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침묵한 한동훈, ‘윤 대통령 시정연설 나와야’ 물밑 요청
친한 “이제 대통령 본인 문제”…여권 전반 쇄신 요구
특감 등 4대 요구로 야당 공세 막기 어렵다 판단한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이 공개된 지 나흘이 지난 3일까지 이 사안에 대한 공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침묵을 이어갔다. 한 대표는 대신 윤 대통령에게 물밑으로 이번 논란에 대한 설명과 정부의 대대적인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할 것으로 알려진 4일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친한동훈(친한)계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주말 사이 공천개입 논란 해법과 관련해 당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논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하고,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변화와 대대적인 인적 쇄신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전화 통화 공개로 인해 특별감찰관 임명, 김건희 여사의 활동 중단 등 4대 요구로는 야당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김건희 여사 문제였다면 (육성 공개 후) 이제 대통령 본인의 문제가 됐다”며 “여권의 전반적인 쇄신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할 당시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실·친윤석열(친윤)계의 판단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하책 중의 하책”이라며 “이건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풀어갈 문제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설명이나 유감 표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직접 나와야 한다는 뜻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이 같은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복수의 친한계 인사들은 한 대표가 이날까지 공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해명을 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통령실 입장이 나오기 전에 한 대표가 먼저 입장을 내놓으면 상황을 되레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일단 여론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공개 발언 전 물밑으로 설득 작업을 해야 한다는 친윤계의 비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4일 최고위에서 대통령실의 설명과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 목소리까지 나왔기 때문에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다만 윤 대통령 임기 단축, 사퇴, 탄핵까지 거론하는 야당을 비판하면서 야권 공세에 맞서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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