니다.

홍왕기/62세
쉽지 않습니다. 이게 결국은 누가 선발해 주는 거잖아요. 냉정한 세상… 이것도 시장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도권보다 더할 수도 있어요 사실은.

정년 이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홍 씨뿐만이 아닙니다.

1962년생 홍 씨는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됩니다.


1955년부터 63년까지 전쟁 직후 태어난 7백만 명.

이들은 지난해 정년 60세를 넘어섰고, 올해부터는 그다음 64년부터 73년생까지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1차 베이비붐 세대보다 250만 명이 더 많습니다.


전체 인구 6명 중 1명이 순차적으로 정년을 맞이하게 된단 얘기입니다.

권기섭/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제는 고령 인구 차원에서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다가왔고 그 고령 인구 비율은 국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중에 훨씬 높아졌고 하니까 당연히 예전보다는 훨씬 더 체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김현석/운전기사(60세)
여기 차고지에서 출발해가지고요. 광명경찰서 지나서 구로역 지나서 신도림 쪽으로 해서….

(노선 한 번 도는 게 얼마나 걸리신다고) 길이 안 막혔을 때는 한 3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중간에는 좀 쉬세요?) 없습니다. 중간에 쉬는 것도 없고 갔다 와야 됩니다.

64년생, 올해 60세를 맞은 김현석 씨.

2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기사지만 출근길 버스 운행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입니다.

김현석/운전기사(60세)
출퇴근 시간대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안전에도 신경 쓰고 여러모로 힘듭니다.

안전 운행은 기본, 친절한 서비스까지.

이 때문에 버스 운송업은 숙련도 높은 중장년 기사는 계속 필요한 반면, 젊은 신규 인력 지원은 적습니다.


김현석/운전기사(60세)
손님을 이렇게 태우고 또 하차하고 승차하고 하는데 신경이 엄청 쓰이거든요. 그리고 하루에 몇천 명씩 승하차하고 그러니까.

서울시내버스 노사가 운전직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높이는 데 합의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64년생 김현석 씨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

김 씨는 정년 연장 덕에 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할 수 있게 됐지만, 동갑내기 다른 64년생들은 당장 눈앞에 소득 절벽이 펼쳐집니다.


올해로 정년 60세, 하지만 연금 수령은 63세.

정년을 꽉 채워 일하더라도 3년의 공백이 생기는 겁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이보다도 더 길어집니다.

김현석/운전기사(60세)
요즘 원래 63세 지나야 국민연금을 탈 수가 있잖아요. (연금을) 미리 타가지고 생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법정 지급 시기보다 최대 5년 미리 연금을 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제도.

1년에 6%씩 수령액이 깎여 최대 30% 손해를 봐야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조기 수령을 택하고 있습니다.

김현석/운전기사(60세)
국민연금 손해 보면서도 일찍 타가는 친구들도 있고 그래요. 3D 업종 그런 데 들어가지도 못하잖아요 우리 같은 나이에는. 힘들어가지고….


이 소득 절벽 구간은 앞으로 5년까지 벌어집니다.

1998년 연금 개혁으로 수급 개시 연령은 당시 60세에서 5년에 한 살씩 높아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수급 연령은 63세까지 높아졌고, 2033년에는 65세에 연금을 받게 됩니다.


출생 연도로 보면 김현석 씨를 비롯한 61년에서 64년생은 63세에 연금을 수령하고, 65년에서 68년생은 64세, 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에 연금을 받는 겁니다.

연금을 받는 나이가 뒤로 미뤄진 만큼 연금을 그만큼 오래 내야 한다는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9월 4일, 보건복지부 연금개혁 추진계획 브리핑)
현행 59세인 가입 상한 연령도 고령자의 고용 여건 개선과 병행하여 장기적으로 그 인상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연금을 받는 것도 내는 것도 더 늦어진다면, 일이라도 더 늦게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기자/
연금 관련해서 선생님의 상황을 좀 얘기해 주실 수 있으세요?


홍왕기/
저는 개인적으로 (연금 수급이) 2026년 1월부터. 1년 남짓 남았죠. 퇴직한 시점부터 연금 개시 시점까지 저 같은 경우는 3년입니다만 5년, 또 저같이 조기 퇴직한 사람은 더 길어지죠. 60세에 퇴직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니까요. 60세에 퇴직 못 하는 사람, 더 조기에 퇴직한 사람은 어떻게 할 거냐고요. 길게는 제 나이로 볼 때는 10년 아닙니까? 10년 동안 어떻게 삽니까?


63세 김호성 씨.

올해 3월 정년퇴직을 하고 곧바로 회사와 1년간 촉탁직 재고용을 맺었습니다.

