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사가 능사가 아닌 원전 수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과 수력발전 사업을 하는 국내 최대 발전사다. 한전이 주식을 100% 가진 공기업으로 비상장기업이다. 1996년 정부의 전력산업구조 개편으로 한전에서 분리됐으며 국내 모든 수력발전소와 원전을 운영한다. 2011년 90% 이상이던 원전 가동률은 설비 노후로 인해 최근 5년(2019~2023)간 약 77%로 떨어졌다. 노후 원전의 안전한 운영이 최우선임에도 한수원은 원전 수출에 매진했다. 2022년 3조원 규모로 일부 터빈계통 건설을 수주했다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불투명해졌다. 또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전은 경쟁사의 소송과 반독점 제소로 인해 최근 협상이 잠정 중단됐다. 체코 당국은 이들의 이의제기를 기각했지만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수출 10기 목표 달성은 순탄하지 않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 결과 폴란드 원전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지만, 체코는 지난 7월 24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그러나 체코 언론 보도로 덤핑 논란이 불거졌다. 총 24조원 규모는 체코 측 비용이 포함된 것임을 한수원 사장은 국감에서 실토했다. 현지 조달 60%에 추가될 금융비용까지 합치면 수주금액은 40~6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검증이 요구되는 신규 설계가 많아 시행착오에 따른 높은 공기 지연 가능성에도 고정 가격과 공기를 제시해 적자 위험성을 자초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 협조가 필수임에도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전을 벌여 아마추어적인 수출전략 부재와 허술함을 드러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의 올 상반기 총매출 순이익이 1.6%라는 최근 한 일간지의 보도는 목표 이익률 10%에 훨씬 못 미치는 원전 수출 사업의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약 4년의 공기 지연과 대출 및 자본 투자로 10조원을 장기 저리로 투입한 금융비용까지 고려하면 추가 이익률 저하가 예상되지만 한전은 UAE에 제공한 금융조건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도입국에 돈을 대주면서도 절절매는 모습이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가장 효율적인 EPC(엔지니어링-구매-시공) 형태로 추진된다. 엔지니어링 조직이 아닌 한전과 한수원은 EPC 형태가 아니므로 기술적인 관리가 매우 취약하다. 한 사례로 한수원이 구매해 신한울 1, 2호기에 설치한 원전 계측 제어 시스템(MMIS)과 파일롯 구동 안전밸브(POSRV)의 기술 문제로 5년8개월이나 공기가 지연됐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설령 적자가 나도 국민이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는 높은 사업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한수원이 수출을 적극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젠 EPC 능력을 갖추도록 기술 이전을 해서라도 국가 주도가 아닌 리스크 자정능력이 높은 민간기업이 수출을 추진하고 국가는 외교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 즉 제조사든 건설사든 원전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은 이제 매출 규모가 한수원보다 몇 배 크며, 오너십이 분명해 이익과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한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처럼 이익이 나면 스스로 많이 가져가고, 적자가 나면 스스로 책임지는 합리적인 형태로 원전 수출 사업체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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