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복을 부르고 재물을 지켜주는 ‘두꺼비’
무더위를 푸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입동(立冬)이 코앞이다. 이제 곧 많은 생명이 땅속에 굴을 파고 몸을 숨길 터이다. 그중에는 여름밤을 구애의 울음으로 보낸 개구리와 두꺼비도 있다.
일상에서는 이 둘을 뚜렷이 구분한다. 하지만 생물학계에서는 두꺼비도 개구리의 일종으로 본다. 개구리 중에서도 청개구리에 가깝다는 것이 생물학계의 설명이다. 피부가 울퉁불퉁하고 어두운 얼룩무늬를 띤, 마치 두꺼운 갑옷을 입은 듯한 청개구리가 두꺼비다. 두꺼비란 이름도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를 의미하는 ‘두껍다’와 관련이 있다.
두꺼비를 한자로는 ‘섬(蟾)’으로 쓴다. ‘하늘을 바라보는 동물’을 일컫는 한자라고 한다. 전북 진안군에서 시작돼 경남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에 이 한자가 들어 있다. 이와 관련해 “고려 우왕 때 왜구가 강 하구로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몰려와 울부짖어 쫓아냈고, 이후 섬진강으로 부르게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렇듯 두꺼비는 우리 민속에서 주로 긍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소설 <콩쥐팥쥐>에서 어려움에 처한 콩쥐를 도와주는 것이 두꺼비이고, 많은 설화 속에서 ‘괴물’ 지네 등과 싸워 은혜를 갚는 것도 두꺼비다. 두꺼비는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도 여겨져 왔다. 복스럽게 생긴 사내아이를 ‘떡두꺼비’라 부르고, 모래에 손을 집어넣고 토닥거리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하는 두꺼비집 짓기 놀이도 두꺼비를 업신(業神·저장과 부의 신)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가정에서 “일정 크기 이상의 전류가 흐르면 전류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두꺼비집’으로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양새가 모래로 만들던 두꺼비집을 닮은 데다 ‘화재를 방지해 재산을 지켜주는 장치’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두꺼비집 안에는 “과부하 전류를 자동적으로 차단하는 부품”인 ‘fuse’가 들어 있다. 이를 ‘휴즈’로 소리내거나 적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이는 일본식 말습관이다. 영어 ‘f’는 ‘ㅎ’이 아니라 ‘ㅍ’으로 적는 것이 바른 외래어 표기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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