정년이 됐다고 일을 손에 놓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김호성/촉탁직 재고용(63세)
지금 가장 돈이 많이 들 때죠. 자녀들은 이제 막 대학 나오고 사회에 들어서면서 결혼할 때고. 그러니 결혼 자금도 준비해야 되고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가 준비를 해줘야, 같이 뛰어야 될 때인데 저는 저대로 노후 준비를 해야 되고 자녀는 자녀대로 사회에서 적응하고 결혼하고 잘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되는 때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정년퇴직 이후 생업 전선에서 물러났을 60세.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가족이 돌보는 시스템은 작동할 수 없다 더 이상. 그런 체계를 넘어섰다고 하면 이제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라도 소득을 벌충해서 생계를 영위해야 되는 거죠.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좀 더 넓혀줘야 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책임인 거죠.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50플러스 남부캠퍼스.

이름 그대로 50세 전후 중장년층의 구직활동 등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59세 유은정 씨는 이곳에서 취업 상담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상담사들 역시 중장년층입니다.

유은정/서울시50플러스재단 선임
지금 상담센터에 취업 컨설턴트 여섯 분이 계신데요. 그중에 이제 대표를 맡고 계신 분이 62년생이라서 올해 만 62세인데 아주 열정적으로 근무를 매우 훌륭하게 잘하고 계시고요.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나같이 외치는 것, 바로 일하고 싶다는 겁니다.

유은정/서울시50플러스재단 선임
'나는 아직 건강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나를 필요로 하는 데가 없다. 그래서 화가 난다' 이런 말씀 하시고요. 그리고 '지원서를 여러 군데 넣었는데 뭐 서류조차 통과를 못한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난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말씀 좀 하시고.

실제 55세 이상 근로자층 10명 중 7명은 장래에 일하고 싶다고 답했고, 평균적으로 73세까지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유 킥보드 회사의 중장년 채용 설명회.

행사장이 금세 구직자들로 가득 찹니다.

김정민/공유 킥보드 업체 인사총무팀장
트럭에 기기를 싣고 나가서 담당하시는 지역에 기기를 배치하기도 하고요. 또 고장 난 기계를 수거하기도 하고….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를 직접 거리로 실어 나르거나 수거해야 하는 일입니다.
구직자/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든지 역량 같은 게 있으면 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정민/공유 킥보드 업체 인사총무팀장
가장 큰 부분은 저희가 계속 어찌 됐든 힘을 쓰는 직무다 보니까 어느 정도 체력이 좀 있으셔야 될 것 같고요. 사실 대부분의 직원이나 아니면 캠프를 총괄하시는 캠프장님이 아마 지금 선생님보다는 나이가 좀 적으실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직에 잘 적응해 주시면 특별히 문제는 없으실 것 같고요.

설명회가 끝나고 한층 아래에선 현장 면접이 진행됩니다.

구직자 대부분이 면접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면접관/
나이대가 거의 비슷하실 겁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 없고요.

참석자 대부분이 50대, 간혹 60대 신청자도 있습니다.
김희석/공유 킥보드 업체 캠프장
캠프에 계신 분 중에 가장 연장자분이 61년생이세요. 저도 지금은 55세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더 근무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과 학력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들의 업무 능력 역시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유은정/서울시50플러스재단 선임
건강하신 분들은 요즘 외모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50대인지 40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런 분들도 많고요. 또 개인이 역량 개발에 굉장히 힘쓰셔서 요즘 국가 자격증 시험장 가보면 20대보다 오히려 5~60대가 더 많다고 하잖아요.


외국계 제약회사를 다니다 50대 중반에 정년을 마친 김가현 씨도 퇴직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자격증을 따는 거였습니다.
김가현/63세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면서 교육학과를 졸업하게 되면 평생교육사 자격증도 딸 수 있고요. 그거와 더불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같이 딸 수 있었습니다. 또 공공기관에서 일하려면 컴퓨터 스킬이 좀 있어야 하고 그래서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도 별도로 제가 따로 취득해서…. 어디다 이력서를 내더라도 컴퓨터 활용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항상 묻거든요.

유은정 씨는 당장 내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유 씨는 자신이 좋아하고, 성과도 잘 낼 수 있는 이곳에서 계속 일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유은정/서울시50플러스재단 선임
중장년의 노동 시장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걸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요. 제가 몸담고 있던 곳에서 제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급여가 조금 삭감되더라도 재단에서 불러주면 다시 올 겁니다.

현재 정년연장을 비롯한 고령층 고용 논의의 핵심은 바로 이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이지만/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주된 일자리를 떠나서 새로운 일자리를 잡았을 때 그 새로운 일자리에서의 임금과 복리후생은 주된 일자리의 절반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하여 이분들이 정년 60세, 나아가서 정년 65세까지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일의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많은 생산성 증대가 있을 것이며 이분들도 익숙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보람도 가지게 됩니다.


지난달 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계속고용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날.

정년 연장을 비롯한 고령자 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관계자가 한데 모였습니다.

진행자/
시간은 충분하니까 노동계 먼저 발제를 해주시고 경영계 발제를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계속고용위원회는 지난 6월 첫발을 뗀 이후, 8번째 회의가 열렸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연령 상향 등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과 맞물려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임은주/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2024년 올해부터 법정 은퇴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서 향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합의안을 마련하겠단 입장입니다.

권기섭/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관심이 높고 또 국민연금 논의가 지금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것에 대해서는 속도를 늦추기는 좀 어렵다.

서울시내버스 노조는 현 63세인 정년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65세까지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완재/서울시버스노조 보영운수지부 위원장저희가 정년에 도래했을 때는 아직 육체적으로 왕성한데 아깝죠 내려놓기는. 저희가 욕심을 내는 게 아니고 현재 상황이, 저희 세대가 그렇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잣대로, 나이로 준해서 은퇴하셔야 된다 이거는 안 맞는다고 보는 거죠.

63세 정년퇴직 이후 회사와 재고용 계약을 맺은 김호성 씨.

버스 운행 업무는 이전과 똑같지만, 급여는 삭감됐습니다.


김호성/촉탁직 재고용(63세)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고, 사실은 더 베스트 드라이버이기 때문에 더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월급은 5%씩 삭감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최저임금에 도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인에게나 그 가정에 큰 충격이 온다.

노동계가 경영계와 맞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정년 이후 새로 계약을 맺는 ‘재고용’ 방식은 처우가 급격히 나빠지고 고용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입법을 통해 정년 자체를 연금 개시 연령만큼 연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노동계는 법 제도화를 요구합니다. 현행 법령에 65세로 명시적으로 정해야 외부적 환경 요인에 의해서 정년이 자의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거거든요. 정년이란 국민연금 수급 기간과 일치한다 그러면 예를 들어서 65세로 하는 거고 그러면 기업 규모나 부문, 대상, 산업, 업종, 지역과 무관하게 격차 없이 일단은 보편적으로 65세까지 정년을 다닐 수 있다는 희망 기대치가 있는 거고요.

반면 경영계는 우리나라 같은 연공급 호봉제 구조에서 정년 연장을 강행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을 우려합니다.


임금 조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정년 연장 방식보다 촉탁직 재고용 방식을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지만/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지금 정년이 60세인데 5년이 더 연장된다면 30년간 직장 생활이 35년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5년간의 인건비 총액을 한번 계산해 보십시오. 그리고 임금 체계가 호봉제라고 가정한다면 지금 초임 대비 퇴직 시점의 임금이 3.3배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정년 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이어진다는 이 지점에서, 정년 연장 논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오래된 문턱 앞에 멈춰 서게 됩니다.


올해 대학 4학년에 접어든 가현 씨와 지민 씨.


이미 취직한 또래를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임가현/23세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고 노력은 하는데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점점 취업계를 내고 학교를 안 다니는 친구들도 주변에 생기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뒤처진 부분이 있나?

요즘 들려오는 ‘정년 연장’ 논의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송지민/23세
직급이 높아지고 나이가 차고 연륜이 높아질수록 어른들이 갖는 파이의 비중이 많아지게 되잖아. 우리는 처음이니까 어떤 걸 가져가는 게 적은데. 그런데 만약에 어른들의 정년이 늘어난다고 하면 뭔가 크게 상관있을까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생각되는 거지. 내가 먹을 파이가 어른들의 정년연장으로 인해서 줄어드는 게 아닐까.

풀릴 줄 모르는 청년들의 고용 한파.

구직을 포기한 채 ‘그냥 쉬는’ 청년이 4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임가현/23세
반가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확실히 정년 연장 자체에는 찬성하더라도 그게 청년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불안한 요소가 생겨나는 거기 때문에. 청년 실업률이라는 게 사실 너무 다양한 요소 때문에 생겨나고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더 느는 느낌인 거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그들 부모 세대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임가현/23세
되게 양가적인 부분이 있는 게 이제 청년 실업률이 늘어남으로써 저희의 지금 주 지원은 또 저희 부모님으로부터 오잖아요. 근데 그 부모님을 바라봤을 때 지금에서야 비로소 정말 그 많은 경험이 쌓여서 이제는 정말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실 나이이기도 하셔서 그런 부분들을 봤을 때 더 오래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사실 젊은 층도 이거에 대해서 그렇게 맹렬하게 반대한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정년연장 자체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막고 자신의 승진의 기회를 박탈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주 제한돼 있다고 생각할 거고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갖는 고민에 대한 고려도 있는 거거든요.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고령층을 계속 고용하면서도, 동시에 청년들의 새로운 기회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절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고용을 연장하되 임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새로운 일자리 마련에 쓰자는 겁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정년을 몇 년 연장할 때 그 일자리에 있는 선배 그룹들은 (주 40시간에서) 28시간, 32시간 정도 일하고 그러면 한 8~9시간의 공백지가 있는 거거든요. 거기에 대학을 졸업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진입하게 하고 그런 견인책을 정부가 할 필요가 있죠.

정년을 연장하되 고령자의 직무를 줄여 임금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지만/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직무 분석을 통하여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죠. 본인이 하나의 직무를 하지 않고서 임금을 30% 줄인다면 그 30% 절약되는 임금으로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는 부분이죠.

권기섭/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노동계나 경영계나 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고 미래 세대의 기회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모든 제도를 설계할 때 미래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저희가 현재로서는 굉장히 희망을 갖고 있는, 그래도 뭔가 사회적 타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 성남의 신축 공영주차장.

54세 박재석 씨는 기술직 공무원입니다.


박재석/성남시청 주차시설팀장
이게 지금 페인트칠하다가 잘못된 거 같아요. 이거 깨졌고. 이거 얘기를 해서 교체 좀 부탁할게요.

정년까지 5년가량 남았지만, 미리 다음 직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재석/성남시청 주차시설팀장
선배들이 일을 놓으니까, 60세 퇴직할 때는 되게 건강해 보였거든요. 65세 넘어선 선배들 보면 확 늙었어요. 70대 어르신처럼 보여요. 나가서 할 일이 없잖아요. 산만 열심히 타시는데 그것도 1~2년이지 그다음부터는 집에만 계신 거예요. 움직이지 않으니까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사람 안 만나니까 우울해지고.

박 씨는 공직 경험을 살려 강사로서의 새 인생을 계획 중입니다.

60세 전 조기 퇴직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박재석/성남시청 주차시설팀장
60세 넘어서 꼭 정년연장이 아니라도 새로운 직업이 있다 그러면 나갈 거 아닙니까? 자동으로.

왜냐하면 연금 받을 때까지 일거리가 있어야 되는데 일거리가 없으면, 나가라고 그러면 떠밀려 나가서 '나 집에서 밥 먹어야 되는데 어떻게 합니까' 하고 정년연장해 달라고 자꾸 요구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밑에 애들은 못 들어오고.

그럴 게 아니라 내가 갈 자리가 있으면 하루 1년이라도 일찍 자기가 나가고 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새로운 수요는 계속 들어올 수가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정년제를 적용하고 있는 기업은 20% 수준.

대다수의 고령자는 정년을 보장받는 것도, 질 좋은 새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홍왕기/62세
뻔하죠. 택배, 치킨집, 아파트 경비원 안 할 것 같죠? 은행원 나와서 아파트 경비하는 친구 있어요. 물론 그걸 제가 무시해서가 아니고. 아직까지는 직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도 좀 있는데 지금 와서 단순 업무에 그걸 쓰기는 그렇다….

유은정/서울시50플러스재단 선임
남성분들은 경비나 조경이나 시설 관리,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홀 서빙이나 음식 조리라든지 아니면 청소, 아니면 요양보호사 이런 데가 주로 중장년층 분들이 취업이 쉽게 되는 부분이에요.

우리나라 고령자 셋 중 한 명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립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질 낮은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 열악하거나 산업재해가 심한 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거든요. 왜 그러냐면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유능한 청년들이나 중년, 성인이 있는데 고령자를 고용할 유인이 없거든요. 3D 업무나 혹은 기존의 정규직이 기피하는 일자리거나 여타의 이유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고용률은 높지만, 이 고용된 고령 노인분들의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정년을 넘긴 고령층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적절한 대우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건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권기섭/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고령자의 노동시장 그러니까 자기 주된 일자리 말고 나왔을 때 그 노동시장도 상당히 소득이나 임금 수준이 더 올라야 되는 거죠. 지금은 여기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협상을 할 때 협상력도 좀 떨어진다고 생각을 본인들이 하는 것이고 나가면 정말 절벽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고령자 노동시장의 환경도 확 올리는 작업을 같이 해줘야 그런 것들이 고령자 계속 고용의 환경을 입체적으로 높이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2025년 한국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그사이 은퇴하는 사람들은 급격히 늘어나는데 연금 수령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이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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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기자 (nar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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